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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옛날의 금잔디 Long Long Ago (고향)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3 - 선생님께!

by 깜쌤 2008. 11. 11.

 

 

 그때 선생님게서는 서울에서 오셨습니다. 분명 그렇게 들었습니다.

 

  

 

 

건강이 나빠서 잠시 몸을 추스리기 위해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5학년 1학기 때였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키가 크셨고 조금 말랐다는 생각이 드는 얼굴에는 면도 자국이 파랬습니다.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기에 귀에 낯설기만 했던 서울말씨가 아련하게 귓전을 맴돕니다.

  

 

 

 

저희들에게 야구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셨습니다. 넓적한 판대기로 고무공을 아무렇게나 후려갈기던 저희들에게 진짜 규칙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우리 마을에서도 다시 재(고개)하나 더 너머 산골에서 다니던 친구가 고물 방망이를 대신하여 판대기로 새로운 야구방망이를 만들어왔던 날의 기억이 어렴풋합니다.

  

 

 

 

시골생활 모든 것이 신기하셨기에 저희들을 데리고 자주 개울로 가셨습니다. 

 

 

 

 

모래위로 맑은 물이 흐르던 학교앞 개울에 가서 물놀이를 하고 고기를 잡던 날이 어제 같습니다.

  

 

 

 

참으로 죄송스럽지만 이젠 선생님 성함도 잊어버렸습니다. 어디서 오셨다가 어디로 가셨는지는 더구나 기억조차 못하니 송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선생님!

한번 뵙고 싶습니다.

 

 

 

 

 아직도 살아계신다면 여든은 확실하게 훌쩍 넘기셨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어디가서 어떻게 찾으며 뵐 수조차 있을른지 모르겠습니다.

  

 

 

 

성함조차 모르고 얼굴조차 기억이 나지 않으니 꿈에서나마 만나뵐 수 있을른지요?

  

 

 

 

제일 어리버리하고 못나기만 했던 저도 어쩌다가 선생님께서 걸으셨던 길을 따라 걷게 되었습니다.

 

  

 

 

틀림없이 선생님은 오후 1시경에 청량리로 올라가는 기차를  타고 가셨지 싶습니다. 이젠 그 기차가 선생님이 타고 내리셨던 그 기차역을 그냥 지나쳐 함부로 막 가버립니다.

  

 

 

 

선생님께서 제자같지도 아니한 저같은 제자를 기억하실리도 없으실테고, 초라한 이 글을 보실리도 없겠지만....... 저는 아직도 선생님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6개월동안 잠시 머무르셨던 학교를 살펴보았습니다.

 

  

 

 

 정 생각이 안나시면 너무 깨끗해서 반짝이기만 했던 모래밭과 그 위를 굴러내려가던 개울물을 떠올려 보십시오.

 

 

 

 

 

내성천을 기억하시면 사진 속의 이 장소가 어디인지 기억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선생님!

이젠 모든 것이 다 그립고 아쉽습니다. 살아나계시는지요?

  

 

 

저는 파아란 하늘빛과 날려버린 기억의 조각들이 그리워 들판을 헤집고 찾아다녀보았습니다. 하지만 이젠 어디에서도 찾을 길이 없었습니다.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을 수 있겠습니까만.......

 

내내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어리

버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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