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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8 조지아, 터키-두 믿음의 충돌(完

다소 가는 길 2

by 깜쌤 2008. 11. 4.

 

 내가 탄 차의 바로 앞자리에는 터키 아가씨 두사람이 앉았다. 작은 소리로 재잘거리며 정답게 앉아 가더니 한 아가씨는 아다나에서 내리고 나머지 한 아가씨는 계속 앉아 있는 것이었다. 

 

 

 

 

 아다나 터미널 부근에는 현대자동차 판매소가 자리잡고 있었다. 아다나 터미널은 제법 규모가 커서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아다나에서 타르수스(=타르소스, 다소)까지는 30분 정도밖에 안된다. 안디옥을 출발해서 아다나를 거친 버스는 다소에 들어가지 않고 도로가에다가 우리를 내려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염려하지는 않아도 된다. 이럴 경우에는 반드시 세르비스(=서비스 Service) 버스가 와서 태워가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운전기사에게 세르비스 버스가 있는지를 물어봐두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아니나 다를까 세르비스용 미니 버스가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내 앞자리에 앉았던 아가씨도 같은 차에 탔는데 그 아가씨 집이 바울의 집 부근에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지금 다소에 있는 바울의 집을 찾아가는 중이다. 바울은 영어로 Paul로 쓴다. 유럽 여러나라에서 쓰는 이름들인 파울, 바울, 파울로, 파블로프스키, 폴, 뽈, 바오로, 파울루스, 파울로스 등이 바울이라는 이름에서 왔다고 보면 틀림없다.

 

바울은 '지극히 작은 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의 원래 이름은 사울이었다. 다윗을 죽이려고 벼루고 벼루던 사울과는 다른 사람이다. 사울은 '큰 자'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데.....   바울의 고향이 다소(=타르수스)인 것이다.  아래 지도에서 검은 색점을 찍어둔 곳이 다소이다.  

 

 

 

 

 

                                                                                    <지도 출처-미국 야후>

 

바울을 빼놓고는 기독교 이야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성경 안에서 막강한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이다. 그런 분의 집을 찾아가 보는 것이니 굳이 다소를 들리려고 하는 이유를 이젠 대강이나마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와 함께 버스에서 내린 아가씨가 공교롭게도 바울의 집터 부근에 살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녀는 세르비스 기사에게 자기 집 부근에서 차를 세워줄 것을 요구했고 운전기사도 우리에게 뭐라고 지껄였는데 나는 한마디로 대답을 해주었던 것이다.

 

"바울! 폴!"

 

운전기사도 눈치는 빠른 사람이어서 우리는 바울의 집터 부근에서 아가씨의 안내로 쉽게 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 여행은 너무 신기하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요소요소에 꽉 박혀 있어서 기가 막힌 시간에 딱딱 만나지게 되는 것이다. 터키아가씨는 아주 수줍은 성격이어서 그런지 몇마디만 하고는 입을 다무는 것이었다.

 

 

 

 

여기도 한번 와본 기억이 난다. 예전에는 모두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두었으니 스캐닝해서 올릴 수밖에 없지만 그러기에는 내가 가진 시간이 너무 부족한 것이다. 예전과 달리 부근의 모습이 변했다싶어 앨범을 꺼내어 비교해 보았더니 발굴을 마치고 주위 환경을 완전히 새로 바꾼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옛 기록을 보니 2001년 7월 28일에 방문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때는 발굴중이었던 것이다. 

 

 

 

 

 여기가 바울이 살았던 집터이다. 집은 사라지고 지금은 우물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데 그나마 천만다행으로 발굴까지 해서 부근을 잘 정비해 두었다. 검은 차도르를 걸친 여자가 들어오는 쪽이 입구이다. 당연히 입장료를 내어야 한다.

 

 

  

 

 그가 살았던 집터를 발굴해서 강화유리로 덮어두었다.

 

 

 

 

 

 바울의 집터를 정비해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다 알 것이다.

 

 

  

 

 나는 주위를 천천히 걸어보았다.

 

 

 

 

 다소라는 이 도시는 우습게 여길 처지가 못된다. 이 부근에 있는 도시로는 메르신아다나가 유명하다. 다소의 역사는 기원전 3000년전경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다소 주민들은 자기들이 사는 도시가 아담의 아들 이 만든 도시로 여기고 있다니 할말을 잃을 지경이다. 사실 말이지 이 정도의 유구한 역사를 지난 도시는 드물지 않던가?

 

아담에게는 가인아벨이라는 아들만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면 성경을 대강 읽은 분들이다. 가인은 자기 동생 아벨을 죽이고 난 뒤 하나님께로부터 특별한 징표를 받고 추방되어 떠돌아 다니며 살게 된다. 아담과 하와는 또다른 혈육을 얻게 되는데 그 아들이 인 것이다. 성경 기록을 자세히 살펴보면 가인의 후손들이 좌악 소개되는 것으로 보아 아담과 하와는 그 이후로도 많은 자식들을 낳은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래야 가인도 결혼해서 후손을 이어갈 수 있지 않았겠는가 말이다.

 

발굴한 모습을 보면 지표면으로부터 조금만 파헤친 것 같은데 사실 고대 도시는 현재의 지표면으로부터 15-20여미터 정도 아래에 존재한다고 한다. 이 도시는 사람살이가 끊어진 적이 거의 없었다니까 그런 주장이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다고 볼 수 있겠다.

 

 

 

 

 입구 매표소의 모습이다. 매표소 안쪽으로 들어오면 바울에 관한 안내문이 서 있다.

 

 

 

 

 이런 식이다.

 

 

 

 

 이것은 예전의 모습인가 보다.

 

 

 

 

 물은 터키말로 라고 한다. 우물은 쿠유, 이젠 조금씩 낱말이 익숙해져 간다. 아지즈는 영어의 Saint(聖 성)에 해당하는 말인가 보다. 아지즈라는 이름이 왜 그리 많은지 이해가 된다. 어느 나라에 가든지 조금만 신경을 쓰면 단어공부는 쉽게 되는 법이다.

 

 

 

 

 

 영어설명문을 잘 읽어보면 상당한 지식을 알아낼 수 있다. 일부러 찍어서 올려보았다.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이 사진과 바로 아래 사진을 클릭해보시기 바란다. 대형사진 화면으로 뜰 것이다. 물론 다른 사진들도 클릭하면 더 크게 보실 수 있다.

 

 바울은 서기 5년에서 10년 사이 길리기아(Cilicia)의 타르수스(=타르소스. 다소)에서 태어났다고 전해지는데 서기 5년에 출생했다는 주장이 유력한 것 같다. 당시에 로마를 다스리던 사람은 시저(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뒤를 이은 아우구스투스였다. 아우구스투스는 성경에 아구스도로 나온다. 시저라는 이름은 카이사르의 영어식 발음이다.    

 

  

 

 

 

 

 당시 길리기아의 중심도시였던 다소는 페니키아인, 유대인, 헬라인(=그리스인, 희랍인), 페르시아인(=바사인)들이 어울려 사는 국제화된 도시였던 모양이다. 아시다시피 바울은 로마시민권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다. 요즘으로 치자면 미국 시민권 정도를 가지고 있던 사람으로 여기면 될 것이다.

 

원래 그는 유대교를 열심으로 믿는 사람이었다. 구약성경에 나타난 613가지의 율법을 철저히 지키고 살아왔다고 스스로 고백할만큼 골수 핵심 유대인이었다고 봐도 틀린 평은 아닐 것이다. 그는 당대 최고의 학자라고 평가를 받던 가말리엘(Gamaliel)의 문하가 되어 공부를 했다고 한다. 요즘 말로 치자면 미국의 하버드나 예일 혹은 프린스톤 같은 명문학교에서 최고의 지성을 자랑하는 초일류 교수에게 직접 사사받은 천재였다고 보면 된다.   

 

 

 

 

 

지도에서 굵은 선으로 둘러싸인 부분이 길리기아 지방이다. 바울은 그곳 길리기아의 다소 출신인 것이다. 지도 왼쪽 지중해에 보면  황색선으로 표시해둔 섬이 보인다. 거기가 로도스다.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뛰어라."라는 고사성어가 만들어진 로도스 섬인 것이다. 로도스 섬은 로마제정시대 최고의 지성들이 모인 섬이었다고 한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미국 아이비리그의 명문 대학으로 유학을 가듯이 로마제국 시대에는 로도스 유학이 최고의 지성인으로 평가받는 지름길이었던 모양이다. 바울의 고향 다소는 로도스 섬과 그렇게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다. 현재는 그리스 영토로 되어 있다. 예전부터 그리스인들이 사는 곳이었으니 당연한 결과이지만.....   

 

바울이 로도스에서 공부를 했다는 증거는 없지만 가말리엘의 문하생이었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로마제국 시절 로마 시민권을 가졌다는 것은 대단한 특권중의 하나였다고 볼 수 있는데 바울이 로마 시민권을 가지고 있었다는 이 사실은 나중 그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나는 바울의 집터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진한 황색 금잔화가 예쁘게 피어있길래 씨앗을 조금 받아왔다. 사실 씨앗을 가지고 입국하면 안되는 것으로 알지만 우리나라에도 흔하디 흔한 금잔화이므로 씨앗을 조금 채취해서 가지고 온 것이다. 용서하시기 바란다. 내년 봄에 화분에 심어볼 생각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