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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내집 아이 일류 만들기

6학년 초딩이 영어 수능시험 문제를 풀어보면? - A

by 깜쌤 2008. 11. 20.

 

 

 얼마전에 수능시험을 보았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학(修學)능력시험을 본 것이지만 낱말이 가지는 원래의 의미는 많이 퇴색되고 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하나의 수단으로서 묵직한 중압감을 가지고 다가오는 시험으로 변하고 말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나는 우리 교육현장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일들을 보며 제법 울분을 느끼는 사람가운데 한명입니다. 이 글 속에서는 그런 문제점을 지적해가며 어설픈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한가지의 사례를 통해 우리 영어 학습방법이 지니는 문제점과 해결책을 나름대로 생각나는대로 써보고자 합니다.

 

내가 첫머리에서 수능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우리반 아이들은 모두 서른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내가 사는 도시가 경주이니 지방의 중소도시에 해당합니다. 현재 근무하는 학교는 2급지 학교이고요. 학교 급지는 학생의 수와 지역민의 거주환경과 교사들의 근무 희망 순위 등 여러가지 사항을 고려하여 정해놓은 전보인사를 위한 학교 등급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서울에서도 강남의 8학군이라고 하면 돈 있고 잘사는 사람들의 자제들이 모이는 곳이라고 해서 교사와 주민과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이야기는 시골 사람인 저도 어지간히 들어서 알 정도입니다. 당연히 그런 곳에 자리잡은 학교들은 서울 변두리에 자리잡은 후진 동네의 학교와 비교해서 평가할 때 일급지 학교로 구분될 것입니다. 일급지 이급지 학교라는 의미는 그런 것이라고 보면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집에서 신문을 보다가 2009학년도 수능시험지를 보고 학교에 가져와서 우리반 아이 가운데 한명을 보고 풀어보라고 시켜보았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에게 영어 수능 시험문제를 한번 풀어보라고 시킨 것은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어서였습니다. 정확하게 시간을 제한하지는 않았고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시간날 때 풀어보라고 이야기를 해두었는데 이 아이가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슬금슬금 풀어본 모양입니다.

 

신문종이에 답이 제시되어 있었으므로 아이 스스로가 노란색 작은 포스트잇(Post it)을 꺼내어 정답을 가린 뒤에 문제를 풀어보았다고 합니다. 나중에 노란색 포스트잇은 제가 제거를 했고 그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채점도 아이 스스로가 먼저 한번을 하고 나중에 다른 아이가 다시 확인을 했는데 결과가 신기하게 나오더군요.

 

획득한 점수가 대강 짐작되는지요? 혹시 댁의 자녀를 대상으로 한번 실험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아이는 영어권 국가에서 살다가 온 아이가 아닙니다. 외국에 나가본 경험이 한번도 없는 아이입니다. 학급내 성적은 상위권이고 제가 보아도 언어에 대한 재능은 있어 보이는 학생입니다. 참고로 우리반은 30명의 아이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1번에서 16번 까지는 듣기 문제이므로 제외하고 17번에서 50번까지 풀어본 결과 결과 42번 문제 하나를 틀리고 나머지는 모두 다 맞추었더군요. 그 결과를 보고 솔직히 저도 좀 어이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결과가 믿기지 않는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요. 지난 10월 14일경에 전국의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여 국가단위의 평가를 해보았습니다. 그때 우리반 아이 가운데 두명이 영어평가에서 만점을 받았는데 그 두명 가운데 한명이 지금 이야기하는 아이입니다. 듣기 문항이 거의 3분의 2를 차지했었습니다. 

 

따로 불러서 하나씩 자세히 물어보고 확인을 해보았습니다. 아이의 말이 '미루어 짐작을 해서 답을 썼다'고 그러더군요.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submit라는 말의 의미를 모를 경우 sub는 무엇무엇의 아래를 의미하고 mit는 행동을 하는 것과 관계가 있는 말이므로 '무엇무엇의 아래에서 행동하는 것'일테니 복종하다라는 의미가 될 것이므로 문맥을 짐작할 수 있었다고 말입니다. 

 

저는 올해 이 학교에 두번째 근무를 하기 위해 전근을 왔습니다. 약 15년전에 학교문을 처음 열 때 근무를 해서 5년간을 다녀본 경험이 있으므로 학교의 형편과 아이들의 실력과 수준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번에 근무했던 학교는 1급지 학교였는데 거기서는 6학년 담임을 하며 영어를 가르쳤습니다만 새로 전근을 온 이 학교에서는 6학년 영어를 맡은 분이 따로 계셔서 저는 올해 영어지 도를 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우리반 아이들에게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설명을 자주 했습니다. 여기에서는 복잡한 이론을 소개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초등학교 영어교육과정의 구조를 보면 문자의 습득을 우선시하기보다는 듣고 말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그런 사실을 바탕으로 깔고 학습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그것은 마치 아이들이 말을 배우는 원리와 같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언어를 습득해가는 과정을 보면 어머니를 포함한 가족들부터 수많은 낱말을 반복해서 들어 따라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익히게 됩니다. 어머니들이 아이에게 제일 먼저 가르치는 말이 엄마라는 말이 아닐까 싶은데 엄마라는 말은 사실 전세계 사람들이 공통으로 하는 발음과 비슷하기도 합니다. 입술을 다물고 있다가 떨어뜨리면 보통 "으음마아"라는 식으로 소리가 납니다.

 

아이를 품에 안고 사랑스런 눈으로 바라보며 '엄마'라는 소리를 반복해주면 아이는 저절로 따라하게 되어 있습니다. 인간이 기본적으로 낼 수 있는 낱말을 비슷하게 흉내내는 것이지만 엄마 입장에서는 아이가 말을 하게 된다고 해서 대견스러워 하는 것이죠. 그 한마디를 가르치기 위해 엄마는 같은 소리를 수백번 수천번을 했을 것입니다.

 

아이에게 문자를 먼저 가르치는 엄마는 지구위에 거의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아기가 자라는 방에 글자를 벽에 써놓거나 글자가 들어있는 그림을 벽에 붙여둘 수는 있지만, 말도 못하는 아이를 보며 '이것은 ㄱ이고 저것은 A다'는 식으로 가르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야기의 핵심은 말을 배우는데는 문자가 우선이 아니라 듣기가 우선이라는 것입니다.

 

출생시부터 청각장애자가 되신 분들은 일반적으로 자라면서도 말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들을 수 없었다면 말을 배울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므로 그런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죠. 부모가 말을 못하는 경우 자녀가 말을 배우는 것은 정말 힘들어집니다.  

 

위 사진에 나오는 아이는 미국아이입니다. 부모는 한국에 살고 있죠. 얘는 당연히 영어로 말을 합니다. 한국에 산다고 해서 한국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지요.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고 사람들은 말합니다. 그러면 왜 그렇게 되었을까요? 아이와 가장 많은 시간을 접촉하며 사는 부모가 항상 영어를 쓰기 때문에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이 영어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영어를 많이 듣는 아이는 영어를 잘 하게 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요? 

 

 

 

교사를 수십년 하고 나니 아이들의 발음과 억양을 통해 부모의 고향을 짐작해 내는 일이 가능해지게 되었습니다. 경상도에서 수십년을 살다보니 서울말씨를 쓰는 아이를 교실에서 보는 것은 신기한 일에 들어갑니다. 경상도에서 출생하고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완벽에 가까운 표준말을 쓰는 것은 텔레비전의 영향이라기보다 부모의 영향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런 말씨를 구사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여 조사를 해보면 거의 예외없이 부모님들이 서울이나 경기도 출신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듣는 것에서부터 언어를 습득해나간다는 사실이 언어공부의 기본이라는 것입니다. 나는 우리반 아이들에게 영어를 많이 듣도록 권했습니다. 많이 들을 수밖에 없도록 유도해 나가는 것이 부모와 교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어공부의 기초는 거기에 있습니다.

 

학년초에 영화를 한편 보여주었습니다. 교사가 시간을 만들어내면 되므로 마음먹고 영화를 보여주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취미가운데 하나는 영화를 교육적인 가치에서 분석해보는 것입니다. 이 블로그의 왼쪽을 보면 영화에 관한 카테고리가 존재할 것입니다. 아래 모습처럼 존재합니다. 클릭하면 글 목록이 가득 뜰 것입니다.  

 

    영화

 여러분들이 잘 아는 영화로 <사운드 오브 뮤직>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진가는 어느 누구라도 명작영화로 쉽게 인정을 해준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사실 말이지만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내용은 엄청 많습니다. 사회시간과 관련을 지운다면 2학기 유럽을 공부할 때 교재로 사용해도 되며 음악과 관련지운다면 '에델바이스'노래와 관련지어 지도할 수 있습니다. 수없이 많은 자료로 다양하게 사용할 수도 있는데 이는 전적으로 교사의 몫이라는 사실입니다. 

 

학년초에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여주고 난 뒤 이런 종류의 아름다운 영화를 많이 보기를 권합니다. 영어 공부를 위해서 말이죠. 단 조건이 있습니다. 영어 공부를 위해서는 반드시 영어대사로 나오는 영화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고 아이들이 집에서 영어로 듣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야기가 제법 길어졌습니다. 다음 글에 계속하겠습니다.

 



깜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