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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8 조지아, 터키-두 믿음의 충돌(完

아라랏으로 4 - 오, 아라랏!

by 깜쌤 2008. 9. 20.

 

 

 이 너른 평원 한가운데 자리잡은 저 도시는 과연 무어란 말인가? 아리(Ari)다. 아라랏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잡은 도시, 그 이름조차 산이름과 비슷한 아리이니 조화가 참 묘하다. 여기에서 (Van) 호수가 있는 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기도 한다. 그럼 이해를 돕기 위해 다시 아래의 지도를 보기로 하자.

 

 

 

 

 

 이번에는 론리 플래닛 터키편 속에 들어있는 지도를 사진으로 찍어서 올려보았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소중하게 들고다닌 자료가 바로 이 책이다. 론리 플래닛의 장점은 여러개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아주 상세한 지도를 올려두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지도 속에서 진한 검은 색은 국경을 나타낸다. 왼쪽 제일 위 주황색 점에서부터 출발하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청록색 선은 우리의 이동경로를 나타낸다. 왼쪽 제일 아래 분홍색 형광펜으로 칠해진 곳이 에르주름이다. 청록색 선의 제일 마지막이 오늘의 목적지인 도우베야짓인 것이다. 작은 지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은 다시 아래의 지도를 보시기 바란다.

 

 

  

 

 

바로 위 이 지도는 가공하지 않았다. 클릭해보면 아주 큰 대형지도로 변화될 것이다. 지도에 칠해진 분홍색은 참고로 하기 위해 내가 마음대로 칠해본 것이 지나지 않는다.

 

 

 

 

 아리 버스 터미널이다. 영어의 G자 위에 눈썹 모습의 표시가 된 글자는 발음을 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이해를 해두면 편하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한 묵음은 아니고 아(으)리 정도로 소리가 나도록 유도하는 것 같다. 아니면 앞 소리를 조금 길게 발음하는 그런 모습을 띄기도 한단다.

 

따라서 간판 글씨를 읽어보면 아그리가 아니고 아리 정도로 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오늘 우리의 목적지인 도베야짓도 도베야짓으로는 읽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모음 위에 점이 두개 찍힌 것은 독일어의 움라우트(Umlaut) 정도로 이해를 하면 쉬울 것이다.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터키 말을 읽어보면 쉽게 읽혀질 것이다.

 

 

  

 

 

 그래도 여기 아리 터미널은 정류장내 정리가 조금 되어 있어서 보기가 좋았다. 택시들도 한쪽에 줄을 맞추어 정렬되어 있었다.

 

 

  

 

 버스 터미널 속으로 들어가 보았더니 과자 나부랭이를 파는 조그마한 가게들이 조금 자리잡고 있었다. 대체적으로 건물 속이 휑했다고나 할까?

 

 

 

 

 

 동부지방은 히잡을 쓴 여성들이 많았다. 아직도 여기 분위기는 조금 보수적이라는 말이 될 것이다. 나는 터키 동부지역을 방문하는 우리나라 여성들의 옷차림이 너무 개방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지나치게 야하거나 맨살을 많이 들어낸 옷차림은 남의 시선을 집중시키게 되어 본의아닌 오해를 하게 되는 빌미를 주게 되고 그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으므로 조심하는 것이 옳은 일일 것이다.

 

이스탄불이 있는 터키 서부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이지만 일반적으로 회교국가에서는 여성들의 옷차림을 극도로 통제하는 편이므로 여성들이 맨살을 드러내놓고 다니는 것을 보는 것은 어려운 축에 속한다. 사정이 그러하므로 한참 피끓는 청년들의 입장에서는 젊은 여성들이 가슴이 푹 파인 옷을 입는다든지 허벅지를 다 드러내놓고 다니는 것은 볼때 느낌이 어떨 것인지를 스스로 한번 깊이 생각해보면 알 것이다.

 

 

 

 

 

여성들 입장에서는 남자들의 속마음을 읽는다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지나치게 노출이 심한 옷을 입는다는 것은 성추행을 스스로 불러 들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불러 일으킨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차라리 성추행 정도라면 가벼울지도 모른다. 심할 경우는 성폭력의 희생자가 되기도 하므로 한번 깊이 생각해 볼 문제일 것이다.

 

 우리 버스는 한 10여분 쉬다가 다시 출발했다. 아리(Ari)도 이번이 두번째이다. 예전에도 단순히 그냥 거쳐갔는데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이젠 서부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더욱 더 넓어진 평원과 밀밭, 그리고 초지가 참으로 광활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말탄 사나이들만 조금 왔다갔다하면 영락없는 서부 풍경이겠다. 너른 평원과 그 사이로 유유히 흐르는 강들이 서부영화의 무대와 너무도 많이 닮았다.  

 

 

 

 

 정말이지 너무 탐나는 곳이다. 식량걱정 없는 나라는 얼마나 복받은 나라인지 모른다.

 

 

 

 

 내 눈에 탐이 날 지경이라면 러시아나 이란같은 나라가 터키 동부지역에 대해 탐을 내온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실제로 1916년에 러시아는 터키 동부에 군대를 몰아넣은 적이 있다.

 

 

 

 

 버스는 줄기차게 앞으로 나아가기를 계속했다. 나는 자꾸 왼쪽 창문 저너머로 눈길을 주고 있었다. 산너머로 갑자기 아라랏산이 떠오를 것 같아서이다.

 

 

 

 

 너른 들판 중간에 마을이 들어서 있기도 했다.

 

 

 

 

 마을에는 어김없이 모스크가 들어서 있고.......

 

 

 

 

 이제 슬슬 아라랏 산봉우리가 모습을 드러낼 때도 되었건만 어찌 감감 무소식이다. 버스 왼쪽에는 이탈리아인 부부가 자리를 잡고 연신 카메라를 매만지고 있었다. 굵게 웨이브를 넣은 파마머리를 한 남자는 내가 보는 론리 플래닛을 빌려 달라고 하더니만 이내 책속에 코를 박았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론리 플래닛은 이탈리아 판이었는데 구판에 속하는 것이라 새로운 정보가 필요하다며 카르스 부근 정보를 열심히 탐색하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결국 그는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어 필요한 부분을 촬영하기 사작했다. 조지아 공화국에서 내가 하던 행동과 똑 같다. 역시 인간은 같은 생각을 하고 사는 동물인 모양이다. 그 역시 아라랏 산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나가고 있었는데 뒷자리에 앉은 어떤 청년이 차장을 불러 이야기를 한다. 이내 차는 멈추어 서고 차장과 운전기사가 황급히 지붕위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황당한 표정을 짓더니만 차는 뒤로 서서히 후진하기 시작했다. 교통량이 적어서 천만다행이지 안그러면 대형사고를 일으키기에 딱 알맞은 행동이다.

 

그렇게 후진을 하기를 한 300여미터쯤 했을까? 운전기사와 차장이 들판 한가운데로 �아가서 우리가 탄 미니버스의 지붕 철판을 주워 오는게 아닌가? 그러니까 달리는 도중에 버스 위를 덮은 철판이 한장 뜯어져서 날아가 버린 것이다.

 

 

 

 

 혼자서는 들래야 들 수 없는 크기임을 알 수 있다. 그렇게 주워온 판짝을 버스에 싣고 다시금 서서히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 거대한 판이 날아간 것까지는 좋은데 다친 사람이나 짐승이 없다는 것이 고마운 일이다.

 

 

 

 

 

 한바탕 난리를 치고 난 뒤에 버스는 다시 황금벌판을 달리기 시작했다. 여행을 하다가 별별 황당한 경험을 다해 보았지만 자동차 천장이 날아가는 것은 처음 보았다. 

  

 

 

 

 소떼를 치던 쿠르드인 목부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버스를 쳐다보고 있었다.

 

 

 

 

 우리가 가는 길은 참 멀기도 하다.

 

 

 

 

 다시금 자잘한 동네를 지나고........

 

 

 

 

 까마귀가 가득 널린 벌판을 지나고.......

 

 

 

 

 직선 도로를 지겹도록 달리기도 하며......

 

 

 

 

 양떼를 옆에 두고 달리기도 하다가......

 

 

 

 

 끝없는 민둥산을 넘어가기도 했는데......

 

 

 

 

 드디어 민둥산 너머로 눈을 인 희끄무레한 그 무엇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 바로 저것이다. 저 눈을 꼭대기에 이고 점잖게 버티고 선 산이 바로, 바로.. .....

 

 

 

 

 

아라랏인 것이다. 남들은 한번도 보기 어렵다는 산을 나는 벌써 세번째로 마주치는 행운을 잡은 것이다. 2001년 터키에서 이란으로 넘어가던 날 한번 보았고, 이란에서 터키로 넘어올 때 두번째로 만났으며 이번에 세번째로 대면하는 것이니 나는 얼마나 큰 복을 받은 사람인가?

 

 

 

 

 하지만 한번 모습을 드러냈다고 해서 속살을 다 보여주는 그런 산은 아니다. 구름 속에 숨기도 하고 나즈막한 산 뒤로 숨기도 해버린다.

 

 

 

 

 이제 경치는 극도의 황량함 속에서도 깔끔한 모습을 지닌 대지의 이중성을 묘하게 오버랩시켜 수줍은 얼굴을 드러내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는 중이다..

 

 

 

 

 나무 한포기 없는 산은 깨끗하게 면도한 사나이 같은 모습으로 다가왔다.

 

 

 

 

 갑자기 가슴이 뛰며 괜히 흥분이 되었다.

 

 

 

 

 이탈리아 내외는 부지런히 셔터를 눌렀다.

 

 

 

 

 이제는 아주 선명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혹시 사진 속에서 아직도 아라랏산을 못찾았다면 심각한 문제를 지닌 분임이 틀림없다.

 

 

 

 

 이제 우리가 목표로 삼는 도우베야짓이 가까운 것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