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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초등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옛날의 금잔디 Long Long Ago (고향)

벗에게

by 깜쌤 2008. 11. 2.

 

 


 친구여!

지난 주일엔 장로 피택을 위해 공동의회를 열었다네.

나도 개표위원이 되어 투개표를 살펴봐야할

입장에 있었다네.

  

 


 정말 다행스럽게도 세분이 장로로

피택되셨다네.

  

 

 

 

내 입으로 장로 선거결과를 발표하고 나중에 온가족이

 축복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정말 많이 울었다네.

    

 

 

 

나는 말일세, 내 혼자 한명만 장로로 피택되고 난 뒤에도 한달동안이나

부모님께 알리지를 못했다네.

왜 그랬는지 자네는 알지 않는가?

  

 

 

 

임직을 할 때도 혼자 섰다네.

정말이지 너무 외롭다 못해 서글프기만 했었다네.

안수집사 임직때도 가족사진 한장 찍지 못했다네.


부모형제가 다 모여 행복한 모습으로 온가족이

다 함께 사진찍는 모습을 보며

나는 속으로만 눈물 흘렸었네.

  

 

 


 내가 내 형편을 어찌 이런  자리에서 이야기를

다할 수 있겠는가?


내 어리석음과 무능함과 부족함이 얼마나 많은지를

어찌 내입으로 이야기할수 있겠는가 말일세.

 

  

 

 

주보를 통해 오늘 정식으로 이번에 피택되신 분들에 대한

당선자 공고를 했었네.


내가 빠져나가야 할 터널은 어디쯤일까?

  

 

 


 내가 짊어진 십자가라고는 하지만 너무

무겁게만 느껴지기에

힘들어하다가 문득 자네 모친을 떠올리며

몇자 끄적거려본다네.

 

  

 


 자네들이 지난 봄에 마련해준 십자가 목걸이를

생각해보았다네.

  

 

 


 벗이여!

정말 오랫만에 자네 집을 기웃거려 보았다네.

   

 

 


 이 집 같기도 한데......

맞는가?

  

 

 


 자네 자당께서 섬기시던

교회가 아니던가?

 

 

 


이방이지? 이게 자네 방이지?


자네를 만나러 몇번 가본 곳이

 맞는 것 같은데......

  

 


 단아한 모습의 자네 모친이 내어오시던

정갈한 그 밥상을 나는 잊지 못하네.

  

 

 


내가 장로로 피택되고 나서 그렇게 좋아하시던

자네 모친의 음성이 귓가에

맴돌고 있네.

  

 

 


자네 집 들어가는 부근의 집이라네.

눈에 익겠지?

  

 


 아마도 자네는 이 길을 부지런히

다녔지 않았겠는가?

 

  

 


 자네 동네이지.

  

 

 


담쟁이 잎이 이리도 붉은 가을이라네.


우리도 이젠 인생의 가을을 지나고

있는 것 같으이. 

  

 

 


 자네 누이의 아름다운 심성이 너무

고맙기만 했네.


자네 생질의 도움을 이번에도

많이 입었네.

 

  

 


 자당께 이 사진을 보여드려보지

않겠는가?

  

 


  건강하게 오래 사시는 그복이 얼마나

큰 복인지......

  

 

 


 곱게 늙으신다는 것은

정말 큰 복이네. 

 

 

 


 지난 10월말에 전화를 했을때 이 사진을

찍었지만 올리는 것이

조금 늦었네. 

  

 

 

 대중가요를 넣었다고 흉보시지 말아주게.


나도 어쩌다가 한번은

들어보고 싶다네.

 

  

 


어떤가? 자네도 이젠 방황(?)을 끝내고 자당의

간곡한 부탁을 받아들이시게나. 

  

 

 


 자네 집 앞 벌판에 햇살이 지나가는

모습이 보이시는가?


인생살이가 그런 것 같더구먼.

 

  

 


오늘도 나는 하루종일 바빴었네.

이제 몇시간 정도

쉬어보는 중일세.

 

  

 


 나는 내 모친을 생각할 때마다

눈물을 흘린다네.

  

 

 


  이 쓰라린 심정을 어디가서 토해 놓겠는가?

속으로만 삭이지.


안으로만 삭이고 억누르고

견디고 누르고......   

 

 

 


 벗이여!


부디 잘 생각해 보시게나.

 

 

 

 

 


자네와 내가 어린 시절을 같이

보냈던 운동장일세.


이젠 낯설기만 한 그들인데 그나마  시골에서는

너무도 귀하디 귀한 아이들이라네.

 

 

 

 


 자당께 안부 전해주시게나.

다시 한번 더......

 

  

 


  그럼 이만.......

 




 

어리

버리

 

 


 


 2019년 12월 현재, 이 풍경은 영원히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영주댐 공사로 인해 수몰되고 만 것이지요.


친구 자당께서는 2019년 12월 16일 월요일

새벽에 영면하셨습니다.


음악서비스가 종료되면서 올려두었던 대중가요(조용필님의 친구여)도

사라지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