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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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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8 조지아, 터키-두 믿음의 충돌(完

카파도키아 6 - 라면먹기

by 깜쌤 2008. 11. 16.

 

 이런 모습이라도 보여 드렸으니 체면은 섰다. 

 

 

 

 해거름에 보았으니 이렇지 한낮에 보면 하얀 침니 기둥들의 모습은 눈이 부실 지경이다.

 

 

 

 이런 침니들의 생성방법은 물과 바람에 의한 침식작용때문이 아닐까 하고 짐작한다지만 신비롭기 그지없다. 

 

 

 

 

 후드(Hood)를 덮어쓴 수도승 같기도 하고.....

 

 

 

 

 

 하여튼 침니들의 모습이 정말 기묘하다.

 

 

 

 

 이젠 돌아가야 한다. 호텔까지 걸아가는데 한시간을 걸릴 것이다. 오늘 새벽부터 잠을 못잤으니 몸이 너무 무거웠다.

 

 

 

 

 화이트 밸리를 빠져나오려는데 우리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들 형제를 데리고 즉석 오렌지 쥬스를 짜서 팔고 있던 젊은 아빠가 우리를 부른 것이다. 그는 우리들에게 오렌지 쥬스를 마시고 가라고 권해왔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아마 한잔에 5리라를 불렀던 것 같다. 그 정도면 엄청 비싼 가격 아니던가? 우리는 가로로 고개를 흔들었다. 

 

"두 잔에 5리라."

"노우."

그래도 우리는 마실 생각이 없었다.  비싸기 때문이다. 사실 너무 피곤했으므로 마시고 싶었지만 누가봐도 바가지 요금이다. 사진속의 이 아이들이 크면 자기 아버지가 고생하셨다는 생각이 간절할 것 같아 한잔 사드리고 싶었지만 여행은 자선사업이 아닌 것이다. 우리도 우리 국민들이 피땀흘려 번 달러를 귀하게 쓰는 사람들이 아니던가?

 

"석잔에 6리라."

"노우"

우리는 돌아나가기로 했다. 나는 처음부터 사기치려고 덤벼들면 상대하기가 싫어지는 사람이다. 양심적으로 나온다면 얼마든지 받아 들이고 도와줄 생각이 있는 사람이지만 거짓말을 하거나 속이려고 들면 얼굴을 돌리고 만다. 발걸음을 옮기는데 그가 외쳤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4잔에 6리라!"

 

아마 그런 가격을 불렀던 것 같다. 우리는 그제서야 발걸음을 돌려서 한잔씩 사마시기로 했다. 오렌지 쥬스 한컵을 짜는데 생오렌지가 일여덟개는 들어가는 것 같았다. 문제는 오렌지의 신선도이지만.....  

 

 

 

 

 오렌지 쥬스를 마셔서 그런지 힘이 솟았다. 호텔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극도의 피곤함 속에서도 가볍게 느껴졌다.

 

 

 

 

 자동차들이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으므로 길가로 붙어서 걸으려고 노력을 했다. 로즈밸리 너머로 우뚝 솟아있는 평평한 언덕밑 절벽 색깔이 불그스름하게 변하고 있었다.

 

 

 

 

 고개를 살짝 돌려보니 성(聖) 요한 교회가 있는 차부신 마을이 보였다. 사진의 왼쪽 편에 보이는 스핑크스 몸뚱아리에 구멍이 뚫려있는 듯이 보이는 절벽이 성 요한 교회의 흔적이다.

 

 

 

 

 괴레메 마을까지 다 오자 도로가에 자리잡은 어떤 음식점에 붙여놓은 한글 안내판이 우리들의 눈길을 끌었다.

 

 

 

 

 항아리 케밥을 15퍼센트 할인해 준다는 것이다. 항아리 케밥 하나에 15리라니까 당시 환율로 계산해봐도 약 15,000원 정도가 된다. 그 정도면 우리나라에서도 한정식을 먹을 수 있는 가격이 아니던가? 확실히 여기 물가는 비싸졌다. 부자나라에서 온 사람들 눈에는 터키 물가가 싸게 비칠지 모르지만 이제 겨우 국민소득 2만달러대에 와 있는 우리같은 사람 입장에서는 비싸게만 느껴진다. 

 

나는 결국 항아리 케밥을 먹어보지 못했다. 카파도키아의 명물 요리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모양이지만 못먹은들 어쩌랴. 대신에 우리는 정말 오랫만에 우리나라 라면을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던 것이다.

 

 

 

 

 카파도키아에는 한국인들이 많다. 많은 정도가 아니라 들끓는다고 보야야 한다. 다시 돌아온 호텔에는 이제 막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작은 정원에는 꽃들이 저녁 노을에 물들고 있었다.

 

 

 

 동굴 방 입구에도 불을 밝히기 시작한다.

 

 

 

 

 온 천지가 하얀 세상이므로 여긴 밤에도 그리 어둡지는 않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버스터미널 쪽(=야외박물관 방향도 된다) 언덕 위로 보름달이 떠 올랐다.

 

 

 

 

 객지에서 보름달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간단히 샤워를 하고 나서 우리는 터키 남자와 결혼한 한국인 아줌마가 운영한다는 게스트 하우스에 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우리 한국인 가운데에도 터키에 여행을 왔다가 눌러앉는 사람들이 제법 있는 모양이다. 

 

 

 

 

 

 책을 보기도 하고 묻기도 하며 찾아갔더니 자그마한 게스트하우스였다. 도미토리 형식의 방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젊은이들이 머물기에는 그저그만인 것 같다. 한국인 손님들이 제법 많았다.

 

 

 

 

 우리는 라면을 시켰다. 공기밥 한그릇과 함께......  가격? 8리라였다. 먹고나니 당연히 힘이 솟았다. 젊은이들과 이야기를 조금 나누다가 돌아왔다.

 

 

 

 

 

 창문을 통해 들어온 빛을 보니 아침이다. 지난 밤에는 정신없이 쓰러져 잤다. 동굴집이므로 새벽녘에는 춥다. 나는 옷을 껴입고 잤다. 

 

 

 

 정원에 나가보니 새벽이슬을 맞아 그런지 모든 것이 싱그럽게만 보였다.

 

 

 

 

 흰색과 분홍색의 유도화가 아름답기만 하다.

 

 

 

 

 저 정도의 화분에 담아 길러도 되는 모양이다.

 

 

 

 

 어제 저녁에 나는 호텔의 사장인 오스만씨에게 내 블로그에 들어있는 그의 호텔을 보여드렸더니 그는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었다.

 

 

 

 

 덕분에 그는 자기 컴퓨터를 언제든지 마음껏 사용하도록 해주었다. 인터넷을 무료로 쓰라는 것이다.

 

 

 

 

 우리가 묵고 있는 동굴집 입구 앞에는 카펫과 방석이 준비되어 있어서 편안하게 쉴 수 있다.

 

 

 

 

 그 옆에는 일본인 외교관이 휴가를 와서 가족과 화목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호텔 담 위로 열기구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2층 옥상에 올라가 보았더니 괴레메 골짜기 여기저기에서 열기구들이 떠오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담벼락을 따라 가며 자라는 청포도는 그저 영글어 가기만 하는데......

 

 

 

 

 기구들은 하늘로 두둥실 오르고 있었고......

 

 

 

 

 아침 햇살이 모든 것을 정화시키듯 온천지에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고 있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