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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초등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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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8 조지아, 터키-두 믿음의 충돌(完

도우베야짓 1

by 깜쌤 2008. 9. 21.

 

 드디어 거의 다 왔다. 아라랏산이 갈수록 높아 보인다는 것은 목적지인 도우베야짓에 거의 다 다가서고 있다는 말이 된다. 천연 골프장 같은 들판에 양떼들이 한곳에 무리지어 있고 얕으막한 봉우리들이 이어진 그 너머로 신비스런 산이 우뚝 솟아 있는 것이다.

 

  

 

 

 바람을 막아주는 얕은 산들 밑에는 동내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양떼들처럼.

 

 

 

 

구름이 햇볕을 가리자  대지에 그늘이 깔리면서 내마음 속의 황량함까지도 더욱 더 진하게 만들어 주었다.   

 

 

 

 

 

 마을 한가운데 자리잡은 모스크의 하얀 미나렛이 거인의 바늘처럼 대지 위에 꽂혀 있었다. 그 뒤로 아라랏 정상이 아래를 굽어보고 있었고......

 

 

 

 

 우리는 모두 아라랏의 위용에 눌려버린 탓인지 조용해져 버렸다.

 

 

 

 

 대지 위에 햇살이 조금 들어오자 분위기가 일변했다.

 

 

 

 

 이런 곳은 왜 이렇게 황량하게 보이는 것일까? 아무렇게나 파헤쳐진 것 때문이지 싶다.

 

 

 

 

산에 나무가 없음을 이상하게 여길 필요가 없다. 도우베야짓(=도우베야지트)만해도 해발 고도가 1950미터이니 한라산 꼭대기에 자리잡은 도시라고 보면 틀림없다. 다시 그 위로 봉우리들이 자리잡고 있으니 어지간하면 2천 몇백미터 혹은 삼사천미터짜리 높이를 가진 산들이 되는 것이다. 기본 높이 약 2000미터에다가 700미터만 더 보태도 백두산 꼭대기가 되는것 아닌가?

 

 

 

 

 그러니 고원지대의 특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거기다가 기후는 건조하다. 나무가 자랄 수 있는 여건이 아닌 것이다.

  

 

 

 

 이제 조금씩 들판에 자리잡은 도시의 변두리가 보인다.

 

 

 

 

 이런 곳은 자연 하천인가 보다. 하지만 강바닥엔 물이 사라지고 없다.

 

 

 

 

 이젠 산이 명확한 모습으로 다가서 있다. 이 벌판의 끝머리가 바로 아라랏(=아라라트) 산자락이 되는 것이다.

 

 

 

 

 

 바로 저 산이 아라랏이다.

 

 

 

 

 

 이제 마지막 직선도로 구간이 남았다. 끝머리까지 가서 조금 더 간 뒤 휘어지면 도우베야짓이다.

 

 

 

 

 

 너른 벌판위에 그냥 우뚝 솟아버린 산이어서 오르기 쉽다고 여기겠지만 그게 그리 만만하게 보일까? 저래뵈도 높이가 5000미터 넘는 산이다. 백두산 높이의 두배를 생각하면 된다.

 

 

 

 

 

 산자락 왼쪽의 풍경이다. 저 골짜기 속으로 들어가면 으드르 방면이 될 것이다. 그 너머엔 카르스가 있다. 으드르나 카르스는 아르메니아 공화국 국경과 가깝다. 아라랏 산 뒤편에 아르메니아라는 나라가 자리잡고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대지 색깔이 붉다는 것은 화산 지대임을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실제로 아라랏은 화산이다. 1800년대에 분화했다는 기록이 존재한다고 한다. 대부분의 책들은 사화산이라고 기록하는 모양이지만......

 

 

 

 

 

 도우베야짓 입구에서 차는 잠시 주유소에 들렀다. 이젠 산이 바로 앞에 다가와 있다. 

 

 

 

 터키 주유소들도 색깔이 단번에 눈에 띄도록 원색으로 칠해져 있는 곳이 많았다. 물론 어지간한 주유소마다 편의점이 딸려있다.

 

 

 

 

 저 앞에 보이는 도시가 도우베야짓이다. 이 도로는 이란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제는 이란과의 국경이 별로 멀지 않은 것이다.

 

 

 

 

 주유소 건너편에는 쿠르드민족의 마을이 자리잡았다. 이탈리아 남자는 도로 건너편으로 달려가더니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는 꽤나 용감한 사람이었다.

 

 

 

 

어설픈 똑딱이 카메라의 줌 렌즈로 당겨보았다. 도우베야짓을 둘러싸고 있는 황량한 산들이 가까이 다가섰다.

 

 

 

 

 우리가 달려온 길로는 햇살이 거꾸로 든 부채의 살처럼 아래로 쏟아지고 있었다.

 

 

 

 

 

 우리는 저 멀리 서쪽에서 동쪽끝으로 줄기차게 달려온 것이다. 하루 온종일.....

 

 

 

 

 무슨 행사를 하는 것일까?

 

 

 

 

 도우베야짓 뒤편으로 보이는 산에는 정말이지 나무 한그루도 없다. 산꼭대기의 암벽들이 언뜻보면 흰눈을 덮어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눈이 아니다. 하얀 바위들인 것이다.

 

 

 

 

 주유소 뒷편으로 펼쳐진 밭을 자세히 보기 바란다. 밭 둔덕을 보면 굉장한 진흙층이 자갈 위를 덮은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여기에 어마어마한 물난리가 났었다는 증거가 되는 것 아닐가?

 

 

 

 

 사진 중앙 부근 산을 유심히 보기 바란다. 햇살이 들어와서 우묵하게 내려온 부근을 자세히 보면 산기슭에 무엇인가 구조물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거기가 바로 이삭 파샤 궁전터이다. 도우베야짓까지 왔다면 어떤 일이 있어도 거기를 꼭 가봐야 한다. 절대로 놓치면 안되는 곳이다.

 

 

 

 

 

 우리가 타고 온 미니버스다. 저 버스를 타고 다섯시간 동안 달려온 것이다. 갑자기 짙은 색 선글래스를 끼고 히잡을 쓰고 긴 코트를 입은 날씬한 아가씨가 운전사를 찾았다. 말하는 내용으로 보아 왜 여기서 이렇게 시간을 지체하는냐 하는 것 같았다. 회교국가에서 여성이 큰 소리로 자기 주장을 당당하게 이야기 하는 것은 드문 일 아니던가?

 

"기사 아저씨, 이 차 언제가는거요? 나는 여기서도 또 더 가야하는데 이러면 어쩌라는 말이오. 정말 왜이러는 거예요?"

 

 

  

 

 적어도 내귀에는 그렇게 들렸다. 운전기사는 허겁지겁 손님을 모았고 느긋하게 사진을 찍던 우리들은 슬금슬금 버스에 올라탔다. 이탈리아 남자는 여기저기 다니면서 사진찍기에 바빴다.

 

 

 

 

 

 버스는 다시 출발했고 5시간의 긴 버스 여행끝에 드디어 해거름이 되어서야 도우베야짓 터미널에 도착했던 것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