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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내집 아이 일류 만들기

쉬는 시간에 활개치는 실력이 학력이 아니다 2

by 깜쌤 2008. 12. 15.

 

 저번 글에서 수업시간에 발표를 할 줄 모르는 아이들이 예상외로 많다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쉬는 시간이 되면 살판을 만난듯이 떠들고 활개치는 아이들이 부지기수라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예전에는 그나마 수업시간에는 공부를 하는척 하기라도 했었지만  이제는 그런 단계를 넘어 학습에는 아예 흥미가 없고 그저 헛소리를 한마디씩 던지는 아이가 많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그렇게라도 이야기를 해주는 아이는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수업시간에도 멀쩡하게 엎드려 자는 아이들도 등장하는 판이니까요. 아파서 그렇게 행동한다면 이해라도 할 수 있지만 밤늦도록 사교육기관에서 공부하느라고 모자라는 잠을 보충하기 위해 학교에서 자야한다면 문제가 심각한 것 아니겠습니까? 초등학교에서도 수업시간에 쏟아지는 잠기운을 이기지 못해 조는 아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초등학교가 이럴진대 중고등학교에서는 말해서 무엇하겠습니까? 중등학교의 현실은 또 다른 통로를 통해서 가끔씩 이야기를 듣기도 합니다만 초등학교 교실보다 한층 더 가관이라고 단정지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나라 교육이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몰리게 된 것일까요? 요즘 교사들의 열성이 예전보다 떨어진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과연 그럴까요? 교사들로 하여금 의욕이 떨어지도록 만든 원인제공을 한 사람들이 과연 누구인지를 한번만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해답은 저절로 나오는 법입니다. 정말 뛰어난 지도력을 가지지 않는 한 지금 아이들을 마음대로 다룬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그런 원인제공자가 누구냐 하는 것으로 톡닥거릴 시간이 없으므로 이제는 가정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이런 문제를 풀어가야 할 것인지를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수업시간에 교사와 6학년 아이가 나누는 이야기를 잠시 소개해 보겠습니다.

 

교사 :  오늘 아침에 뭘 먹었니?

아이 :  밥

교사 :  또?

아이 :  김치와 국

 

이 대화의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혹시 가정에서 댁의 소중한 자녀와 이런 식으로 대화를 나누지는 않는지요?

 

엄마 : 오늘 학교에서 무슨 공부했니?

아이 : 국어.

엄마 : 또?

아이 : 수학

엄마 : 다른 것은?

아이 : 영어, 과학.

엄마 : 응, 그래. 손씻고 밥먹어.

 

이런 상태의 이야기를 대화라고 할 수 있을까요? 엄마가 묻는 말에 대답이라도 꼬박꼬박하는 아이들은 그래도 행동을 낫게 하는 아이들이고 단번에 짜증섞인 대답이 돌아온다면 벌써 문제가 많은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죠.

 

엄마 : 오늘 학교에서 무슨 공부했니?

아이 : 맨날 같은 거 하지뭐.

엄마 : 무슨 공부 했냐니까?

아이 : 아이, 참 짜증나네. 엄마가 그런 거 알아 뭐하는데?

엄마 : 얘 말하는 것 좀 봐라. 그게 무슨 말버릇이니?

아이 : 아, 정말 짱나. 엄마는 맨날 꼬치꼬치 캐묻고 난리야?

 

제일 위에서 예를 든 대화는 이제 거의 일상화된 수준입니다. 그런 대화가 교사와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가 주고받는 대화의 수준이라면 교육을 한다는 의미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예절면에서 본다면 친구사이의 대화나 다름이 없는 상태이고 내용면에서 본다면 유치원 수준의 단답형 잡담 상태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 단계입니다. 이런 아이들을 데리고 토론 수업을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요? 아이들 수준을 높이고 토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그것이 바로 교사의 몫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대화가 이루어진다면 누구의 책임이라고 할까요?   

 

 

교사 :  오늘 아침에 뭘 먹었니?

아이 :  밥먹었는데요.

교사 :  또?

아이 :  (조금 불만스러운 표정으로)김치와 국 먹었는데요.

교사 :  말버릇이 좀 그렇구나.

아이 :  왜요?

 

뒷부분은 생략하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응답을 하는 아이들은 부지기수입니다. 학교에 나와서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살펴보면 현실이 어떤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버럭"이라는 낱말은 다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대화가 이 지경이 되면 어느 쪽이든 버럭 하고 성질내지 않겠습니까? 아이들이 이런 식으로 대꾸를 한다면 이런 것은 가정교육에도 상당부문 책임이 있는 것 아닐까요? 

 

필요없는 권위의식은 버려야 할 구시대의 악습이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의 권위 인정은 필요한게 아닐까요? 선생이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주기도 하고 눈높이를 맞추어 같은 수준에서 생각하며 이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어느 정도의 예의와 예절은 갖추어야 하는 것 아니던가요? 그런 면에서 볼때 가정에서도 기본 수준의 교육과 훈련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 기본이라고 하는 것의 기준이 문제이지만 말입니다.

   

 

 가정에서 아이들의 말버릇을 유심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너무 버릇이 없다든지 경우나 예의에 어긋난다고 하면 따끔하게 지적하셔야 합니다. 학교생활의 원활화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멋진 어른이 되기 위해서, 훌륭한 사회인이 되기 위해서라도 기본 말버릇에 관한 훈련은 필수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께는 존대말을 하게 한다든지 최소한 아버지께 만이라도(여성을 비하하고자 하는 뜻은 추호도 없음을 미리 밝혀 놓습니다) 존대말을 쓰도록 해야하지 않을까요? 부모 모두에게 반말로 대화를 하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경상도 일부지방에서는 아이와 어머니가 같이 반말을 하는 곳도 있습니다만 가능하면 존대말을 쓰도록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그런 부분은 제가 함부로 나서서 간섭할 성질의 것이 아니므로 가정에서 알아서 판단하시되 어떤 식으로 자녀의 말버릇을 들이고 어떤 방향으로 아이들을 길러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진지한 성찰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학교에서 아무리 원론적인 교육을 한다고 해도 가정에서의 방침이 그렇다면 인정해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니까요.  

 

  

 크면 나아질 것이라고 여기지 말기 바랍니다. 지금이 중요합니다. 지금 댁의 아이들이 어떤 식으로 말버릇을 들이는가 하는 것은 학교생할과 교우관계를 형성하는데 깊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좋은 말버릇을 가진 아이들이 학교에서도 좋은 대접을 받는 법입니다. 말버릇은 왕따와도 관계가 깊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고요.

 

아직 가정에서 아이들의 토론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는 쓰지 못했습니다. 그것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계속하겠습니다.

 

 

깜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