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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8 조지아, 터키-두 믿음의 충돌(完

아라랏 오르기 2

by 깜쌤 2008. 10. 4.

 

 개를 피해(?) 달린 우리차 기사는 길가 집에 들어가서 물어보고 새로 방향을 잡아 달렸지만 역시 길을 찾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그러다가 마침내 양치기 소년들을 발견하고 길을 확인한 후 다시 달려나갔지만 역시 결과는 아까와 같았다.

 

새로운 길이라고 생각되는 곳을 부지런히 달려 가보면 어김없이 깊은 개울 흔적이 있어서 건널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운전기사는 양치기 소년에게 다시 가야했고 아예 소년을 차에 태워서 가는 방법을 택했던 것이다. 나귀를 타고 오는 소년의 옆에 보면 그 유명한 양치기 개가 보인다. 개 크기를 한번 비교해보기 바란다. 나귀 옆에 있는 녀석은 새끼나귀이다.

 

 

 

 

 양떼들은 이동할 때 항상 무리를 지어서 다녔다. 무리 속에 들어있어야 편안해지는 모양이다.

 

 

 

 이제는 양치기 개의 덩치를 확실히 비교해볼 수 있지 싶다. 목동들이 옆에 있어서 그런지 아주 고분고분했다.  우리는 차 속에 들어앉아 있었기에 안심하고 카메라를 들이댈 수 있었다. 하지만 내려서 사진을 찍을 엄두는 나지 않았다.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외따로 떨어져 돌아다니는 이런 어린 양들은 맹수의 먹이가 되기 십상이겠다. 철없이 노는 것은 항상 위험한 법이다. 간신히 산으로 오르는 길을 찾고 나서 소년을 내려주었다. 그리고는 본격적으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도로면이 의외로 거칠고 울퉁불퉁했다.

 

 

 

 

 산 중턱에 걸린 구름이 시간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었다. 어찌 슬슬 불안해진다.

 

 

 

 저 앞에 있는 언덕처럼 생긴 곳까지만 오르면 그다음에는 정상이 똑바로 위에 나타날 것만 같았다.

 

 

 

 우리가 탄 차는 심하게 덜컹거리며 산길을 올랐다.

 

 

 

 길 옆으로 보이는 삐죽삐죽한 검은 바위는 용암이 굳어서 된 현무암일 가능성이 높다. 용암이 흘러내린 증거가 아닐까 싶다.

 

 

 

 이런 곳에 나무가 자라고 있다니 신기하다.

 

 

 

 어느 정도 올라왔다고 생각되자 기사는 차를 세웠다. 내가 보기에 여기는 엘레 마을이 아니다. 나는 기사에게 더 올라가기를 요구했다. 길가 산모퉁이에 작은 오아시스 같은 푸른 숲이 우거진 장소가 있었다.

 

 

 

 여긴 농장일까? 신비스러운 곳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돌아보니 도우베야짓 시내가 아득하게 보였다.

 

 

 

 

 마을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거쳐야 하는 언덕배기는 경사가 심해서 자동차가 쉽게 올라가지를 못했다. 우리 팀중에서 몇이는 내려서 밀어야 했다. 그렇게 해서 간신히 엘레 마을이 있는 곳까지 자동차가 올라갈 수 있었다. 마을이라고 하니까 거창한 마을을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여긴 산비탈에 집 몇채가 파묻혀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그런 동네이다.

 

"기사 어른! 수고하셨소. 우리가 두시간 뒤에 내려 오려고 하오. 기다렸다가 우리와 같이 도우베야짓으로 가면 올 때의 요금을 다시 드리겠소. 어떻소?"

 

여기까지 올라오는 길을 생각해보면 시내로 돌아갈 일이 까마득했다. 걸어서 도로까지 가는 것도 문제지만 언제 지나갈지 모르는 돌무쉬를 기다리는 것도 지겨운 일이 될 것이다. 그런데다가 개가 문제다. 산허리에 구름이 진하게 끼어있는 것도 우리 마음을 어둡게 했다. 저 정도 높이 같으면 4000미터 부근에 구름이 걸려있을 것이다. 정상을 보는 것이 오늘의 목표인데 우리가 있는 곳으로부터 한 1000미터 정도만 더 올라가면 틀림없이 터키 경찰이나 군대의 검문에 걸릴 것이다.   

      

그렇다면 올라갈수 있는데까지 올라가보고 돌아서는게 현명할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 돌아서서 내려올 일이라면 아예 도우베야짓에서 으로 이동하는게 일정 조절에도 도움이 될것이니 두시간만 기다려 달라고 요구할 셈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의견의 일치를 보고나서 나는 기사에게 다시 이야기를 붙였다. 그런데 그가 영어를 거의 알아듣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할 수없이 글로 쓰고 그림을 그렸다. 놀랍게도 기사는 쉽게 알아들었다. 대기료 없이 무료로 두시간을 더 기다려준다는 조건을 그가 수용함으로서 우리는 안심하고 산을 오를 수 있게 되었다. 산으로 난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산의 구조는 너무 단순하다. 저 위에까지만 올라가면 정상이 그냥 보이겠는데 문제는 구름이다.

 

 

 

 

 땅은 무척 척박하게 보였고 너무 황량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어떻게 숲 하나 없이 이런 식의 민둥산으로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저 멀리 검게 보이는 부분이 도우베야짓 시내이다.

 

  

 

 워낭이 딸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자세히 살피니 산에서 부터 소떼가 내려오고 있었다.

  

 

 

 저 산 어딘가에 소들이 풀을 뜯을 만한 그런 장소가 있는 것일까?

 

 

 

 

온 사방 천지에 가득한 자갈들과 돌들......  아무렇게나 파인 도랑 비슷한 물길들.....

 

  

 

 

 산에 얽힌 이야기로만 판단해 보면 이 산은 흔해빠진 예사 산이 아닌 것이다.

 

 

 

 

 바위 그늘에서 잠시 쉬다가 올라가기로 했다. 날이 너무 뜨거웠기 때문이다.

 

 

 

 

 산으로 오를 수록 쳐다보는 시각이 좁아져서 그런지 구름에 의해 가려져 산 중턱 이상은 잘 보이지 않게 되었다.

 

 

 

 

 물을 마시면서 기운을 차린 우리들은 다시 걸었다.

 

 

 

가냘픈 줄기를 가진 야생화들이 척박하기 그지 없는 대지 위에 뿌리를 내리고  모진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었다.

 

 

 

 

 어딘선가 본듯한 모습을 가진 꽃들이다.

 

 

  

 

그 낯익은 얼굴이 여기저기 무리지어 산에 어린 오랜 역사를 머금고 오롯이 피어 있었다.

 

  

 

 

 엘레 마을이 조금 보인다. 그런데 왼쪽에 보이는 푸른 물 웅덩이는 천연 샘일까, 아니면 저수조일까?

 

 

 

 

 어제 우리가 올라갔던 누훈게미는 뿌연 산안개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정말이지 여긴 너무 메마른 곳이다.

 

 

 

 

 이렇게 메마르고 투박한 곳도 드물지 싶다.

 

 

 

 

구름 위로 아주 살짝 남은 산 정상 부분이 그 귀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피어오른 구름에 의해 봉우리가 거의 가려지려 하고 있었다.

 

   

 

 

 이제 우리가 올라온 엘레 마을도 저만큼 멀어지고 있었다. 마을 뒤로는 웅덩이가 두군데 보였다.

 

 

 

 

 도우베야짓 시내도 점점 아스라하게 가늘어지고 있었고......

 

 

  

 

 고산지대에 자라는 야생화가 모진 생명을 부여잡고 귀한 꽃송이를 피우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녀석은 산메꽃 종류같다.

 

 

 

 

 드디어 구름이 산 전체를 가리고 말았다. 산허리 위를 모조리 감추어 버렸던 것이다. 나는 아쉬운 마을을 안고 그 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마음 속으로 울려퍼지는 그 어떤 작은 느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창조주, 나를 찾는 자에게는 여기가 예사로운 의미를 가진 곳이 아니니라."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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