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아시다시피 이란에 가면 그 유명한 페르세폴리스라고 하는 곳이 있다. 알렉산드로스(영어의 알렉산더)대왕이 정복한 페르시아의 신전도시라고 보면 틀림이 없을 것이다. 이스파한에서 페르세폴리스가 있는 쉬라즈로 가는 도로가의 산악지대 풍경은 엄청난 장관을 연출한다. 그 모습과 우리가 탄 버스가 달리는 이 지방의 모습이 거의 흡사하다. 지금 우리들은 터키 북동부에 자리잡은 유수펠리를 떠나 에르주름으로 가는 길이다. 잠시 아래지도를 보기로 하자.
지도의 출처는 아래와 같다. 지도를 가지고 와서 잠시 손을 본 것임을 밝혀둔다.
http://www.lib.utexas.edu/maps/atlas_middle_east/turkey_map.jpg
우리는 조지아 공화국의 바투미에서 터키로 넘어와서 아르트빈과 유슈펠리 부근을 둘러본 뒤 에르주름으로 향하고 있는 길이다. 에르주름은 지도에서 황색선이 ㄴ자 모습으로 꺾여지는 곳에 초록색 점으로 표시된 곳에 자리잡은 도시이다. 그 다음 초록색 점이 아리이고 마지막 점, 그러니까 이란 부근에 있는 도시가 도우베야짓이다.
이제는 이동경로를 대강 이해하시리라 믿는다. 사실 여행에서 지도를 보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혹시 나중에 여행을 하게되더라도 지도를 머리속에 입력해두면 엄청나게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 특히 중국여행에서는 거의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하게 되므로 지명과 도시 위치를 대강이나마 기억해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도 왼쪽 아래를 보면 주황색 점이 하나 보일터인데 거기가 바로 영화 <지중해>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영화 <지중해>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주소를 눌러보시면 된다. 왼쪽 위의 초록색점은 이스탄불의 위치를 나타낸다. 나중에 우리들은 거기에서 출국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곳은 지층이 수직으로 곤두서버렸다. 아주 옛날에 엄청난 지각변동이 있었음을 증명하는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올려보았다.
이런 곳은 또 어떤가? 지층이 엿가락처럼 휘어버렸으므로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할 엄청난 변동이 있었다는 것을 짐작해볼 수 있겠다. 이 정도의 극심한 지각변동이라면 살아남을 생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지층이 이리 뒤틀리고 저리 휘어지고 했으니 아주 난리도 아니었을 것이다.
여기도 그렇지 않은가? 버스는 이런 골짜기 사이를 빠져 나간다. 나는 자료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부지런히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선생 본성은 버릴 수 없는 법이다. 아이들을 가르칠때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학습자료가 되므로 몸이 아무리 피곤해도 잠잘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이런 곳은 자주 오는 곳도 아니다. 그러길래 나는 어지간하면 해외여행에서는 버스나 기차를 타고서는 잠을 자려고 하지 않는다. 단 야간버스나 야간 기차를 탔을때는 예외로 한다.
참으로 대단한 곳이다. 저런 산악지대의 동굴 속에 몸을 은신시킨다면 찾아낸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9,11 테러의 주범인 오사마 빈 라덴은 아프가니스칸 동부와 파키스탄의 서부를 연결하는 엄청난 산악지대에 은신하고 있다는 소문이 자자하지만 미국에서 별별 수단을 동원해도 아직까지 잡지 못하는 것을 보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이곳의 지층 변화는 너무 엄청나서 할말을 잃을 지경이다. 지층 자체가 곤두박질치고 휘어졌으니 이런 지각변동이라면 하늘이 놀라고 땅이 뒤집어진다는 뜻의 경천동지(驚天動地)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의 엄청난 사건이었을 것이다.
산꼭대기에서부터 물이 흘러내린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 그렇다면 저 봉우리 뒤에는 더 엄청난 산들이 버티고 서 있다는 말이 될 것이다. 사실이 그랬다. 한바탕 엄청난 소용돌이가 있었음직한 지형을 지닌 곳을 지나자 조금씩 땅모양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땅모습이 안정을 찾음에 따라 이젠 내마음도 조금씩 진정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산중에 다른 곳에서는 도저히 보기 힘든 반듯한 마을 하나가 나타났다. 나는 순간적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동네 한가운데의 모스크와 똑같은 모습으로 만든 집들이 등장했으니 이상하면서도 얄궂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마을 옆에 굉장한 골짜기가 하나 나타났다. 일부러 골짜기를 파내어서 물길을 만든 것은 확실히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이런 계곡은 천연적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산을 칼로 자른 듯한 절벽과 절벽 사이로 절묘하게 흐르는 강물을 보면서 나는 자연의 엄청난 위력과 조화로움을 느꼈다.
그런데 더 묘한 것이 하나 숨겨져 있었다. 절벽 사이를 보면 저 산 중턱쯤에 초록색 숲이 보이고 마을이 있음을 알수 있을 것이다. 참 신기한 곳이다. 물이 없다면 저런 마을은 만들어질 수가 없다.
사람들은 기기묘묘한 곳에 다 붙어서 산다. 터키 산악지대나 중국 서부, 중국 서남부 지방을 여행하며 느낀 것인데 물만 있다면 어디든지 인간은 뿌리를 내린 뒤 살려고 발버둥치는 존재인 것 같다. 사막에서도 물을 찾아내는 인간의 능력은 정말이지 대단한 것 같다.
버스는 마을을 왼쪽 밑에다 두고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도로 밑으로 마을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골짜기 속에 자리잡은 마을의 위치도 절묘하거니와 인간의 생존 감각도 남다르다.
우리는 저 골짜기를 따라 온 것이다.
이윽고,
마침내,
드디어,
버스가 언덕을 다 오르자 나는 놀라운 광경을 보고 입을 다물수가 없었던 것이다.
거대한 호수가 나타났던 것이다.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맑은 물이 가득한 아름다운 호수!
호수가를 따라 한참을 달리자 드디어 호수 끝이 나타났다.
저절로 만들어진듯한 습지도 모습을 드러냈고........
모퉁이를 돌자 풍요로운 벌판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러면서 길가의 경치가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험준한 산들은 재빨리 모습을 바꾸어가며 점점 유순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제는 초원 분위기로 바뀐다. 경치 하나는 너무도 변화무쌍해서 차창 밖을 내다 보는 재미가 쏠쏠하기 그지 없다.
천연목장들이 즐비하게 펼쳐지기 시작했다.
목장도 이런 목장이 없다.
그런대로 편평하다 싶은 곳에는 초지가 조성되어 건초더미가 여기저기 뒹굴고 있었다.
터키!
식량을 자급자족하는 몇 안되는 나라라는게 이해가 된다.
어떤 곳에는 소떼들이 풀을 뜯기도 했고.........
어떤 곳은 말과 소들이 함께 있기도 했으며..........
또 어떤 곳에는 양과 염소들이 한가로이 먹이를 찾기도 했다.
어떤 곳은 밀밭이 펼쳐지기도 했으니 마치 3시간 동안 웅장하고 변화가 심한 한편의 교향곡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드디어 우리들은 에르주름에 가까이 왔는데..........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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