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원(黃順元)! 1915년 평안남도 대동군에서 출생하신 분이시다. 일본의 와세다 대학 영문학부를 졸업하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와, 세다" 대학을 졸업하셨으니 문장력이 그렇게 좋고도 세셨던 모양이다. 2000년 9월 14일에 돌아가신 어른이니 이 세상을 떠나신지 이제 거의 8년의 세월이 흐른 셈이다. 명문으로 알려졌던 서울중고등학교에서 교사 생활도 하셨고 나중에는 경희대학교에서 강의도 하셨다고 알고 있다.
갑자기 뚱딴지같이 소설가 황순원님이 왜 등장하시는가 하고 의문을 가지시는 분도 계시지 싶다. 원래 나도 어리버리하기로서는 한몫을 단단히 하는 사람이니 이 기회에 이름값이라도 해야 의무를 다하는 것 같아서 꺼내보는 이야기다. 황순원님이 쓰신 단편소설 <별>, <소나기>, <학 鶴>등의 작품은 문학에 조금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거의 다 읽어보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1959년에 발표하신 <소나기>같은 작품은 예전부터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실린 작품이니 한번쯤은 거의 다 읽어보셨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럼 여기에서 돌발 퀴즈 문제로 들어간다. 그냥 재미로 풀어보기로 하자.
1. 소설 속에 등장하는 소년의 이름은 무엇인가?
1) 황수 2) 황순 3) 수원 4) 송연 5) 원순
2. 소설 속에 등장하는 소녀의 이름은 무엇일까?
1) 소연 2) 원순 3) 황순 4) 소녀(素女) 5) 미자
3. 글 속에 등장하는 소녀의 신분은?
1) 초딩 2) 중딩 3) 고딩 4) 대딩 5) 학원생
4. 소녀는 몇학년이었을까?
1) 초등 6학년 2) 중학 1학년 3) 고등 1학년 4) 대학 1학년 5)재수생
5. 글 속에 등장하는 꽃 이름 4가지만 써보라. 모르면 이 글 속에 등장하는 사진을 보고써도 좋음.
( , , , , )
6. 소녀가 좋아하는 색깔은?
1) 노랑 2) 빨강 3) 분홍 4) 파랑 5) 보라
1,2,4번 문제에서 번호를 하나 고르셨다면 소설을 새로 읽어보시는 것이 좋다. 정답 들어간다. 3번 문제의 답은 1번 초등학생(일명 초딩)이다. 5번 문제에서 답을 다 쓰시고 맞추었다면 야생화에 관해 아주 해박한 지식을 가진 분이시다. 그런 분은 나중에 경주 오실 일이 있으면 연락한번 주시기 바란다. 6번은 보라색이다.
그럼 이제 <소나기> 중에서 꽃이름이 등장하는 부분을 소개해 보기로 하자.
"이 바보"
조약돌이 날아왔다.
소년은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다.
단발머리를 나폴거리며 소녀가 막 달린다. 갈밭 사잇길로 들어섰다. 뒤에는 청량한 가을 햇살 아래 빛나는 갈꽃뿐.
"숨어서 내가 하는 일을 엿보고 있었구나." 소년은 달리기 시작했다. 디딤돌을 헛디뎠다. 한발이 물속에 빠졌다. 더 달렸다.
몸을 가릴 데가 있어 줬으면 좋겠다. 이 쪽 길에는 갈밭도 없다. 메밀밭이다. 전에 없이 메밀꽃 내가 짜릿하게 코를 찌른다고 생각했다. 미간이 아찔했다. 찝찔한 액체가 입술에 흘러 들었다. 코피였다.
"야아!"
소녀가 산을 향해 달려갔다. 이번엔 소년이 뒤따라 달리지 않았다. 그러고도 곧 소녀보다 더 많은 꽃을 꺾었다.
"이게 들국화, 이게 싸리꽃, 이게 도라지꽃, ............"
"도라지꽃이 이렇게 예쁜 줄은 몰랐네. 난 보랏빛이 좋아! .......... 그런데, 이 양산같이 생긴 노란 꽃이 뭐지?"
"마타리꽃."
소녀는 마타리꽃을 양산 받듯이 해 보인다.
누가 말한 것도 아닌데, 바위에 나란히 걸터 앉았다. 유달리 주위가 조용해진 것 같았다. 따가운 가을 햇살만이 말라가는 풀냄새를 퍼뜨리고 있었다.
"저건 또 무슨 꽃이지?"
적잖이 비탈진 곳에 칡덩굴이 엉기어 꽃을 달고 있었다.
"꼭 등꽃 같네. 서울 우리 학교에 큰 등나무가 있었단다. 저 꽃을 보니까 등나무 밑에서 놀던 동무들 생각이 난다."
그 뒤로는 소녀의 모습은 보지 않앗다. 매일같이 개울가로 달려와 봐도 뵈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쉬는 시간에 운동장을 살피기도 했다. 남 몰래 5학년 여자 반을 엿보기도 했다. 그러나, 뵈지 않았다.
그러니 소녀는 5학년인 것이다.
여긴 그렇게 꽃 천지였다. 내가 이 산자락에서 황순원님의 단편소설 <소나기>를 떠 올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미 오래전에 가버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가슴 한켠에 새겨둔 닳고 닳아 이제는 희미해져버린 낡은 이름 석자 때문이었을까?
소녀는 보라색을 좋아한다고 했다.
'소나기'가 지나간 것처럼 하늘은 마냥 푸르기만 했고.........
여기 이 산자락에도 터키 산골 소녀와 소년의 아름다운 대화가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소녀가 입었던 분홍 스웨터 색깔 같은 꽃이 사방에 가득했다. 다시 소설 속으로 들어가보자.
그 날도 소년은 주머니 속 흰 조약돌만 만지작거리며 개울가로 나왔다. 그랬더니, 이 쪽 개울둑에 소녀가 앉아 있는게 아닌가.
소년은 가슴부터 두근거렸다.
"그 동안 앓았다."
어쩐지 소녀의 얼굴이 해쓱해져 있었다.
"그 날, 소나기 맞은 탓 아냐?"
소녀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었다.
"인제 다 났냐?"
"아직도........"
"그럼, 누워 있어야지."
나는 이 산골에서 마음을 앓았다. 이렇게 야생화가 지천으로 가득한 곳은 중국 내몽골 자치구와 사천성 서부 초원지대에서 보고는 처음이다.
온갖 종류의 꽃이 한없이 피었다.
작은 목초지에서 일하던 터키 목부(牧夫)가 밭 한쪽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내가 손을 흔들자 그도 손을 흔들어 주었다.
앞서 올라간 사람들은 이미 우리 시야에서 사라져 보이지가 않았다. 그들이 걸어간 대강의 방향을 봐두었으므로 방향을 잡는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오늘 우리가 가야할 곳은 산봉우리의 왼쪽 편이다.
제법 너른 초지가 산자락에 펼쳐져 있어서 가슴을 탁 틔워 주었다.
앞서 올라가던 사람들이 침엽수 그늘에 앉아 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찌보면 용담꽃 같기도 하다.
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그냥 길로 쏟아지고 있었다. 아마 눈녹은 물이리라. 단순히 나무가 우거졌다고 해서 이렇게 많은 물이 흐르지는 않을 것이다.
오른쪽 골짜기에 집들이 몇채 보였다. 가축을 기르는 사람들이 임시로 거주하는 단순한 여름용 주택은 아닐 것이다.
군데군데 조성해둔 초지에는 사료용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주민들이 이런 산골에 살면서 밭을 일군다는 것은 엄청난 중노동에 시달렸다는 말이 아닐까 싶다.
여름이면 산에 올라와 살다가 겨울이면 산밑으로 내려가는 생활을 하는 것일까?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는 산봉우리들이 위용을 과시하고 있었다. 산봉우리에는 구름이 모였다가 흩어지는가 하면 우리 머리위로 간간히 낮게 가라앉아 지나가기도 했다.
싱그러운 풀내음이 가득한 산골에서의 트래킹은 그저 즐겁기만 했다.
어리
버리
'배낭여행기 > 08 조지아, 터키-두 믿음의 충돌(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원에서 5 - 부끄러움 (0) | 2008.09.15 |
---|---|
낙원에서 4 (0) | 2008.09.14 |
낙원에서 2 (0) | 2008.09.12 |
낙원에서 1 (0) | 2008.09.11 |
낙원을 찾아서 4 (0) | 2008.09.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