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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8 조지아, 터키-두 믿음의 충돌(完

하란 6 - 미나렛에서

by 깜쌤 2008. 10. 21.

 

 울루 자미 신학교터를 향해 걸었다. 한때 여기가 잘못 알려져서 세계 최고의 대학터였다는 식으로 소문이 나기도 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자미는 터키말로서 이슬람교의 회당(會堂)을 의미한다. 이슬람교도 종교이니만큼 성직자들을 길러내는 기관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신학교라는 말이 나오는 모양이다.

 

 

 

 

 아지즈씨는 이 터를 가리키며 단순히 "유니버스티"라고 했었다.

 

 

 

 

 작년에만 해도 여기에는 철조망이 쳐져 있지 않았던 것 같다. 이제는 발굴을 해서 철망을 쳐두었으므로 함부로 들어갈 수 없게 되어 있다.

 

 

 

 

 철망 안 유적지 속에는 엄청난 돌무더기들이 굴러 다니고 있었다.

 

 

 

 

 이 유적들은 8시기 경 부근의 것으로 알려진 모양이다. 하늘로 우뚝 솟은 저와 같은 탑은 미나렛이라고 부른다. 보통 미나렛이라고 하면 모스크에 붙은 둥그런 탑을 의미한다.

 

 

 

 

 

 철망가에서 구경을 하고 있는데 언제 나타났는지 어떤 청년 하나가 슬며시 접근해왔다. 나중에 알고 보았더니 그는 고등학생이었는데 한사람당 2리라만 내면 미나렛 속에 올라가보도록 해주겠다고 제안을 해왔다.

 

 

 

 

 우리가 마다할 이유가 없다. 고개를 끄덕였더니 그는 우리를 데리고 철문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유적지에서 마을은 가깝다. 하란이라고 할때 보통은 동네 하나만 달랑 있는 것이 아니고 유적지를 중심으로 해서 마을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다.

 

 

 

 

 워낙 건조해서 그런지 풀들도 잘 자라지 않는 것 같았다.

 

 

 

 

 온 사방이 모두 돌무더기들 아니면 진흙벽돌 조각들이다. 그러나 우습게 볼 수 없는 것이 여기있는 작은 벽돌 하나도 사실은 모두 엄청난 역사적 사실을 직접 목격한 그런 의미있는 유물들이기 때문이다.  

 

 

 

 고등학생이 열어주는 철문을 통해 유적지 안쪽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보아도 다 보이는 것이어서 관심이 없다면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될 것이다.

 

 

 

 

 예전에 쓰던 우물터이다. 사실 이런 곳에서 우물은 생명이나 다름없이 소중한 것이다. 구약성경에 보면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이 우물을 파는 이야기가 몇번씩이나 등장하는데 물이 솟아나오는 우물을 팔 줄 아는 것은 이런 환경에서 엄청 소중한 것이었으리라. 물론 이삭이 우물을 판 곳은 여기 하란이 아니라 오늘날의 이스라엘 지방이다.

  

 

 

 

 여기는 목욕탕이었던 모양이다.

 

 

 

 학생은 옛날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즐겼을 것이라고 하며 앉아서 자세를 잡아보였다. 제법 그럴듯 했다.

 

 

 

 

 1990년 로마 월드컵을 기념하기 위해 이탈리아 로마에서 루치아노 파바로티, 호세 카레라스, 플라시도 도밍고가 함께 모여 빅 3테너 공연을 한적이 있었다. 워낙 유명한 사건이어서 음악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라면 거의 다 기억을 하는 명공연이다. 지휘는 주빈 메타였고......   혹시 공연이 이루어졌던 그 장소를 기억하는가? 로마제국의 어떤 황제 이름과 연관이 있다.  

 

 

 

 

 대목욕탕 앞에서 이루어진 그 공연은 두고두고 화제거리가 되었다. 그 목욕탕을 만든 사람이 바로 카라칼라 황제였다. 정식 이름은  Marcus Aurelius Severus Antoninus이다. 그가 막대한 돈을 들여 지어서 로마 시민들에게 헌납한 목욕탕이 카라칼라 대목욕탕인 것이다..서기 216년의 일이었다. 공연은 그 앞에서 이루어졌던 것이다.

 

 

 

 

 카라칼라 황제는 파르티아 원정길에 나섰다가 바로 하란 부근 어디에선가 암살을 당하고 만다. 목욕탕 터 앞에서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목욕탕 터는 그런 사건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우리는 뒤로 보이는 미나렛을 향해 가서 올라가보기로 했다.

 

 

 

 

입구에는 문이 있었고 청년은 쉽게 문을 열었다. 그가 앞장서서 들어가서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돌계단으로 시작했다. 그 다음에는 나무 계단으로 되어 있고.....

 

 

 

 

 작은 창문 구멍에는 비둘기 알들이 동그마니 놓여 있었다.

 

 

 

 

 제법 많이 올라왔다.

 

 

 

 여기서는 새끼 두마리가 보였다.

 

 

 

 

 위로 갈수록 내부가 조금씩 좁아지다가 제일 마지막에는 사다리가 하나 놓여 있었다. 이제 저기만 올라가면 된다.

 

 

 

 

 올라가서 아래를 보자 발굴 현장이 한눈에 다 들어왔다.

 

 

 

 

 하란 동네도 마찬가지였다. 한눈에 다 보인다. 동네 뒷편에 보이는 벌집 모양의 집이 아까 우리가 살펴본 하란 하우스이고 마을 앞쪽에 보이는 큰 구조물이 하란 성터이다.

 

 

 

 

 

 

 문틈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그랬더니 멀리까지 환하게 다보였다.

 

 

 

 우린 돌아가며 밖을 찍었다.

 

 

 

 

 이젠 내려가야했다. 언제까지 머물 수는 없었으니까.....

 

 

 

 

 미나렛의 구조물 속이 짐작될 것이다.

 

 

 

 

 아래로 내려온 우리들은 다시 유적지를 살펴보았다.

 

 

 

 

 이렇게 번성한 도시였지만 여기가 폐허 비슷하게 변한 것은 몽골의 군대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 대단한 기마민족 몽골인들이여! 몽골에서 여기까지 말을 타고 와서 휩쓸고 다녔으니 참으로 상상을 초월할 지경이다.

 

 

 

 

그들 몽골의 기마병들은 단지 자기들에게 저항했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하란을 철저히 파괴해 버렸던 것이다. 물론 주민들은 떼죽음을 당해야 했고.....  칭기즈칸의 막내 아들인 툴루이의 세째 아들이 바로 훌라구이다. 그는 큰 형인 몽케칸(Khan 汗 한)의 명령으로 서남아시아 원정에 나섰는데 그의 군대가 바그다드와 시리아의 다마스커스, 그리고 하란을 초토화시켰던 것이다. 

 

 

 

 

'암살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영어 단어는 'assasin'이다. assasin의 명사형은 암살이라는 의미의 assassination이다. 이 말의 어원은 하시시 혹은 아사신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사신은 14세기 무렵부터 암살을 뜻하는 assassination의 어원이 되었다고 얄려져 있다.

 

하시시는 대마초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고 아사신은 '대마초를 피우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1256년 12월 15일 아사신의 근거지인 알라무트(이란의 수도인 테헤란에서 약 100킬로미터쯤 떨어진 곳)를 철저하게 파괴시킨 사람도 바로 훌라구의 군대인 것이다. 그들 몽골군이 하란을 철저히 파괴한 후로부터 하란은 작은 마을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아사신 이야기는 그만두기로 하자. 이야기가 그런 식으로 가지를 뻗으면 감당못할 정도로 늘어나 버리므로 자제하는게 서로를 위해 좋을 것이다.

 

 

 

 

 탑을 내려온 우리들은 폐허를 걸어 다시 철문쪽으로 나갔던 것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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