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여!
지난 주일엔 장로 피택을 위해 공동의회를 열었다네.
나도 개표위원이 되어 투개표를 살펴봐야할
입장에 있었다네.
정말 다행스럽게도 세분이 장로로
피택되셨다네.
내 입으로 장로 선거결과를 발표하고 나중에 온가족이
축복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정말 많이 울었다네.
나는 말일세, 내 혼자 한명만 장로로 피택되고 난 뒤에도 한달동안이나
부모님께 알리지를 못했다네.
왜 그랬는지 자네는 알지 않는가?
임직을 할 때도 혼자 섰다네.
정말이지 너무 외롭다 못해 서글프기만 했었다네.
안수집사 임직때도 가족사진 한장 찍지 못했다네.
부모형제가 다 모여 행복한 모습으로 온가족이
다 함께 사진찍는 모습을 보며
나는 속으로만 눈물 흘렸었네.
내가 내 형편을 어찌 이런 자리에서 이야기를
다할 수 있겠는가?
내 어리석음과 무능함과 부족함이 얼마나 많은지를
어찌 내입으로 이야기할수 있겠는가 말일세.
주보를 통해 오늘 정식으로 이번에 피택되신 분들에 대한
당선자 공고를 했었네.
내가 빠져나가야 할 터널은 어디쯤일까?
내가 짊어진 십자가라고는 하지만 너무
무겁게만 느껴지기에
힘들어하다가 문득 자네 모친을 떠올리며
몇자 끄적거려본다네.
자네들이 지난 봄에 마련해준 십자가 목걸이를
생각해보았다네.
벗이여!
정말 오랫만에 자네 집을 기웃거려 보았다네.
이 집 같기도 한데......
맞는가?
자네 자당께서 섬기시던
교회가 아니던가?
이방이지? 이게 자네 방이지?
자네를 만나러 몇번 가본 곳이
맞는 것 같은데......
단아한 모습의 자네 모친이 내어오시던
정갈한 그 밥상을 나는 잊지 못하네.
내가 장로로 피택되고 나서 그렇게 좋아하시던
자네 모친의 음성이 귓가에
맴돌고 있네.
자네 집 들어가는 부근의 집이라네.
눈에 익겠지?
아마도 자네는 이 길을 부지런히
다녔지 않았겠는가?
자네 동네이지.
담쟁이 잎이 이리도 붉은 가을이라네.
우리도 이젠 인생의 가을을 지나고
있는 것 같으이.
자네 누이의 아름다운 심성이 너무
고맙기만 했네.
자네 생질의 도움을 이번에도
많이 입었네.
자당께 이 사진을 보여드려보지
않겠는가?
건강하게 오래 사시는 그복이 얼마나
큰 복인지......
곱게 늙으신다는 것은
정말 큰 복이네.
지난 10월말에 전화를 했을때 이 사진을
찍었지만 올리는 것이
조금 늦었네.
대중가요를 넣었다고 흉보시지 말아주게.
나도 어쩌다가 한번은
들어보고 싶다네.
어떤가? 자네도 이젠 방황(?)을 끝내고 자당의
간곡한 부탁을 받아들이시게나.
자네 집 앞 벌판에 햇살이 지나가는
모습이 보이시는가?
인생살이가 그런 것 같더구먼.
오늘도 나는 하루종일 바빴었네.
이제 몇시간 정도
쉬어보는 중일세.
나는 내 모친을 생각할 때마다
눈물을 흘린다네.
이 쓰라린 심정을 어디가서 토해 놓겠는가?
속으로만 삭이지.
안으로만 삭이고 억누르고
견디고 누르고......
벗이여!
부디 잘 생각해 보시게나.
자네와 내가 어린 시절을 같이
보냈던 운동장일세.
이젠 낯설기만 한 그들인데 그나마 시골에서는
너무도 귀하디 귀한 아이들이라네.
자당께 안부 전해주시게나.
다시 한번 더......
그럼 이만.......
어리
버리
2019년 12월 현재, 이 풍경은 영원히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영주댐 공사로 인해 수몰되고 만 것이지요.
친구 자당께서는 2019년 12월 16일 월요일
새벽에 영면하셨습니다.
음악서비스가 종료되면서 올려두었던 대중가요(조용필님의 친구여)도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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