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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여행 6 - 동채싸움(=차전놀이)

by 깜쌤 2008. 10. 14.

 

 오후에는 안동의 전통 민속놀이인 동채싸움(=차전놀이)을 보고 싶었다.

 

 

 

 강가에 자라는 갈대들 모습만 봐도 확실히 가을 분위기다.

 

 

 

 

 안동을 대표하는 민속놀이라면 아무래도 동채싸움(=차전놀이)와 놋다리밟기를 들 수 있겠다. 동부군 서부군으로 나눈 양쪽 부대가 집결하고 있었다.

 

 

 

 

중심공연장에서 공연이 이뤄졌는데 풍물패까지 등장해서 아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안동을 대표하는 놀이답게 규모도 제법 거창했다.

 

 

 

 잘 알다시피 이 놀이는 고려를 세운 왕건과 후백제의 견훤 군대 사이에 벌어졌던  전투에서 유래한 놀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주로 공연을 했는데 이젠 군장병들이 하는 모양이다. 확실히 더 박진감이 난다. 

 

 

 

 동채를 탄 장수가 각 마을을 돌며 머리꾼을 모아들인다. 그래서 들고 있는 깃발에는 안동의 각 부락들(행정구역) 이름이 보인다. 안동 사람들은 보면 안다. 

 

 

 

 

 사방에서 관중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각종 촬영장비도 모조리 다 등장하고.....

 

 

 

 

 머리꾼을 다모은 장수는 동채를 타고 씩씩한 모습으로 싸움을 하러 나가는 것이다.

  

 

 

 이 경기의 불문율은 절대 손과 발을 사용하면 안되는 것이다. 팔짱을 낀채로 어깨힘으로 몰아붙여야 한다.

 

 

 

 공연이어서 그렇지 실제였다면 중무장한 그리스 보병군대들의  밀집대형인 팔랑크스 싸움처럼 보였을 것이다. 방패와 창을 든 군인들이 팔랑크스를 이루어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굉장한 에너지를 발휘한다. 

 

 

 

 

 그런 싸움에서는 양쪽 군대간에 충돌이 일어나면 어느 한 방향으로 힘이 쏠려 자동적으로 회전하게 된다. 왼손에 방패를 들고 오른손에 창을 들었으므로 밀집 대형으로 충돌이 일어나면 엄청난 파괴력이 발휘되는 것이다.

 

 

 

 

동채싸움(=차전놀이)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양쪽 머리꾼들이 회전을 하게 되면 위치 자체가 바뀌는 수가 생긴다.

 

 

 

  

 동채위에 올라탄 대장은 이런 순간의 판단을 잘 해야 한다. 하지만 보여주기 위한 공연은 미리 짜놓은 각본대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양쪽 간의 충돌이 일어난 뒤 전열을 가다듬기 위해 후퇴를 해서 숨을 고른다. 드런 뒤 다시 나가야 한다.

 

 

 

 

 머리꾼과 동채를 드는동채꾼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기도 하고 동채를 들어올리기도 하며 힘을 과시한다.

 

 

 

 

 그러기를 몇번 하다가 드디어 동채간에 충돌이 일어나서 동채끼리 붙은채로 하늘로 밀려 올라가기도 하는 것이다. 이때 대장은 상대방 장수를 끌어내리기 위해 노력을 한다. 상대방 동채의 앞부분을 땅에 닿도록 만들거나 상대방 장수가 동채에서 떨어지면 승리를 하게 되므로 이를 위해 결사적인 노력을 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되풀이하다가 보면 모두들 흥분하게 되지만 폭력으로 싸움질을 하게 되면 패배를 선언당할 수도 있으므로 자제력이 필요했다고 한다.

 

 

 

 

 서서히 분위기가 고조되기 시작하면서 흥미진진해진다. 풍물패들이 두드려대는 소리가 한층 더 신명나게 만드는 것이다.

 

 

 

 

 수백명의 사람들이 모여 힘을 과시하는 과정에서 누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사람이 밟혀 죽을 수도 있으므로 동채를 후퇴시키거나 잠시 경기를 중단시켜 넘어진 사람을 안전하게 끌어낸 후에 다시 싸움을 했다고 한다.

 

 

 

 

 

 상당히 과격하고 흥분되는 놀이여서 예전에는 구경꾼들이 실전에 들어가 참가하기도 했던 모양이다.

 

 

 

 

 나는 사람들의 반응을 봐가며 즐기는 쪽을 택했다.

 

 

 

 

 가짜 상투를 만들고 머리수건으로 이마에 질끈 동여 맨 뒤 참가해 본 일이 어제 같다.

 

 

 

 

 이제 놀이는 최고조에 달하는 모양이다.

 

 

 

 

 동채가 내려올때는 상당히 위험하다.

 

 

 

 

 동채꾼들이 동채를 너무 밀어버리면 동채가 뒤집힐 수도 있겠다.

 

 

 

 

 흥분을 못이긴 장정들이 짚신을 하늘로 던져 올리기도 했다.

 

 

 

 

 지휘부에 속하는 사람들의 옷깃에 마이크를 달아서 지휘하는 언사가 스피커에 그대로 들리게 했다. 그렇게 하니 훨씬 사실감이 살아났다.

 

 

 

 

 그렇지 않다면 장수는 말이나 손으로만 해야하니 고충이 컸다. 이날 공연에서는 붉은 색 옷을 입은 동부군이 승리했다.

 

 

 

 

 양쪽 장수가 나와서 서로 격려를 하고.......

 

 

 

 

 

 풍물패는 한껏 분위기를 돋구었다.

 

 

 

 

 승리한 쪽에서는 한바탕 놀이판이 벌어졌다.

 

 

 

 

 원래 동채싸움은 정월 대보름날에 했던 모양이다.

 

 

 

 

 한때는 학교 운동회때마다 인기 종목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드디어 본격적인 춤판이 벌어졌고......

 

 

 

 

 구경꾼들도 끼어 들었다.

 

 

 

 

 모두 다 신명이 났던 모양이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며 조용히 안동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블로그 친구인 ㅅㄴㄹ ㅁ 님의 전화가 이어졌다. 모처럼 하루 쉬시는 날이지 싶어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일부러 연락을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올라온 길이었지만 몇번이나 전화를 주시니 그저 미안함만 가득했다.

 

 

 

 

 그 분은 기어이 안동역까지 나오셔서 안동 출신 안상홍님의 시집을 전하고 가셨다. 그게 안동사람의 정인줄 나는 안다. 그 분도 이젠 확실히 안동사람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아니 안동 사람 이상으로 이미 물이 들었다. 

 

 

 

 

 안동역 승장장에서, 기차 안에서 시를 읽자니 나는 몇군데서 가슴이 울컥 치밀어 오르면서 눈시울이 뜨듯해졌다. 예전 내가 썼던 말들로 너무 아름답게 정감어린 표현을 해두셨기 때문이리라. 어머님이 계시는 시골 마을을 지나쳐 오며 불효자가 다 된 내가 너무 부끄러워 부러 질끈 눈을 감았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