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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8 조지아, 터키-두 믿음의 충돌(完

카파도키아 13 - 터벅터벅 걷기

by 깜쌤 2008. 11. 25.

 

 골짜기로 내려와 보았더니 빠져나가는 길이 보였다. 사실은 높은 곳에서 미리 보고 내려왔으니 길을 잃을 일이 없다.

 

 

 

 아마도 이런 길은 인공으로 닦은 길이 아닐까 싶다. 저절로 생긴 것이라면 정말 너무나 신기한 일이고.....

 

 

 

 

 어떻게 이리도 천장이 높게 굴이 만들어 졌을까?

 

 

 

 

 나는 그저 앞만 보고 걸었다. 굴을 지났다.

 

 

 

 굴 바깥으론 미루나무가 솟았다.

 

 

 

 

 마치 도깨비놀음 장소같다.

 

 

 

 

 굴을 나오면 다시 길이 이어진다.

 

 

 

 

 샘일까? 물이 차가웠다.

 

 

 

 

 누가 왜 저렇게 다듬어 둔 것일까?

 

 

 

 

 아치모양으로 만든 문 같다.

 

 

 

 

 다시 큰 굴이 나오고.....

 

 

 

 

 어느 수도사가 거처하던 장소였을까?

 

 

 

 

 14세기까지만 하더라도 여기에 크리스찬 수도사들이 거주했다고 한다.

 

 

 

 

 이제 그들은 다 어디가고 회교도들이 차지한 버려진 땅이 되었다.

 

 

 

 

 그런 사연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한 구름만이 하늘길을 가고 있었다.

 

 

 

 

 내 앞으로 시골 소년 넷이 다가오더니 빠른 걸음으로 스쳐 지나갔다. 문득 그들의 풋풋함이 그리워졌다.

 

 

 

 

 이윽고 나는 과수원으로 들어섰다.

 

 

 

 사방천지는 고요하기만 했다.

 

 

 

 

 밭 언저리 해바라기는 혼자 고개를 숙였고 추수를 끝낸 밭에는 멜론 덩어리가 혼자서 도를 넘게 영글어가고 있었다.

 

 

 

 

 허허롭다.

 

 

 

 미루나무 가지에 걸린 구름 조각들이 나그네의 심사를 아프게 흔들었다.

 

 

 

 

 혼자 터벅터벅 걷는다.

 

 

 

 

 나는 이런 길을 보면 가슴이 아리다. 두고온 그 무엇이 그리워 문득 뒤를 돌아 보았다.

 

 

 

 

 이리저리 함부로 버려진 발자욱들이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외로움과 그리움들은 지나치게 익어버린 열매들과 섞여 밭에 혼자 딩굴었고.......

 

 

 

 

 끝모를 아련함을 두고 나는 그냥 길을 걸어야만 했던 것이다.

 

 

 

 

 호텔로 돌아오니 아직 해가 많이 남았다.

 

 

 

 

 옥상에 올라가 1일 투어를 간 멤버들을 기다렸다.

 

 

 

 

 옥상에서 기다리는 나를 보고는 손을 흔들며 그들이 돌아왔다.

 

 

 

 

 동굴방 앞에서 우리들은 물을 마시고 양말을 깁고......

 

 

 

 

 책을 보고 음악을 듣고.....

 

 

 

 

 텅 빈 호텔에는 적막함만이 가득했다.

 

 

 

 

 우린 다시 어제 그 집에 가서 라면가 공기밥을 먹었다. 그리고 모두들 나름대로 그리움을 담아 갖가지 사연을 적어보냈다. 인터넷이라는 요물에 홀린 채로 말이다.

 

 

 

 

 그리고는 괴레메 마을 터미널 뒤편에 즐비한 가게를 찾아 구경을 했다.

 

 

 

 

 사람들이 많았다. 누가 구경꾼이고 누가 주인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세월을 머금은 카펫들이 형광등 불빛 속에 졸고 있는 밤이었다. 그렇게 하루가 갔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