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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초등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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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8 조지아, 터키-두 믿음의 충돌(完

개들과 함께 춤을 5 - 위기일발 A

by 깜쌤 2008. 9. 30.

  

산등성이마다 밀밭이었다. 이런 모습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나는 정지용님의 시 "향수"가 생각났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사실 여기 분위기는 우리나라 시골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지만 시골이 가지는 공통점은 골고루 다 가지고 있었다.

 

 

 

 

 

 양귀비를 닮은 꽃이 무리지어 피어있는 곳도 있었다.

 

 

 

 거대한 공룡의 등어리 돌기처럼 보이는 곳까지 밀밭이 연결되어 있었다. 갈아엎어 놓은 땅의 색깔을 보면 이 땅이 터무니없이 척박한 곳은 아닐 것 같다.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산등성이에 이렇게 거대한 밭이 존재할 줄은 정말이지 미쳐 상상할 수도 없었다.

 

 

 

 

 하늘엔 구름이 줄지어 일어나면서 대지를 덮고 지나갔다. 자연이 그려내는 그림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이야.

 

 

 

 

 우리나라 같으면 청보리밭의 아름다움을 상상할 수 있겠지만 밀밭의 아름다움도 그에 못지 않다. 어렀을 때 본 친구네의 밀밭이 생각났다.

 

 

 

 

산 전체가 거대한 밭이었다. 여기저기 밀밭이 산자락을 듬성듬성 파먹은 듯이 보이는 것도 나름대로의 매력을 듬뿍 간직하고 있었다.

 

 

 

 

 나는 향수를 느끼면서 이번에는 다시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처음과 마지막 장면을 떠올렸다.

 

 

 

 

 아득하게 높은 하늘과 광활한 대지, 끝간데 없이 굽이치는 언덕과 산등성이들이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고 있었다.

 

 

 

 

 누렇게 익은 모습이 황금색 언덕을 만들어내었다.

 

 

 

 

 우리나라에서 이와 같은 모습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던가?

 

 

 

 

 길가엔 야생화들이 가득했다. 아마 5월이나 6월에 여기를 여행한다면 거대한 꽃밭밭을 보게 되리라. 

 

 

 

 

 

 밀을 수확하던 일가족이 우리를 보고는 밭둑으로 좇아와서 손을 흔들어주었다.

 

 

 

 

 어린 아이들이 특별히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이란 영화들이 생각났다.

 

 

 

 

 산등성이지만 그래도 낮은 골이 만들어져 있기에 그 곳으로 물이 흐르는 모양이다. 물이 흐르는 곳에는 푸른 풀들이 다른 어느 곳보다도 더 많이 우거져 있었다.

 

 

 

 

 그 작은 골짜기를 따라 길은 다시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물길 부근에 푸른 꿀벌통이 놓여져 있었다. 여긴 야생화 천국이니 생산되는 꿀의 품질이 좋을 수밖에 없겠다.

 

  

 

 벌통 옆에는 자동차가 세워져 있었고 다시 자동차에 바싹 붙여 텐트를 쳐두었다. 젊은 부부가 젖먹이 아이들을 데리고 음식을 먹고 있었다. 

 

 

  

  

 산등성이 한쪽으로 난 길을 따라 자동차 한대가 달리고 있었다. 어느 마을로 가는 것일까? 우리가 모르는 마을이 또 어디엔가 자리잡고 있는 모양이다.

 

 

 

 

 색깔이 진하게 묻어나오는 곳에는 무엇이 자랄까?

 

 

 

 우리가 갈 길은 저쪽이 아니다. 우리는 이삭 파샤까지 가야하고 나중에는 도우베야짓 시내까지 가야만 하니 갈길이 먼 것이다.

 

 

 

 

 다시 앞을 보고 길을 따라가는데.....

 

 

 

 

 뒤에서 다가온 지프형 승용차 한대가 우리 옆에 붙었다. 속도를 늦추더니 창문 유리를 내리면서 말을 붙여왔다.

"어디 가는 거요?"

"이사 파샤 거쳐 도우베야짓 갑니다."

"개들 안 만났소?"

"몇마리 봤소이다."

"어디서 왔소?"

"한국인이니 한국에서 왔소만.... 당신들은 어디에서 왔소?"

"우린 다국적군이오. 이탈리아, 스페인.....  와아, 그런데 당신들 정말 대단하오. 아무런 문제 없겠소?

"그럼 문제없지 무슨 문제가 있겠소?"

앞자리에 앉아있던 여자가 한마디를 거들었다.

"이따가 이삭파샤에서 만나게 되면 물한잔 대접하겠습니다."

아마 그녀는 터키인 가이드 같았다.

 

 

 

 

 

 자동차가 다시 시동을 걸어 출발하는 순간 다시 무시무시한 장면이 벌어졌던 것이다. 어느 사이에 접근했는지 우리가 서있는 반대편에서 저음의 개짖는 소리가 요란하게 나더니만 승용차를 향해 맹렬한 속도로 돌진하는 것이었다. 자동차는 슬금슬금 출발해서 속도를 올리는 중이었는데 녀석은 이빨을 들어낸 상태로 자동차 옆문을 향해 들이닥쳤던 것이다. 그리고는 컹컹 소리를 지르며 전속력으로 자동차를 따라 맹렬하게 추격전을 개시했다.

 

아! 무섭다. 저런 속도로 인간을 향해 돌격해오면 달아날 길이 없다. 녀석은 최대속도를 올려 한 500미터 이상을 맹추격했고 자동차가 마을을 벗어나 언덕을 넘어 사라지자 포기하고 돌아서서 우리쪽으로 슬금슬금 다가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여기에서 공격당하면 고립무원의 상태가 된다. 우리들은 자동차를 따라가며 맹렬한 적의(敵意)를 나타내는 그 장면을 보고 다시 한번 질려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 무시무시한 녀석이 슬금슬금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서서히 우리를 향해........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