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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8 조지아, 터키-두 믿음의 충돌(完

낙원에서 1

by 깜쌤 2008. 9. 11.

 

 게스트 하우스로 올라가는 비탈길을 오르면서 뒤를 돌아다보니 우리가 타고 온 자동차가 저 밑에 보였다.

 

 

 

 

바르할 게스트 하우스는 경사가 심한 비탈에 자리잡고 있었다. 여러가지 편리를 위해 운반장치를 만들어 설치해둔 모양이다.

 

 

 

 

게스트 하우스 한쪽에 붙어있는 운반장치가 보인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런 장치는 비탈에 살고 있는 거의 모든 집집마다 장치되어 있었다. 우리가 머물게 된 게스트하우스는 새로 수리를 한 모양이다. 비탈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손님들이 묵을 수 있는 방을 만들고 방마다 샤워실을 넣었다. 방에는 텔레비전조차 없을 정도이다. 침대 두개가 전부였다. 

 

방 앞에는 작은 베란다가 붙어있고...... 문명의 이기가 없으니 오히려 더 편안하다. 휴대전화도 텔레비전도 없으니 그저 좋기만 하다. 이집의 큰아들인 아흐멧의 동생이 노트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으로 인터넷 연결이 되어 접속해 보았다. 속도는 그저 그만이었다.

 

  

 

 

 베란다에 서서 보니 맞은편 산자락이 바로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그 정도로 여긴 좁은 골짜기이다. 자세히 보면 비스듬하게 길이 나있고 사람이 걸어서 내려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린 3일만에 침대에서 자보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기차에서 하루, 공항과 비행기에서 또 하루, 야간 버스에서 하루를 보냈으니 오늘은 어떤 일이 있어도 푹 쉬어야 했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나니 만사가 귀찮아졌지만 게으름 부리면 안된다. 빨래를 해두어야 했기 때문이다. 배낭여행자 신세가 원래 그렇다. 시간날 때마다 기록하고 빨래하고 씻고.......  

 

 

 

 

 이집의 구조는 아주 간단하다. 우리가 머무는 방에서 아래를 보면 본채가 보인다. 본채 응접실은 터키 식으로 되어 있어서 머무를 만했다. 그러니까 우리 방은 별채에 있는 셈이다. 짐을 운반하는 장치가 보인다.

 

 

 

 

본채 옆은 겨울철에 짐승들이 먹을 꼴을 보관해두는 곳이다. 그러니까 건초더미 창고라고 해야하나? 가까이 다가가보면 건초가 마를 때 나는 독특한 풀냄새가 그득하다.  

 

 

 

 

 본채 지붕에는 태양열로 물을 데울 수 있도록 설치를 해두었다. 여름이라고는 해도 해발고도가 있으므로 밤에는 선선해진다. 여기만 해도 1300미터 정도가 되는 셈이다.

 

 

 

 

 

 바로 코 앞에 있는 앞산에는 망대가 있었고...... 저 산에는 곰이 많이 사는 모양이다.

 

 

 

 

 

 건초더미가 있는 창고로 올라가는 계단이 건물 옆에 붙어있다. 그러니 여기는 완벽한 산촌이면서 동시에 오지 마을인 것이다.

 

 

 

 

 

 저녁은 7시반으로 약속을 해두었다. 다른 손님들이 미리 와서 기다리지 싶어서 7시가 조금 넘어서 슬금슬금 식당으로 내려가 보았다. 내 짐작대로 벌써 다른 손님들이 내려와서 자리를 잡고 앉아있기도 했다. 영국인은 미리 와서 자리잡고 있었다. 그는 해마다 여기에 온다고 한다. 나같아도 규칙적으로 와서 쉬었다가 가지 싶다. 바르할은 그럴 정도의 매력이 있는 곳이었다. 우리는 네명이었으므로 따로 한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았다.

 

 

 

제일 먼저 스프가 나왔다. 하룻밤 숙박요금 속에 아침과 저녁 식사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안그러면 여기 이 깊은 산골짜기 어디 가서 저녁을 사먹는다는 말인가? 스프 맛은 그저 그만이었다. 첫 숟가락을 떠먹어본 나는 누가 요리를 했는지 그것이 너무 궁금했다. 요리 맛이 범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토마토와 오이를 섞어서 만든 샐러드는 신선함 그 자체였다. 여기는 공기도 맑아서 달콤하게 느껴질 정도였는데 음식까지 신선하기만 하니 낙원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터키인들이 에크멕이라고 부르는 이 빵은 보통 어느 음식점에서나 무한정 리필해준다. 그러니 안먹으면 손해이다. 갓 구워낸 것은 잘라서 속을 만져보면 촉촉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맛 하나는 기가 막힐 정도이다. 나는 이 빵을 특별히 사랑했다.

 

 

 

 그 다음에는 파스타와 볶음밥에다가 콩요리를 내어 왔는데 정말 환상적인 맛을 보여 주었다. 론리 플래닛에서 극찬을 한 이유를 알 것 같다. 밥에다가 빵을 곁들여 먹는 식사이므로 포식을 할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정말 오랫만에 싫컷 먹어보앗다. 마지막은 커피로 끝냈다. 진정 행복한 식사였던 것이다.  

 

  

 

 

 저녁 식사후 일기를 쓰고 나서는 그냥 곯아떨어지고 말았다. 아침에 눈을 뜨니 새소리들이 그득했다. 골짜기로 햇살이 밀려들자 모든 것들이 새롭게 보였다. 

 

  

 

 

 

 건초를 보관해두는 양철지붕 위에는 돌을 가지고 촘촘히 눌러 놓았다. 미루어 짐작해 보건데 겨울철에는 바람이 엄청 거센 모양이다.

 

 

 

 

 

 아침 식사를 하기 전에 나는 어제 살펴보지 못한 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우선 우리가 묵었던 공간 뒤로 슬금슬금 올라가 보았더니 다른 집이 보였다.

 

 

 

 

 

 뒷집을 가리고 있는 이 나무는 사과나무이다. 열매가 주렁주렁했다.

 

 

 

 

 한쪽에 벌통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고...... 그렇다면 아침 식사에는 신선한 꿀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나는 옆집으로 가보았다. 어제 아흐멧이 비잔틴 시대의 교회 지붕을 보여 주었으므로 확인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카라한 펜션에서 조금 내려와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가니 산에서 마구 쏟아지는 맑은 물이 앞을 막았다. 물소리가 요란했다.

 

 

 

 

 계단이 있는 건물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아르트비 유수펠리 알트파르막 브시오......... 알트파르막은 바르할의 다른 이름이다. 그렇다면 브시오는?  공회당일까? 아니면 학교일까? 아니면 회교도들이 모이는 기도소일까?

 

 

 

 

 어찌보면 모스크에 들어가기 전에 손발을 씻는 장소와 비슷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서 헷갈리기만 했다.

 

 

 

 

 학교라는 느낌도 들고.......

 

 

 

 

 

학교이기에 이렇게 깃발이 게양되어 있는게 아닐까? 확실히 모르니 답답하기만 하다.

 

 

 

 

 

 뒤에 보이는 건물이 10세기 경에 세워진 교회 건물이다. 이 건물을 보기 위해 유럽 배낭여행자들이 제법 몰려드는 모양이다.

 

 

 

 

 문위에 붙어 있는 표시를 가지고 짐작해 보아도 여긴 틀림없이 초등학교일 것이다.

 

 

 

 

 

 평소같으면 아이들로 시끌벅적할 장소이겠지만 지금은 8월이니 고요하기만 했다.

 

 

 

 

 농구골대까지 있으니 거의 틀림없이 학교일 것이다. 모스크라면 이런 시설이 있을리가 없는 것이다.

 

 

 

 

 학교 건물과 붙어있는 교회의 신세가 처량하기만 하다.

 

 

 

 

 그 옆에 조금 떨어진 곳에는 작은 집이 한채 자리잡고 있었다.

 

 

 

 

 여기서는 위성 티비를 보는 모양이다. 집 주위에는 과일 나무가 수두룩 했다.

 

 

 

 

 

 나는 교회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어서 들어가 볼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지붕 밑 벽면으로는 제비들이 집을 지었고, 창문이 있었음직한 곳에는 비둘기  한마리가 외로이 교회를 지키고 있었다. 얼마나 오랫만에 보는 제비집이던가? 하지만 교회 모습이 이래도 되는가 싶어서 마음이 아려왔다.

 

 

 

 

 나는 조용히 기도를 드렸다.

 

 

 

 

 

 사방에는 새소리들 뿐이었다. 묘하게도 이 집에는 인기척이 전혀 없었고......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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