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마을에 들어서자 아이들이 조금 몰려 나와서 우리 주위를 둘러쌌다. 마을 우물터에는 원색의 옷을 입은 시골 아줌마들도 몇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 장면 속에서 나는 젊은 아낙들을 향해 눈길을 �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 눈앞으로 무엇인가 굉장한 크기의 허연 것이 하늘을 난다 싶었다. 동시에 낮은 저음의 개 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우리 팀 멤버 가운데 한사람인 청년의 엄청난 고함소리가 함께 들려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나는 그 장면이 무슨 고전 영화의 한장면이 슬로우 화면으로 내앞에 펼쳐져 지나가는 것처럼 여겨졌다. 동시에 청년도 입을 엄청난 크기로 -마치 쫘악 찢어진 개 아*리처럼- 벌려 달려든 개를 향해 맞고함을 지르며 몸을 돌려 피했던 것이다. 우리 네명이 한 곳에 모여 있었으니 적에게 포위된 형상과 똑 같았으리라.
그러자 동네 아이들과 어른들이 동시에 돌맹이를 들고 고함을 지르며 달려든 개에게 위협을 가했고 어떤 사람들은 돌맹이 집중사격을 하기도 했다. 정말 한순간에 당한 일인데 어찌나 놀랐는지 순간적으로 가슴이 서늘했다. 직접 당한 청년은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었다.
말로만 듣던 양치기 개의 용맹함과 사나움을 현장에서 직접 목격하고 나니까 단번에 소름이 좌악 끼쳐졌다. 대단한 녀석이다. 덩치는 작은 송아지 만한데 어디서 나타났는지도 모르게 슬며시 접근을 하더니 먹이를 발견한 며칠 굶은 암사자마냥 그냥 날아서 공격을 해오는 것이었다.
정통으로 물리면 뼈가 아스라질 것 같다. 그런데 녀석은 의외로 마을 사람들과 어린아이들에게 고분고분하고 약했다. 마을 사람들이 돌맹이를 들자 대번에 꼬리를 내리더니 슬금슬금 피하고 마는 것이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걸작 영화 <새>를 보셨는지 모르겠다. 영화 속에는 인간을 습격하는 새떼들의 모습이 공포스럽게 펼쳐진다. 주인공이 마을을 떠나는 마지막 장면이 압권이다. 새떼들은 마을 곳곳에 포진해 있고 공포에 질린 주인공은 언제 습격당할지 몰라 극도로 조심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 모습으로 마을을 떠나가는데 우리가 꼭 그와 흡사한 처지가 되고 말았다.
혹시 터키 동부에서 산길을 갈 일이 있거나 마을을 지나가거나 양떼곁을 지나쳐야 할 일이 있으면 특별히 신경쓰기 바란다. 방심하고 어설프게 행동하면 절단나는 수가 생긴다.
아름답고 평화롭게만 보이던 경치가 한순간에 살벌하고 무시무시하며 공포스런 모습으로 변하는 것 같았다. 숨을 고르고 빨리 마음을 진정시켜야 했다. 그제야 주위를 조심스럽게 살펴보니 마을 한쪽에 양과 염소떼들이 물을 마시기 위해 모여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를 습격한 그녀석은 자기 임무에 충실했던 것이다. 그럴 것 같으면 차라리 짖기라도 하지......
풍산개를 한 일년정도 길러본 적이 있었다. 호랑이 사냥에 데리고 나간다는 그 개, 풍산개 말이다. 털이 눈처럼 희기만 했던 그녀석은 당초부터 짖지를 않았다. 그게 풍산개의 특징이라고 한다. 그러다가 단번에 달려들어 상대의 숨통을 끊어놓는단다. 한방에 보낸다는 표현이 맞으리라. 여기 개도 그런 모양이다. 그런데 문제는 덩치가 엄청 크다는 것이다.
자기 방어 무기가 거의 없는 양떼를 지키는데는 덩치크고 용감하고 무지막지하게 덤비는 녀석이 제격이긴 하지만 사람에게까지 그런 식으로 덤비도록 놓아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내가 생각해낸 어리버리한 해결방법 중에 하나는 여기에도 복날을 만들어 두는 것이다. 그리고 멍멍탕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 몇명만 임시거주 시키면 어떨까 싶기도 한데.......
사태가 해결되자 젊은 아낙들과 아이들도 모두 다 자기집으로 돌아갔고 우리는 다시 부지런히 걸어서 이 멜릭사 마을을 빠져나가야 했다.
바로 저 마을이다. 멜릭사~
그런데 우리는 저런 마을을 몇개 더 지나쳐야 한다는 것이다. 들판에도 곳곳에 양떼들이 있으니 이제는 뒤로 물러설 수도 없게 되었다. 그래, 가자. 설마 이 산중에서 어설프게 개에게 물려 개죽음당하랴?
마을 뒤로 난 길은 어디로 연결된 것일까?
첫번째 마을을 지나면서 좋은 경험을 한 것이다. 이젠 개들에게 더 정신을 집중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래야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다.
또 걷는다. 나는 이런 모험이 은근히 재미있었다.
으흑~~ 저 앞에 마을이 나타났다. 위젠길리, 멜릭사에 이어 또 하나의 마을이 등장하는 것이다.
일단 지형을 살펴본다. 마을 한가운데로 지나가는 것 보다는 오른쪽 개울이 있는 곳의 나무숲 부근으로 지나가면 개를 만날 가능성이 적을 것 같지만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문제는 마을 부근에서 산으로 난 세갈래 길 가운데 왼쪽 길이 맞는 길인지 가운데 길이 옳은 길인지 오른쪽 길이 맞는지 아닌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제일 오른쪽 길이 이삭파샤로 가는 길 같다. 방향이 대강 그런 것이다. 마을로 가까이 다가가면서 다시 한번 더 확인을 했다.
"그래 제일 오른쪽 길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 쪽으로 간다."
아무리 봐도 개울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는게 옳은 일일 것 같았다.
이제 슬슬 마을이 가까워진다. 우린 다시 묘한 공포감에 사로잡히기 시작했고 경계심을 최고로 끌어올려 개조심을 해야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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