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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8 조지아, 터키-두 믿음의 충돌(完

욥 만나기 2

by 깜쌤 2008. 10. 29.

 

 하란 가는 방향으로 시내에서 한 20분 가량만 걸으면 욥의 우물터가 나온다. 저 앞에 보이는 모스크 속에 욥의 우물터가 있다. 저번부터 욥, 욥 했으므로 욥이 도대체 누구길래 그렇게 호들갑아닌 호들갑을 떠드냐고 하실 분들을 위해 욥 이야기를 잠시만 꺼내보기로 하자.

 

욥은 기원전 2000년경에 살았을 것으로 짐작되는 인물이다. 짐작된다는 식으로 이야기 하는 것은 확실하고도 결정적인 물증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부터 약 4천년 전에 중동지방 어디쯤에서 살았던 실존 인물인 것으로 짐작되는 사람이다. 구약성경 속에는 욥기(Job記)기가 등장하는데 거기를 보면 그는 우스(Uz) 땅에 살았다고 되어 있다. 우르우르크 같은 도시국가들의 위치는 밝혀져 있지만 우스가 어디인지는 정확하게 알려진 것이 없다고 한다.

  

 

 

 

 우스의 위치에 대해서는 자연히 여러가지 학설이 등장하게 되는데 오늘날의 요르단쪽으로 해당하는 에돔지방이나 아라비아 지방에 있었다는 주장이 나오게 되었다. 회교를 믿는 터키나 시리아(=수리아) 사람들은 산르우르파 시내에 욥이 살던 집이 있었다는 주장을 진리처럼 철석같이 믿고 있으니 도대체 무엇이 맞는 이야기가 되는지 알길이 없다.

 

욥의 우물터가 있다는 모스크 앞에는 말끔하게 정리된 빈터가 있었다. 여기에 무엇인가를 만드려고 하는 모양이다. 우리가 갔을 때는 양떼들이 여기저기 흩어져서 풀뿌리까지 다 파먹고 있는 중이었다.

 

 

 

 

터키 이스탄불의 톱카피 궁전 보물실에 들어가보면 모세(Moses)의 지팡이라고 전해지는 꼬부라진 막대기가 등장한다. 그게 진짜 모세의 지팡이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회교도들은 아주 거룩하게 여기며 보물 다루듯이 다루고 있는 중이다.

 

코란에도 당연히 모세가 선지자 가운데 한명으로 등장한다. 성경을 체계적으로 읽어본 분이 코란을 한번이라도 읽어보면 느끼겠지만 코란 속에는 성경 내용을 이리저리 마구 섞어 놓은데다가 개작(改作)을 해서 이야기를 복잡하게 만들어 두었으므로 그 혼란스러움에 머리가 흔들릴 지경이 될 것이다.

 

마호멧은 정확한 역사적인 자료를 근거로 해서 코란을 쓴 것이 아니다. 아시다시피 코란은 마호멧이 직접 기록한 것이 아니고 그가 죽고난 뒤 제자들이 정리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의하면 가브리엘 천사가 동굴속에서 수도중이던 마호멧에게 신의 말씀이라며 계시한 내용을 마호멧이 자기의 추종자들에게 전했고 그것을 나중에 정리한게 바로 코란인 것이다.

 

 

 

 

 성경에는 천사이름이 셋 등장한다. 가브리엘, 미가엘, 루시퍼인데 루시퍼가 우리가 아는 사단(Satan 사탄)이다. 가브리엘 대천사는 마리아에게 그리스도를 잉태할 것이라고 알려준 천사이다. 루시퍼가 과연 천사의 이름이냐 아니냐에 관해서는 여러가지 논란이 있으므로 여기에서 자세하게 일일이 다 말할 수 없음을 이해하기 바란다.

 

마호멧에게 신의 말씀을 전했다고 하는 천사는 가브리엘이다. 가브리엘이라는 이름의 천사가 등장하는 것은 성경이 먼저다. 성경 속에 등장하는 가브리엘이 다시 마호멧에게 등장해서 지금까지 기록되고 알려진 성경내용과 완전히 다른 내용을 계시해 주었다면 마리아에게 나타난 가브리엘과 마호멧에게 나타난 가브리엘 가운데 둘중 하나는 분명히 가짜가 된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여튼 성경에 나타나는 욥이 코란에도 등장하는데 그 내용이 완전히 판이하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둘 중 하나는 분명 엉터리가 되는 것이 마땅한 일 아니던가? 가끔 우리는 역사 기록의 진실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역사는 강자들의 자기 합리화에 지나지 않는다는 식으로 비하하는 사람도 많지만 어쨌거나 기록을 중요시 한다는 사실은 틀림없다. 

 

 

 

 

2000년 가을 일본에서 터진 구석기유물 조작사건은 또 어떤가? 아마추어 고고학자였던 도호쿠(東北) 구석기 문화연구소 부이사장으로 있던 후지무라 신이치(藤村新一)라는 인간이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70만년 전 구석기 유적이라며 발굴한 가미타카모리 유적 사건 말이다. 엉터리 유물을 묻어놓고 발굴한 뒤 그것을 근거로 해서 일본 역사가 세계 4대 고대문명보다 앞선 놀라운 역사라고 주장하던 일본인들의 그 놀라운 뻔뻔함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까?

 

그리 오래 살아본 것은 아니지만 나는 지금까지의 인생살이에서 깊은 회의를 느껴본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특히 종교와 정치문제에서는 더욱 더 그런 일을 많이 느껴왔다. 무엇이 진리이며 무엇이 진실일까? 과연 무엇이 엉터리이며 무엇이 참일까?

 

 

 

   

 욥이 거처했다는 동굴에까지 찾아온 우리들은 망설였다. 가만히 보니까 거의 여자들만 들어가는 것 같아서 들어가기가 망설여졌다. 욥이 저 지하 동굴에서 무엇을 했다는 것일까? 터키에서는 욥을 에이윱 정도로 발음하는 모양이다. 히브리어에서도 그와 비슷하게 발음하는 것 같다. 동굴 입장은 유료였다.

 

 

 

 

 동굴이 있는 반대편쪽으로 욥의 우물터가 있다. 우물터가 존재한다는 말은 욥이 여기에서 살았다는 의미가 아니던가? 욥이 당한 엄청난 고난을 자세히 기록한 욥기(Job記)는 일종의 지혜서(知慧書)라고 볼 수 있다. 욥기 속에는 지혜로운 말과 대화들이 가득하다.

 

당대(當代)의 완전한 의인(義人)이었던 욥은 행동이 남다르게 옳바르고 훌륭해서 모든 사람의 모범이 되었지만 사단의 시험으로 인해 상상할 수 없는 고초를 겼은 것으로 나와있다.

 

그는 7000마리의 양과 3000마리의 낙타와 일천정도의 가축떼와 500마리 정도의 당나귀를 소유했다고 하니 요즘 기준으로 봐도 대단한 부자였으며 당시로서는 상상을 넘어서는 부자였던 것이다. 거기다가 일곱 아들과 세딸을 거느린 다복한 가정의 가장이었지만 사단의 장난으로 인해 이 모든 것을 순식간에 모두 다 잃어버리고 병까지 얻어 비참한 상태로 전락하고 만다.

 

 

 

 

 욥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긴 그의 친구들이 찾아와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위로하기도 하고 뉘우치기(=회개)를 촉구하고 서로 변론을 주고받는 것이 욥기의 전반부라고 할 수 있겠다.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지하동굴 속에도 들어갔고 우물 구경을 하고 갔다. 우리는 지하에 들어가지 않고 우물을 살펴보는 정도로 만족했다.

 

 

 

 

 이 우물이 욥의 우물터이다.

 

 

  

 욥의 동굴과 우물터를 들러싼 거대한 규모의 모스크는 새로 지은 것 같다. 7년 전에 왔을때는 이렇게까지 깔끔하게 정리해두지는 않았던 것 같다.

 

 

 

 

우물에 걸린 도르레 위의 문구를 일부러 사진찍어 두었다. 집에 와서 코란을 보고 확인해보기 위해서였다. 이 글을 쓰면서 코란을 펴서 확인해 보았더니 사드 41절-42절에 있는 글귀였다. 그 내용을 소개한다. 내가 임의로 번역한 것이 아니라 책에 있는 번역문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41 하나님의 종 을 상기하라 그는 주님께 간구하길 사탄이 고통과 재난으로 저를 괴롭히나이다

42 이때 말씀이 있었노라 네 발로 때리라 여기에 씻을 물과 마시기에 깨끗한 물이 있을 것이라

 

글귀를 자세히 보면 에이윱(욥)이라는 말도 나오고 세이탄(사탄)이라는 말도 등장한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면서 건물 그림자가 모스크 속으로 밀려들고 있었다.

 

 

 

 

 다시 한번 더 주변 분위기를 정리하고.....

 

 

 

 

 사원 전체를 눈속에 넣어두었다.

 

 

 

 이젠 돌아나갈 차례다.

 

 

 

 

 시내까지 걸어가면 아마 해가 질 것이다.

 

 

 

 

 우리는 자미를 나왔다. 아는 길이므로 그냥 돌아나오면 끝나는 것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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