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초등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08 조지아, 터키-두 믿음의 충돌(完

개들과 함께 춤을 6 - 위기일발 B

by 깜쌤 2008. 9. 30.

  

 저 앞 타블라 마을쪽에서 도로를 따라 거대한 개는 슬금슬금 다가오는데......  그런데 말이다, 사람 죽으라는 법은 없는 것 같았다. 도로 왼쪽 밀밭에서 일을 하던 아줌마들이 집에 새참을 가지러 가려는지 도로 쪽으로 슬금슬금 내려오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동네 아줌마들과 아이들이 밭에서 부터 도로로 내려오는 거리와 속도를 계산해가며 천천히 걸으면서 마침내 개가 우리 부근에 왔을 때쯤 합류하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그렇게 맹렬하게 자동차를 따라갔던 개는 지쳐버렸는지 이때쯤에는 아주 순한 상태로 고분고분해져 있었다. 모두가 자꾸 개를 겁내고 두려워 하기에 리더 입장에서 한마디 해야 했다.

 

"괜찮아. 개라고 하는게 우리가 미리 건드리지 않으면 아무일 없을거야."

 

우리들은 동네 아이들 옆에서 함께 걸었다. 가까이서 보니까 개는 아주 순해보였지만 느낌자체가 자기 방어본능과 주인보호의식으로 똘똘 뭉친 녀석 같아 보였다. 동네가 가까워지자 아줌마들은 우리를 보고 웃어주면서 집으로 들어갔고 우리가 개를 두려워한다는 것을 안 꼬마들이 동구밖까지 따라와 주었다. 그러는 중에도 골목에는 또다른 개들이 한번씩 나타나서 우리를 노려 보았다.

 

사실 말인데 아까 그 자동차가 지나가지 않았으면 지금 우리 곁에 붙어서서 함께 가는 저녀석에게 당했을지도 모른다. 녀석은 확실히 자동차를 따라 갔다가 오느라고 많이 지쳐보였다.   

 

  

 

 

 동네 아가씨들과 아이들이 우리를 보고 손을 흔들기도 했고 어떤 총각은 자기 집으로 오라는 듯이 손짓을 하기도 했다. 가까이 가보고 싶었지만 목적지도 멀고 해도 기우는데다가 개들이 겁이 나서 그냥 통과하기로 했다. 이제 아가씨 티가 나기 시작한 예쁘장한 소녀는 우리를 보더니 수줍은 듯이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제 우리들은 타블라 마을을 지나쳤다. 길도 거의 산꼭대기까지 올라온 것 같앗다. 참 길고 긴 길이었다. 멀어서 멀었던 길이 아니라 한번씩 마음이 힘들어서 긴 길이었다. 그렇다고 벌써 다온 것은 아니다. 아직도 도우베야짓까지는 약 6킬로미터 이상 남아있는 것이다.

 

 

 

 

마을 뒤를 돌아서자 드디어 정상이었다. 저 밑으로 도우베야짓 시내가 보였다.

계곡 한가운데 솟아있는 배모양의 산봉우리가 랜드마크(Landmark)나 마찬가지다.

 

 

 

 

 이제부터는 내리막 길이다. 오른쪽 산봉우리가 도우베야짓 들어오면서 보았던 이삭 파샤 궁전 뒤의 하얀 산꼭대기인 것이다.

 

 

 

 

 산비탈 밭에 검은 옷을 입은 할머니가 손자손녀와 일을 하고 있다가 우리들 카메라를 보고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별난 할마시(할머니)다. 고약한 심성을 지난 사람들은 내 카메라가 더러워지므로 담지도 않는다.

 

 

 

 

 군데군데 양과 소들이 풀을 뜯고 있었다. 양들이 있으면 개가 있는 법이다. 이제 더 이상 마을은 없는 것으로 알았다. 나중에 걸으면서 보니까 길가에 아주 작은 마을 하나가 숨어 있었다. 그러니 혹시 누가 이 길을 걷더라도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사실을 명심하시기 바란다.

 

 

 

 

 경관 하나는 심히 웅대하다.

 

 

 

 

 길은 이리저리 굽이쳐 있었고 수십리씩 이어진 산밑 계곡에는 평화로움이 가득했다. 저 밑 평원은 해발 고도가 약 2000미터에 이르는 곳이다.

 

 

 

 

 산비탈에 자리잡은 밭에는 건초더미들이 가득했다.

 

 

 

 

 일부러 밭 가에 접근해서 찍어보았다.

 

 

 

 

 내려가는 길이니 편안하고 쉽다. 이젠 경치 구경이나 하면서 슬금슬금 내려가면 된다.

 

 

 

 

 혼자보기에는아까운 경치가 아니던가?

 

 

 

 

 천막집이 몇채 모여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동하며 사는 유목민일까? 터키에는 아직도 유목을 하며 떠돌아다니는 소수민족이 있다고 한다. 여기서 처음으로 개짖는 소리를 들었다. 우리를 향해 짖는 소리이리라. 굵은 목청으로 컹컹거렸다.

 

 

 

 

 

 밀밭과 노란 야생화가 잘 어울렸다.

 

 

 

 

 모퉁이를 돌고......

 

 

 

 

 다시 또 굽이쳐서 내려가고......

 

 

 

 

 지형이 참으로 다양했다.

 

 

 

 

 곳곳에 깊은 골짜기와 절벽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삭 파샤 궁전이 나타날 때가 되었을텐데......

 

 

 

 

도우베야짓 시내에서 이삭 파샤 궁전으로 올라오는 도로가 보였다.

 

 

 

 

 그런데 말이다, 하늘이 왜 이리 푸른지 모르겠다.

 

 

 

 

안심을 하며 내려오다가 묶여있는 길가에 묶여있는 개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신기하게도 녀석은 짖지 않았다. 그냥 나를 노려보고만 있었을 뿐이다. 길가 바로 밑에는 대여섯채 정도로 이루어진 작은 마을 하나가 숨겨져 있었다. 아이들과 아가씨들이 보였다. 납작한 모습으로 회색 대지에 붙어있었으니 쉽게 구별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저기 평원 속에 섬처럼 둥실 떠 있는 저 산봉우리를 볼때마다 나는 가슴이 뛰었다.

어떻게 저런 형상으로 남아 있는 것일까?

 

 

 

 

 

 7년전에 이 산자락에 비가 오는 광경을 목격했었다. 굉장한 장관을 연출했다. 그냥 쏟아붓듯이 내리는 소나기와 구름 틈바구니 사이로 스며들던 햇살! 그런 생각을 하며 걷다가 모퉁이를 돌아서자 드디어, 드디어!

 

 

 

 

 이삭파샤 궁전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저기 있다. 이삭 파샤 궁전 뒤로 겹쳐 보이는 산이 아라랏산이다. 구름이 산허리 위로 걸린 산 말이다.

 

 

 

 

 조금 더 크게 찍어보았다. 저기가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이다. 구경을 하기 위해 입장하려면 더 빨리 걸어야 했다.

 

 

 

 

 도우베야짓! 아름다운 도시다. 매혹으로 가득찬 신비함과 알 수없는 야릇함으로 뭉친 이국적인 도시! 

 

 

 

 

 이제 한 십여분만 걸으면 될 것 같다.

 

 

 

 

 여기서 좀 쉬어갔으면 좋으련만 시간이 모자랄 것 같다. 그러니 부지런히 걸어야 했다.

 

 

 

 

 겨울철에는 바람이 불 때마다 흙먼지가 엄청 날릴 것 같다.

 

 

 

 

 이런 황량함 속에 묻어있는 이 아름다운 궁전을 안보고 그냥 지나치면 터키 동부지방까지 흘러들어온 보람이 없는 것이다.

 

 

 

 

 깎아낸 듯한 저 절벽 밑에 요새 하나가 숨겨져 있다.

 

 

 

 

 이제 거의 다 온 것이다. 이삭 파샤 궁전 구경은 다음 기회에 하자.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