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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내집 아이 일류 만들기

쉬는 시간에 활개치는 실력이 학력이 아니다 1

by 깜쌤 2008. 12. 13.

 

풍산개를 길러 보았습니다. 호랑이를 잡는다는 풍산개 말입니다. 온몸이 눈처럼 흰 털로 하얗게 덮힌 멋진 녀석이었는데 나는 그 녀석을 일년간 기르면서도 짖는 소리를 거의 듣지 못했습니다. 벙어리인가 싶어서 걱정도 했습니다만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내가 거실에서 작은 발소리만 내어도 반갑다고 끙끙대면서 산책을 나가자고 응석을 부리던 녀석이었으니까요. 나중에 알아보니까 이 녀석들의 특징이 잘 짖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대신 결정적인 순간에는기습적으로 공격하여 급소를 물고는 상대의 숨통이 끊어질 때까지 악착같이 매달려 있는 무서운 기질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개가 잘 짖는다고해서 명견으로 쳐주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명견으로 분류되는 개들은 주인에 대한 충성심과 적을 대하는 용맹심과 빼어난 자태 등으로 위압감을 주거나 기품을 갖추고 있는 것들이더군요.  애완용을 제외하면 대개 그런 특징을 가진 개들을 알아주는 것 같습니다. 짖기를 우선으로 하는 개는 자기의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그런 행동을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진정한 용기와 실력을 갖춘 개들은 상대의 약점을 찾으면서 인내하고 있다가 결정적인 공격 한번으로 승부를 낸다고 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잘 떠듭니다. 수다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개념이 없기 때문에 떠드는 것입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있는 공간에서는 작은 소리로 이야기를 해야 한다거나 아니면 입을 다물고 조용히 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으니 수다를 떨고 큰 소리로 잘난듯이 떠벌리는 것이죠. 등교하여 교실에 들어서는 그 순간부터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줄기차게 잘 떠드는 아이들이 거의 대부분이라고 보면 틀리지 않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약간의 예외를 제외하면 일제히 떠드는 법이어서 거의 모두가 같은 부류에 속합니다만 그런 아이들치고 수업시간에 용감하게 일어나서 토론에 잘 참여하거나 당당한 자세로 소신껏 발표를 잘 하는 아이는 드문 것 같았습니다. 예외도 있는 법이지만 대개는 그렇습니다.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목소리는 크되 실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직도 일부 학부모님들은 시험 하나만 잘 보면 아이가 실력이 있는 것으로 착각을 합니다. 구시대 교육에서는 단순한 시험성적이 실력을 의미하는지는 모르나 이제는 기억력 하나로 버티는 시대가 지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아니 이미 지나갔다고 보아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요즘 우리가 말하는 실력은 단순한 학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학력에다가 열린 마음을 바탕으로 한 멋진 인간성과 창의력이 가미된 창조적인 두뇌를 가진 사람이 가진 종합적인 능력을 의미합니다. 아직도 많은 수의 학부모님들은 구시대적인 학력관을 가지고 자녀들을 기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학력관을 바탕으로 해서 시험성적에만 매달리는 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냉정하게 말하면 아이의 미래를 미리부터 망쳐나가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다른 과목에서도 다 마찬가지이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사회 수업을 해보면 아이가 가진 능력이 거의 다 드러난다고 여깁니다.  이 글 속에 실어둔 사진을 보면 아이들이 자유롭게 발표하고 토론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위에 있는 사진은 작은 모둠안에서 자유로운 발표와 토론을 한 내용을 바탕으로 해서 자기 모둠을 대표하여 한 아이가 브리핑을 한 뒤 전체가 참여하여 자유롭게 질문을 하고 답변을 하다가 즉석에서 토론 주제가 만들어지면 서로 서로 이야기를 해나가는 모습입니다.

 

학부모와 선생님을 모셔두고 하는 공개수업의 한장면인데요, 한번이라도 이런 수업을 해본 선생님들은 알겠지만 이와 같은 형태의 수업은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릅니다. 즉, 교사의 입장에서는 미리 짜고 하는 수업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죠. 철저히 아이들의 능력을 바탕으로 하여 이루어지는 수업이므로 학생들의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망쳐버리기 딱 알맞습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을 가지고 노는 그런 형태의 수업이므로 교사의 노련미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많은 어른들과 친구들 앞에서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자기가 알고 있는 역사적인 지식과 나름대로의 판단을 바탕으로 깔고 자유토론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한마디라도 어설프게 말하면 곧바로 반격을 당할 수 있는 처지에 몰리게 되므로 나름대로의 실력을 바탕으로 해서 이야기를 해야한다는 부담감을 안게 됩니다.   

 

  

 단순히 수다를 잘 떠는 아이가 실력이 있는 아이일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아이들의 수다실력과 토론하고 발표하는 능력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입니다. 제가 진행하는 수업에서는 머리 속에 든 지식이나 아는 것이 없는 아이들은 전체토론에서는 한마디 말도 못하는 것이죠. 그런 아이들을 위해서 작은 모둠 안에서나마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주어 보는 것입니다. 정작 불쌍한 아이들은 누구인가 하면 수업시간에는 말도 한마디 못하고 멍청하게 앉아있다가 쉬는 시간에는 제 세상인양 활개를 치면서 떠드는 아이들입니다. 그런 아이들이 어느 정도의 비율을 차지하느냐고 묻고 싶습니까?

 

신문이나 텔레비전을 잘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아이들 위주의 토론식 수업을 하면 그게 언론에 보도되는 실정이니 나머지는 짐작해서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수업시간에는 말도 못하고 조용히 앉아있다가 쉬는 시간이 되면 떠들줄 밖에 모르는 아이들이 대량생산되는 교육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아이들을 길러내는 하류품 생산공장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실망스러울수도 있겠지만 댁의 자녀들은 그런 면에 아주 익숙해 있을지도 모릅니다. 논리적으로 조리있게 자기의 의견을 이야기하되, 역사적 사실과 사회 현상을 바탕으로 해서 비판해가며 자료를 해석하고 분석하고 정리하며 토론하는데 완전히 '꽝'일수도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초등학교나 중등학교 학급의 현실이 어떠냐고 묻고 싶습니까? 그렇게 물으시기 전에 댁에서 자녀들이 얼마나 바른 자세로 부모와 토론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지 혹은 나눌 수 있는지를 먼저 반문해보시면 어떨까요?

 

초등학교 6학년이 되어도 교사와 아이들이 단답식으로 저학년 수준의 대화를 나누어야 하는 것이 오늘날 현장의 모습입니다. 저는 그런 아이들을 개조시키는데 거의 3월 한달 가량을 씁니다. 국어, 사회, 도덕, 수학, 과학 시간마다 달리 말하는 요령과 발표하는 방법을 새로 다시 다 훈련시킨다는 말이죠. 교사가 말을 하는 도중에도 툭툭 아무렇게나 끼어들어 함부로 지껄이는가 하면 수준 낮은 우스개 소리로 분위기를 망치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게 다 누구네 자녀들 같습니까? 우리 이웃이며 내 자녀들이며 내 친척의 아이들 아니겠습니까? 제가 이렇게 말하니 가슴이 답답해지지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반드시 존재합니다. 다음 글에서 계속하겠습니다.

 

깜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