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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8 조지아, 터키-두 믿음의 충돌(完

하란 8 - 야곱

by 깜쌤 2008. 10. 24.

 

 이제 야곱 이야기만 조금 하고 나서 하란편을 끝맺음하고 싶다. 앞글에서 유대인과 아랍민족의 기원을 풀어본 이유는 중동 지방에서 벌어지는 일 때문에 세상이 하도 뒤숭숭하므로 문제의 출발점을 어설프나마 나름대로 한번 짚어보고 싶었을 뿐이다.

 

 

 

   

 야곱은 영어로 Jacob라고 쓴다. 서양 사회에서 이런 이름은 아주 흔한 모양이다. 제이콥이나 야코프나 야고브스 같은 이름은 나라나 민족마다 발음이 다르게 난다는 정도의 차이이지 기본 의미는 같은 것이다.

 

 

 

 아브라함의 손자이며 이삭의 쌍동이 아들 가운데 동생이었던 야곱은 형 에서(Esau 영어로는 이:소 정도로, 다른 발음으로는 에사우 정도로 소리날 것이다)의 장자권(長子權)을 가로챈 일로 인해 형의 미움을 받아 가나안을 떠나 외삼촌 라반이 사는 하란으로 떠나오게 되는 것이다. 야곱의 어머니가 되는 리브가는 원래 하란에서 살던 사람이었다.

 

 

 

 

 유대민족을 이루는 아브라함 집안의 여행 내력은 하란을 중심으로 펼쳐진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이삭의 큰아들인 에서의 후손은 나중에 다른 민족이 된다. 아브라함의 조카가 되는 롯의 후손도 나중에 다른 민족이 되어 나라를 수립하게 되는데 오늘날의 요르단이라고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가 지금은 물이 흔한 동네가 되었지만 예전엔 결코 그런 곳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럼 아래 사진으로 확인해보자. 사진의 출처는 earthobservatory.nasa.gov이다. 항공우주국(NASA)에서 제공한 것이므로 아주 신빙성이 높은 것이다. 물론 지금 내가 여행하고 있는 장소가 바로 하란부근이므로 이 글 전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위성 사진에서 옥색으로 점을 찍은 곳 중에서 푸르게 나타난 곳은 아타튀르크댐으로 인해서 만들어진 호수지대이고 그 아래의 옥색점은 하란의 위치를 나타낸다. 녹색으로 보이는 곳이 경작지이다.

 

 

 

 

 

위의 사진은 1993년 8월 하란 지방의 사진이고 아래는 2002년 8월의 하란 지방 사진이다. 초록색은 주로 목화(면화)를 중심으로 하는 경작지를 의미한다. 10년간의 경작지 변화상태를 파악해보면 엄청난 변화가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경작지 바깥의 색깔을 보면 하란 부근이 사막지대라는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세계사 수업을 한번만이라도 들어 보았다면 중동지방의 고대사를 배울때 '비옥한 초생달지대'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 강 주변과 오늘날의 이스라엘을 거쳐 이집트의 나일강 하류 삼각지대를 연결하는 초생달모양의 지대는 아득한 옛날부터 농사를 짓기에 아주 적합했기에 그런 별명으로 불려져 왔다. 물론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학자는 따로 있지만 말이다.

 

 

 

 

 그 언저리에 하란이 들어있는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대홍수 이야기를 담은 길가메시 서사시를 적은 진흙서판도 하란 부근에서 출토되었다는 사실을 알면 하란이 가지는 역사적 의미를 더 깊게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출토지를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하란은 아니고 하란에서 산리우르파 가는 길목 부근에 있다.

 

 

 

 

 그러므로 이 지방의 역사를 대강이나마 알아두는 것은 여러모로 유용한 것이다. 성경에 등장하는 야곱도 여기에 와서 거의 20여년의 세월을 보내었고 마침내 그는 큰 부자가 되어 고향인 가나안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가 곡물 농사를 지어서 부자가 된 것이라고 보기보다는 목축업을 해서 부자가 되었다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편하다.

 

 

 

 

 

 바로 위의 지도가 비옥한 초생달 지대를 나타내고 있다. 제일 오른쪽의 점은 우르의 위치이다. 아브라함은 우르에서 살다가 황색으로 표시된 하란을 거쳐 옥색으로 표시된 가나안으로 갔던 것이다. 황색으로 그어진 선이 아브라함과 야곱과 이삭이 여행했던 경로가 된다.

 

 

 

 

 

 하란의 흙집은 메소포타미아와 시리아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야곱의 우물터를 가보지 못했다. 물이 귀했던 시절에 우물이 가지는 의미는 남달랐다.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은 우물을 파는데 아주 특별한 재능을 가졌던 것 같다. 성경 내용만을 가지고 살펴본다면 그는 다섯개의 우물을 판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삭은 다툼이 벌어질때마다 시비를 걸어온 이웃들에게 양보하는 아름다운 심성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건조지역에서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우물을 판 것 중에서 최고의 압권은 역시 카레즈가 아닐까 싶다. 카레즈가 무엇인지 궁금한 분은 내가 쓴 다른 배낭여행기를 읽어보시기 바란다. 글 제목을 눌러보면 화면이 바뀔 것이다.

 

포도의 도시 투루판 - (13) 포도구에서 포도 먹기
 
포도의 도시 투루판 - (12) 포도! 포도구!!
포도의 도시 투루판 - (11) 지하수로

 

 

 

 

 

 우리는 마을을 천천히 가로질러 성채로 가보기로 했다. 집들 입구를 잘 보면 곳곳에서 주민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주민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겠다.

 

 

 

 

 처음 내가 7년 전에 여기에 왔을때 어떤 아주머니는 담배 피우는 장면을 찍도록 허락하는 대신 돈을 요구했었다.

 

 

 

 어느 틈에인지 꼬마들이 나귀를 몰고 우리 곁에 다가왔다. 나귀란 녀석은 아무리 봐도 신기한 동물이다. 저 작은 것이 어떻게 사람들을 태우고 다닐 수 있는지 모르겠다. 허리뼈가 초특급재질로 이루어져 있는 모양이다.

 

 

 

 

 검불과 나뭇가지를 모아놓은 집도 보였다. 땔감으로 쓰는 것일까?

 

 

 

 

 뜨거운 햇살 아래 유도화가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유도화가 만들어내는 그늘 밑에는 집오리들이 놀고 있었고........

 

 

 

 

오리들은 구정물을 마시기도 했다. 나중에 성채에 올라가서 보니 마을 주위를 둘러싼 벌판으로 맑은 물이 콸콸 흐르는 수로가 지나가고 있었다.

 

 

 

 

 사정없이 내리쬐이는 햇살아래 바짝 마른 흙담이 더더욱 오그라들면서 말려지고 있었다.

 

 

  

 집안에 나무가 있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만 하다. 나무가 자란다는 말인데......

 

 

  

 외양간인지 마굿간인지 염소우리인지는 모르지만 우리나라 것들과 제법 많이 닮았다.

 

 

 

 

 하란에서는 예전부터 달의 신인(月神) Sin을 섬기기도 했다고 한다.

 

 

 

 

 벽돌로 만든 건물들이 제법 단단하게 보인다.

 

 

 

 

 큰 도랑을 건너 성채에 오르니 하란 주변이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벌판을 누비는 물길이 보인다. 저 물이 이 황량한 벌판을 옥토로 바꾸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성채 바로 앞에는 천막을 쳐둔 집이 있었고 천막 밑에는 의자들이 놓여 있었다. 단체 관광객들이 여기와서 쉬는 것일까? 일단 그늘에만 들어가면 그지없이 시원해졌다.

 

 

 

 

 지붕의 모습이 정말 특이하다.

 

 

 

 

 마을은 바싹 마른 열기로 인해 사정없이 데워지고 있었다.

 

 

 

 

 시리아 쪽으로는 끝없는 지평선의 연속이다. 국경은 저 앞에 있으리라.

 

 

 

 

 자세히 살펴보니 집집마다 나무 한그루씩은 거의 다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마을 이곳저곳에 나무를 심을 수도 있다는 말인데.....

 

 

 

 

 

 자기 집안만 시원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런 싱그러움이 사막 한가운데 자리잡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성채는 아마 진흙벽돌로 쌓았던 모양이다.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우리는 피로를 풀었다.

 

 

 

 

 우리가 밖을 내다보던 성문의 모습이다.

 

 

 

 

 다시 한번 더 사방을 찬찬히 살피던 우리들은 어설픈 영어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현지인 청년이 이탈리아 관광객들에게 영어로 설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탈리아 스타일의 영어를 구사하니 알아듣기가 어렵다.

 

 

 

 

 이젠 여기에도 현대적인 집들이 들어서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이런 식으로 나가면 하란의 전통가옥이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일지도 모른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갑자기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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