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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8 조지아, 터키-두 믿음의 충돌(完

카파도키아(갑바도기아)로 가자

by 깜쌤 2008. 11. 10.

 

 

 한참 신나게 자고 있는데 차장이 와서 깨운다.

"카이세리"

아니 벌써 다왔는가 싶어 확인을 해보니 틀림없는 카이세리(Kayseri)다. 시계를 보니 밤 12시 반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배낭을 매고 오토가르 건물 속으로 들어가니 휑하다. 지금 이 시간에  카파도키아의 중심마을 격에 해당하는 괴레메로 들어갈 처지가 못된다. 여기에서 한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데다가 한밤중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건물 안에서 밤을 새우는게 옳은 일일 것이다.

 

나는 배낭을 벗어두고 잠을 잘만한 공간을 찾아 나섰다. 결국 우리들은 인터넷 카페 앞쪽에다가 자리를 잡기로 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리 잘한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다.

 

 

 

 

 배낭을 모아두고 잠을 청하기로 했다. 터키 현지인들이 하는 행동을 보았더니 모두 의자에서 버티고 있었다. 누우면 안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누우면 안된다는 그런 말은 없으므로 누워서 버텨보기로 했다. 의자를 몇개씩 차지하고 누울수도 있고 바닥에 누울 수도 있겠다.

 

쉽게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서 나는 인터넷 카페에 가서 한시간을 하다가 돌아왔다. 카이세리 오토가르 안에 그런 공간이 있다. 돌아오니 청년들은 벌써 잠이 들었다. 나도 바닥에다가 침낭을 깔고 잠을 잤다. 순시중이던 경찰이 우리를 보고는 엄지손가락까지 치켜들고는 가벼운 웃음을 날리며 사라져 간다. 나는 그 웃음을 여기에서 잠을 자도 좋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마음놓고 잠을 청했다.

 

  

 

 

 그렇게 한참을 자고 있는데 누가 툭툭 건드리면서 일어나라고 한다. 눈을 뜨고 보니 젊은 경찰이다. 사실 그 젊은 양반이 오토가르 안의 질서를 잡기 위한 청원경찰인지 아니면 진짜 경찰인지 자세히는 모른다. 그는 우리들을 깨웠고 아주 정중하게 바닥에서 잠을 자면 안된다는 제스추어를 보여주었다.

 

그러니 별수 있는가? 우리는 일어나서 짐을 정리해서는 의자에 꼬부라져서 시간을 보내야만 했던 것이다. 누워서 잠을 자는게 얼마나 편한 일인데......  비몽사몽간을 헤매다가 눈을 떠보니 날이 새고 있었다. 새벽 5시였던 것이다.

 

 

 

 

 화장실에 가서 낯을 씻고 배낭을 꾸렸다. 이젠 괴레메로 이동해야 한다. 

 

 

 

 터미널 밖으로 나가보니 주변 경관이 제법 깔끔하다. 하긴 여기가 터키 제2의 관문이나 마찬가지다. 정말 엄청나게 많은 관광객들이 카파도키아 지방을 보기 위해 카이세리에 도착하는 것이다. 그러니 치안유지와 환경청결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오토가르 건물만 해도 엄청 크다.

 

 

 

 

 밖에 나가보았더니 날이 차가웠다. 햇살이 들면서부터 조금 나아졌고......

 

 

 

 터미널의 버스 승강장 부근에 있는 야외 카페는 음식가격이 비쌌다. 결국 우리는 햄버거 한조각으로 아침을 때워야 할 처지가 되고 만다.

 

 

 

 

승강장을 보면 이 터미널의 규모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침 7시에  출발하는 버스가 있다는데 우리는 넋을 놓고 있다가 그만 놓치고 말았다. 결국 9시에 출발하는 차를 타야만 했다. 형편이 그러니 여기서 아침이라도 먹고가야만 한다. 궁리끝에 오토가르 건물 속에 있는 햄버거 가게에 들어가서 햄버거를 하나씩 먹고 가기로 했다.

 

 

 

 

 터키 사람들의 전통 요구르트 음료수인 아이란을 함께 시켰더니 4리라가 나왔다. 거금 4000원이다. 속이 아렸다. 한참을 노닥거리다가 밖으로 나왔다. 버스를 타기 위해서 가보았는데 나는 거기에서 아는 사람을 만났다. 누구냐고?

 

 

 

 

 

 아라랏 산밑에서 만난 네덜란드 할머니들이다. 대단한 인연이다. 이삭파샤로 걸어 가던날 차 안에 타고 있던 그녀들이 우리들을 알아보면서 시작된 인연인데 아라랏 산에서도 한번 만났다. 그리고 여기에서 또 만났으니 벌써 3번째 만남인 것이다.

 "우린 기차타고 쉬엄쉬엄 왔지요. 편안하고 경치좋고 멋집디다." 

그녀들도 카파도키아 간단다. 그런 뒤 이스탄불로 가서 귀국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단한 할머니들이다.

 

 

 

 

 터미널 부근을 슬슬 돌아다녀 보았다.

 

 

 

 

 여긴 너른 평원이다. 이래보여도 해발 고도가 1000미터 넘는 곳이다.

 

 

 

 

 이 부근에는 3개의 화산이 자리잡고 있다. 화산과 여기 지형과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두면 여러모로 편리하다.

 

 

 

 

 슬금슬금 시간을 보내던 우리들은 드디어 괴레메로 가는 버스를 타게 된다.

 

 

 

 

 카이세리 터미널은 두번째이고 카파도키아는 4번째이다. 그런대도 나는 카파도키아 지방이 너무 마음에 든다.

 

 

 

 

 터미널을 빠져 나오면서 보니까 보라색 히잡을 쓴 여인들이 그득하게 모여 있었다. 히잡 색깔도 유행을 타는 모양이다.

 

 

 

 

 아카시아 나무라고 생각되는 동그란 나무가 신기하게 여겨졌다.

 

 

 

 잎 모양으로 봐서는 틀림없이 아카시아 나무같은데......

 

 

 

 

 시가지 저 너머로 사화산인 에레이예스 산(3,917m, 아르가이우스 산)이 보였다. 

 

 

 

 버스는 화산을 저멀리 옆에 두고 기찻길을 끼고 달렸다.

 

 

 

 

 화산지대이니 토양은 아주 비옥할 것이다.

 

 

 

 

 여기도 산에는 나무 구경하기가 어렵다.

 

 

 

 

 드디어 카파도키아 특유의 땅모양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슬슬 분위기가 달라진다.

 

 

 

 

 이윽고, 드디어, 마침내 버스는 괴레메 마을 한복판의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나는 망설일 것도 없이 삭사안 호텔에 가서 묵기로 했다. 사장인 오스만씨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2005년에도 왔었으니 3년만이다. 이러다가 이 집의 단골이 될 것 같다.

 

 

 

 

 그는 우리에게 600년된 동굴방을 내어 주었다. 돈을 절약하라고 하면서 한방에 침대가 4개 들어있는 방을 사용하도록 권해왔다. 오히려 그게 낫다.

 

 

 

 

 벌써 이집에 묵는 것이 3번째이다. 

 

 

 

 

 우린 그렇게 재회를 했다.

 

 

 

 

 우리 옆 동굴방에는 일본인 외교관이 휴가를 와서 가족과 함께 머무르고 있었다. 이제 짐을 풀어두고 탐험길에 나서야 한다. 그래, 또 가보자.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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