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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8 조지아, 터키-두 믿음의 충돌(完

안디옥 1

by 깜쌤 2008. 10. 31.

 

   너른 공터에는 양과 염소들이 풀을 찾고 있었지만 거울처럼 말갛게 변해버린 장 소에서 먹을 풀을 구한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같이 보였다. 주인이 녀석들을 불러모을 때 눈치빠른 염소들은 재빨리 인도로 올라와 가로수 잎을 뜯어먹기도 했다.

 

 

 

 

 돌아오는 길에 만난 길가 건물에는 스머프 그림들이 그려져 있기도 했다. 나중에 우리들은 스머프('아주 작은 인간들'로서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임)들이 살 것만 같은 동네를 방문하게 되는데 거기가 바로 카파도키아이다.

 

 

 

 

 사방에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저녁 노을이 붉게 타기 시작하면서 미나렛에도 어둠이 스멀스멀 내려앉기 시작했다.

 

 

 

 

 가로등들이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했고......

 

 

 

 

 고급호텔 주위에는 환하게 불을 밝혀두었다.

 

 

 

 산르우르파 성채위에는 달이 뜨기 시작했다.

 

 

 

 벌써 보름달이 되어가고 있는 모양이다. 객지에서 쳐다보는 보름달은 왠지 서글픔을 안겨준다.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온 우리들은 젊은 청년들이 새로 사온 빵과 과일로 저녁을 때웠다. 햇빛이 뜨거운 이런 지방의 포도는 특히 맛이 있는 법이어서 포도와 빵으로만 저녁을 먹어도 아무 이상이 없을 정도이다.

 

 

 

 

 오후에 버스 정류장으로 갔던 아지즈씨는 몇명의 백인들을 끌고 왔는데 그들을 요리하는 솜씨가 보통이 넘었다. 결국 그들로부터 넴루트 산으로 투어를 떠나는 계약을 이끌어냈던 것이었다. 사업수완이 보통이 넘었다.

 

그는 자기가 가진 방명록 공책을 꺼내와서 나에게 한말씀 적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란을 오간 택시요금은 기록하지 말기를 당부해왔다. 역시 치밀한 사람이다. 장사수단이 그 정도는 되어야 한다. 나는 그에 대해 느낀점을 솔직하게 우리말로 적어두었다. 내 보기로는 다 믿어줄 것도 없는 사람이지만 못믿을 정도로 의심할 만한 인물은 아니었다. 그만큼 성실하고 솔직하기도 했다.  

 

우리는 그의 게스트 하우스 방에서 밤 11시까지 버텼다. 더 있어도 문제는 없었지만 에어컨이 빵빵한 방으로 옮기기를 원하는 백인 아가씨들을 위해서라도 일찍 방을 비워주기로 했다. 그랬더니 아지즈씨는 자기가 버스터미널까지 태워다주겠다고 나섰다. 베풀면 그만큼 돌아오는 법이다.

 

터미널로 돌아온 우리들은 밤 12시 경에 도착한 버스를 탔다. 우리 자리는 제일 뒷자리여서 엔진소리가 조금 들렸다. 하지만 잠만 들면 아무 일도 없는 법이다. 이제 우리는 시리아 국경과 가까운 안디옥(일명 하타이)으로 가는 길이다. 안디옥은 영어로는 Antioch라고 쓴다. 하타이 혹은 안티옥(안티오크)정도로 발음하면 다 알아들었다.

 

 

 

 

 

                                                                                                                  <고대의 무역로>

 

바로 위 지도에서 옥색 점으로 표시한 곳이 하란안디옥(=하타이)이다. 우리는 야간버스를 타고 하란에서 안디옥으로 이동하려고 하는 중이다. 황색점으로 표시한 점들을 잘 보면 고대사를 이해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성경적인 지식이 없는 분들을 위해 잠시 도시들의 성격만 정리해 드린다.

 

우르 (Ur) - 아브라함의 고향

수사 (Susa) - 다니엘이 바사(=페르시아) 제국에 포로로 붙들려 갔던 곳

바빌론 (Babylon) - 바빌로니아 제국의 수도가 되는 도시

아슈르 (Ashur) - 아슈르시. 신전도시

니네베 (Nineveh) - 앗시리아의 수도. 요나가 심판을 예고한 도시 니느웨

다마스쿠스 (Damascus) - 바울의 회심(回心)과 관계있는 도시. 다메섹(다마스커스)

예루살렘 (Jerusalem) -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페트라 (Petra) - 나바테아인들이 건설한 신비의 도시.

에시온게벨 (Ezion Geber) - 솔로몬의 배들이 출발하기도 했던 홍해의 무역항

멤피스 (Memphis) - 이집트 고왕국 시대의 수도 

  

 

 

 

 한참 정신없이 자고 있는데 벌써 목적지에 다왔다며 우리들을 깨웠다. 엉겹결에 정신을 차리고 시계를 보니 새벽 5시밖에 되지 않았다. 배낭을 찾아들고 보니 언덕 밑에서 쌀쌀한 바람이 거세게 불어 닥쳐 약간의 추위를 느끼게 만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지형지물을 살펴보니 안디옥이 맞긴 맞다. 여기도 저번에 와본 도시이기 때문에 구별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아라비아 냄새가 슬슬 풍기기 시작한다.

 

 

 

 

 지평선 너머로부터 해가 뜨기 시작했다. 언덕 분위기가 이란의 페르세폴리스와 흡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해가 완전히 뜰때까지 버스 대합실에 들어가서 기다리기로 했다. 그동안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시리아에 가지 않겠느냐, 환전을 하지 않겠느냐고 물으며 우리를 귀찮게 했다.

 

 

 

 

 화장실에 가서 낯을 씻었다. 그다음에는 버스표를 구해야만 했다. 일정을 계산해보니 어떤 일이 있어도 오늘 오후에는 바울의 고향인 다소(=타르수스)를 보고 밤에는 카파도키아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한다. 그러려면 여기에서 낮에 출발하는 버스표를 구해야 했다.

 

우리는 하스(=하쉬) 회사의 버스표를 구했다. 오후 1시반 출발인데 타르수스를 거쳐가는 모양이다. 이젠 버스 요금은 깎을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거의 정찰제가 정착되어 가는듯 했기 때문이다. 버스 회사에 배낭을 맡겨두고 시내구경을 나가야 했다.

 

 

 

 알아보니 19번 버스가 시내로 들어간단다. 버스 정류장 밖에 나가 서쪽의 사진을 찍어두었다. 오후에 우리는 저 고개를 넘어갈 것이다. 저 언덕을 오를 때 버스 안에서 아래쪽을 내려다보는 경치 하나는 환상적이다. 절대 놓치면 안된다.

 

 

 

 

 바로 앞 언덕에는 올리브 나무 밭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른 아침인데도 해가 뜨니까 곧바로 열기가 올라온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도에서 푸른색 둥근 점을 찍어 놓은 곳이 바울의 고향인 타르수스이다. 우리는 황색선을 따라와서 지금은 안디옥(하타이)에 와있는 것이다. 자, 그럼 이제부터 시내로 들어가보자. 아래의 황색점이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이다. 안디옥에서 예루살렘까지는 서울에서 부산정도의 거리보다가 조금 더 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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