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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초등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내정신 어디두고

by 깜쌤 2008. 12. 27.

 

 

 어떤 양반이 딸 이름을 정신(貞信)이로 지었습니다. '곧을 정'에 '믿을 신'으로 말이죠. 아주 아름다운 이름이라고 여기며 정신없이 살던 어느날,  걸려온 전화를 한통 받았습니다.

"저, 정신이 친군데요, 정신이 있어요?"

"정신이 없다."

"정신이 어디 갔어요?"

"정신이 나갔다."

"정신이 언제 들어오는데요?"

"정신이 언제 들어올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아니?"

"그럼요, 우리집 번호가요 82(빨리)국에  8282(빨리빨리)거든요. 정신이 들어오면  정신이 들어왔다고 빨리 연락좀 해주실래요? 정신이 빨리들어오기를 기다릴께요. 아, 정말 정신이 어디간거야? 안녕히 계세요."

 

 

 

 

 

제가 그꼴이었습니다. 정신없이 살다보니 어디에서 무엇이 헷갈리는지도 몰랐습니다. 어머니께서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데도 할일이 태산 같았습니다. 저도 단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남성합창단이 장애인과 불우청소년들을 위한 공연에 출연해서 두곡을 불렀습니다. 12월 8일 월요일이었네요.

 

 

 

  

 

 12월 10일에는 성탄 축하 연합예배에 참가해서 다시 두곡을 불렀습니다. 당연히 외워서 불러야하니 부담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우리가 무슨 십대들도 아니니 머리카락 희끗희끗한 나이에는 가사 외우기도 그리 어렵습디다.

 

 

 

 

 

음악회가 끝나고 난 뒤에는 번개처럼 제가 섬기는 교회로 돌아와서 중요한 결정들을 내려야 했습니다.   

 

 

 

 

 

올해 교회살림 산 것에 대한 감사를 대비한 준비를 하고......

 

 

 

 

 

직장에서는 직장일대로 하고 여러가지 업무를 처리해야했습니다.

 

 

 

 

 

 성탄절 행사에 참여하고 새해 예산수립을 위한 각종 회의를 주관하고...... 제가 참가해야하는 회의도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다른 사람들이 출연하는 음악회에도 얼굴을 내밀어야 했습니다.

 

 

 

 

 

 이러니 몸이 두개도 아닌 이상 견뎌낼 재간이 없었습니다. 아내와 저녁밥을 함께 먹기조차 어려웠습니다.

 

 

 

 

 

어제 새벽모임에 나갔다 와서부터 드디어 본격적인 감기와 몸살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번 배낭여행때 가져갔던 비상약 중에서 감기몸살 약을 꺼내 먹어둡니다. 워낙 약을 안먹고 사는 체질이므로 효과는 백발백중으로 나타납니다.

 

 

 

  

 

몸이 무거운데 설상가상격으로 어제 밤에는 늦게까지 부엌에 들락날락해야만 했습니다. 어머니가 계시는 방 연탄불이 꺼졌기 때문이죠. 전기장판을 가져다 드리고 불피우고 불 살리고  .....     

 

 

 

 

 

오늘 낮에는 혼주(婚主) 두분을 모두 다 잘 알고 있는 결혼식에 갔다가 오후에는 영어예배에 참석하고 밤에는 성가대 연습.......  그래도 살아있다는 이 사실이 그저 행복하기만 합니다. 아플 시간조차 없으니 말이죠.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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