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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8 조지아, 터키-두 믿음의 충돌(完

도우베야짓 3 - 방주찾아 헤매기 B

by 깜쌤 2008. 9. 23.

  

해가 떠오를 때까지 잤다. 그래도 6시다.  한 다섯시간 정도 잤는지 모르겠다.  베란다로 나가서 아래를 살펴보았다. 리어카에다가 멜론을 가득 실은 사나이가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호텔 국기게양대에 게시된 국기는 어디에서 많이 본 나라 깃발 같지 않은가? 이럴땐 정말 가슴이 뿌듯해진다.

 

 

 

 

멜론을 실은 리어카 뒤를 따라 이번에는 어떤 양반이 수박을 가득 싣고 따라가고 있었다. 아침 시장에 가는 것일까? 여기 수박들은 참으로 달고 맛있다.

 

 

 

 

 베란다에서 오른쪽으로 본 경치이다. 어딘가 황량하고 가난한 느낌이 드는 그런 동네이다.

 

 

 

 

 베란다에서 왼쪽을 보면 도심지가 나타난다. 이 도시는 우리나라의 70년대 분위기가 난다. 사람들이 골목마다 바글거리고 새로운 일자리와 구경거리를 찾아 나들이 나온 사람들과 먼길을 가는 사람들로 득시글거렸다.

 

 

 

 

 그런데 말이다, 우리가 묵는 방은 왜 이리 대책없이 크기만 한 것일까? 쿠르드 민족은 너무 순진해서 탈인 것 같다. 화장실도 멋없이 왜 이렇게 큰 것일까? 일본인들은 무엇이든지 아기자기하게 오밀조밀하게 알콩달콩하게 분위기를 잡아가는 알쏭달쏭한 사람들인데 쿠르드 사람들은 너무 대책없이 순진한 것 같다. 무엇이든지 크면 좋다고 생각하는 한국인의 입장에서 봐도 화장실이 크게만 보이는데 일본인들 눈에는 어떻게 비칠까 싶다.  

 

 

  

 

이 호텔의 방값이 하룻밤에 45리라인데 거기에는 아침 식사가 포함되어 있으니 결국 방값은 40리라 정도 된다는 말이겠다. 아침 식사는 1층 리셉션 카운터 뒤쪽 식당에 준비되어 있었다. 이스파한 호텔에서는 식당에서 접시에 미리 담아다 주었다. 대신 에크멕은 무제한 리필이다. 

 

한참 먹고 있는데 이탈리아 커플이 들어왔다. 원래 그들은 오늘 카르스로 떠날려고 했던 사람들인데 어제 나로부터 노아의 방주 유적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는 하루 더 머물기로 한 사람들이다. 우리가 어느 정도 식사를 끝내고 나자 수학선생으로 근무한다는 이탈리아인 제로씨는 한가지 제안을 해왔다. 그는 베니스 부근의 작은 도시에 산다고 했었다.

 

"오늘 어디로 갈 예정입니까?"

"우리들은 노아의 방주가 머물렀다는 마을에 들렀다가 쿠르드 민족의 마을을 거쳐 이삭 파샤 궁전을 본 후 시내로 걸어올 생각입니다."

"아하, 그렇습니까? 제가 한가지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절대 부담은 가지지 말고요, 한국인 넷과 우리 부부가 함께 해서 하루 투어를 하면 어떨까요? 호텔 매니저는 하루에 50리라를 부르는데 우리가 사람이 많으니까 한 30리라면 가능하지 싶습니다. 어떻습니까?"

"제가 마음대로 결정할 사항이 못됩니다. 제 동료들과 의논해보고 곧 가부간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솔직히 내 속마음은 오늘 하루종일 걷고 싶었다. 수퍼에서 빵과 음료수를 조금 사고 힘껏 걸으면 하루 10리라면 될 것이다. 그렇게 하면 될 일을 조금 편한 대신 하루에 50리라나 주고 투어를 할 필요가 있을까? 의논을 해본 결과 다른 일행도 모두 그렇게 생각을 하기에 점잖게 거절을 했다. 그때는 같은 일행을 핑계삼으면 된다. 거절할 일은 당당하게 거절할 일이다. 괜히 인정에 매여 우유부단하게 처신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호텔매니저인 파타씨는 우리가 걸어서 한바퀴 돌아오겠다고 하니까 펼쩍 뛰며 반대를 했다. 위험하다는 것이다. 물론 위험한 줄은 나도 안다. 하지만 개에게 물리는게 그리 쉬운 일일까? 쉽다면 쉬운 일이지만 말이다.

 

"쿠르드 마을의 양치기용 개는  상상을 넘어설 정도로 크고 용맹해서 엄청 위험합니다. 만약 위험한 상황에 몰린다면 어떻게 할 것입니까?"

"개는 개입니다. 우리에게도 방법이 있습니다."

"그래요? 여기는 터키입니다. 우리들에게는 개가 덤벼들어도 우리 터키말로 어떻게 해 볼 수 있지만 당신들은 우리 터키말도 모르지 않습니까? 여긴 터키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그의 말이 맞기는 맞다. 하지만 말이다. 정 하다 하다 안되면 돌멩이라도 들면 되고 나중에는 미친 척하고 같이 물면 되지 않을까? 그것은 그때가서 걱정할 문제이고...... 그렇다면 그 전에 마을을 구경하고 한바퀴 돌아서 온 사람들은 모두 다 한번씩 물렸다는 말인가? 어제 밤에 읽어본 자료에 의하면 어떤 한국인 한사람은 개에게 직접 물려보았다고 써 두었다. 그는 나처럼 나이가 조금 되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우리는 간다. 우리 결심이 단호한 줄 알자 파타씨도 곱게 나왔다.   

 

"경치 하나는 끝내줄 것입니다. 부디 몸조심 하시기 바랍니다."

 

루제로씨 내외도 우리가 걱정되는지 몸조심하라는 당부를 해주고 호텔문을 나서는 것이었다.

 

 

 

 

 어제 저녁에 봐둔 공책 자료에 의하면 쿠르드족 마을을 한바퀴 도는 1일투어 지도는 사루한 호텔 로비의 벽에 붙어 있다고 했기에 전체 거리와 예상 소요시간 파악을 위해 사루한 호텔을 찾아갔다. 어제 밤에 인터넷 카페를 사용한 그 앞에 있는 작은 호텔이었다. 로비에 올라가서 양해를 구한 뒤 사진을 찍었다. 일일투어 안내도 속에 마을 사이의 거리 같은 것이 표시되어 있었다. 이 정도만 해도 아주 멋진 자료이다.

    

 

 

 

 

 여기에 일부러 원판을 올려둔다. 혹시 자료가 필요한 사람들은 클릭해보기 바란다. 크게 보일 것이다. 

 

 

 

 

 

 바로 위 사진은 마을들 이름과 거리를 확대하여 찍은 원판이다.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어느 정도 준비를 끝냈으니 이젠 다른 준비물을 구해야 한다. 수퍼 마킷에 가서 장을 봐야 한다는 말이다.  

 

 

 

 

 

결심은 섰으니 수퍼에 가서 물과 음료수, 빵, 비스켓,  그리고 에너지를 쉽게 낼 수 있는 초코렛 같은 간식거리를 조금 샀다. 모두들 배낭 속에 챙겨넣고 이란행 돌무쉬를 타러갔다.

  

  

  

 

 이란 방면으로 가는 돌무쉬 정거장은 따로 있다. 사람이 다 차야 가는 시스템인데 일단 시간을 알아보니 9시 반에 있다고 했다. 우리는 이란 방면으로 타고 가다가 텔셰케르라는 마을 부근에서 내려야 한다. 몇번이나 입속으로 마을 이름을 되뇌어 보았지만 외워지지가 않아서 수재대학생에게 외워두라고 부탁해 두었다. 처음에는 돌무쉬를 타고갈 사람이 거의 없는 듯 했는데 순식간에 사람들이 채워져서 차에 올랐다.

 

오늘의 첫번째 행선지는 노아의 방주가 도착했다고 전해지는 게미이다. 위젠겔리라는 마을 바로 앞에 있는 작은 골짜기인데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이제는 국제적인 명소가 되어있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알고보니 차 속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다 쿠르드 민족들이었고 이란 사람들이었다. 이란 국경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조금 달리다가 길가에 있는 수상한 집으로 들어갔다. 정식 주유소가 아닌데 기름을 넣어주는 것으로 보아 유사 휘발유를 넣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암거래용 휘발유를 넣은 것일까?

 

기름을 넣은 뒤 자동차는 다시 출발했다. 황량하기 짝이 없는 벌판 너머에 보이는 구름 덮힌 산이 바로 아라랏이다. 저기는 내일 가볼 생각이다. 한 십여분을 달린 끝에 드디어 텔케셰르 마을 부근에 도착했다. 도우베야짓 시내에서 여기까지의 요금은 2리라였다. 잠시 잠깐이지만 함께 타고 온 사람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내려야만 했다.

 

 아래 지도를 잠시 살펴보면 우리가 내린 곳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1 : 도우베야짓

2 : 돌무쉬 하차지점

     1번과 2번 사이 위의 파란 점 : 아라랏 산에 자리잡은 마을

3 : 텔셰케르 마을

4 : 위젠길리 마을

    4번 곁의 파란 점 : 누훈 게미 - 노아의 방주가 도착했다고 전해지는 자리

5.6.7 : 쿠르드족 마을

8.: 이삭 파샤 궁전

 

큰 기대를 안고 일단 내리긴 내렸는데......

 

 

 

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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