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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8 조지아, 터키-두 믿음의 충돌(完

낙원에서 2

by 깜쌤 2008. 9. 12.

 

교회 건물은 깔끔했다. 10세기라면 우리나라의 신라말기나 고려초기시대 건물에 해당한다. 여기가 아르메니아 밸리(Valley)에 해당하는 곳이므로 교회가 남아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건물 옆에는 커다란 사과나무가 자라고 있었는데 이렇게 크게 자랄 수 있다는 것은 상상을 해보지 못했다. 사과나무도 나무니까 얼마든지 크게 자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무는 큰 대신 대신 알갱이가 잘았다. 

 

 

 

 

 

 입구가 동쪽을 향하도록 지어졌다. 그래야 아침 햇살에 환한 빛을 받아 교회 내부가 환해지지 싶다. 원래는 창문들이 스테인드 글라스로 되어 있지 않았을까? 지붕엔 잡초들이 자라고 있었다.

 

 

 

 

 

 상당히 아름답고 고상하게 지어졌지만 내부를 볼 수 없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이제 교회 앞에 있는 이 건물이 학교라는 것이 거의 확실해졌다. 이 마당은 운동장으로 쓸 것이다. 좁긴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간단한 놀이정도는 하며 놀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아침 식사시간이 될때까지 산책을 해보기로 했다. 늦잠으로 보내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다시 길로 내려가서 어제 차가 올라왔던 길을 따라 위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카라한 펜션의 원래 주인은 메흐멧씨일 것이다. 아들 이름은 아흐멧이고..... 남자들에게 아주 흔한 이름이 아흐멧이고 메흐멧이고 알리이지 싶다.

 

 

 

 

 지천으로 널린게 과일나무여서 나는 작은 사과 몇개를 주워 배낭에 넣었다. 비교적 깨끗한 것을 주워 물에 씻은뒤 먹어 보았더니 약간 타박타박한 느낌을 주었다. 골덴이라는 사과 품종의 맛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확실히 홍옥(紅玉)의 맛은 아니다.

 

 

 

  

 길모퉁이나 작은 공터마다 모두 야생화로 덮여있었으므로 꽃을 좋아하는 나는 완전히 신이 났다.

 

 

 

 

 개울물은 한없이 맑고 깨끗했다. 아직도 이 정도의 물이 흘러 내릴 정도라면 상류쪽으로는 더 깊은 골짜기가 존재하리라. 나는 이 골짜기 그 위쪽에는 과연 무엇이 자리잡고 있을지 너무 궁금해졌다.

 

 

 

 

 차 한대 정도 다닐 수 있는 비포장 도로 가에는 작은 과수원들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사과나무 아래마다 모두 야생화로 뒤덮여 있었다. 나는 꽃구경하는 재미에 이끌려 자꾸만 위쪽으로 위쪽으로 걸어 올라가기만 했다. 그러다가 앞에서 걸음을 옮기고 있는 형님을 만났다. 워낙 부지런하신 분이니 가만 누워계시지 않고 일찍 일어나셔서 구경을 나온 모양이다.  

 

 

 

 숲 속 여기저기 집들이 조금씩 자리잡고 있었다. 집 사이 거리가 멀어서 그렇지 여기가 그렇게 외로운 동네는 아닌 것 같다.

 

 

 

 

 

 사과나무가  참 크게도 자란다. 나무 밑에 자라는 야생화도 싱그럽기 짝이 없었다.

 

 

 

 

 야생화들이 수두룩하니 사진찍기에 바쁘다. 피곤하다는 핑계를 대고 방에 가만 누워서 귀차니즘(Guichanism)의 정수인 게으름을 부렸더라면 이런 귀한 경치를 다 놓칠뻔 했다. Guichanism을 사전에서 찾아보시는 분은 안계시리라.

 

 

 

 

 

 한 이십여분 정도 올라가니까 이젠 조금 넓은 터가 나타났고 길가에 집들이 조금 보였다. 이런 환경이라면 펜션을 하면 좋을텐데......

 

 

 

 

외국인을 상대로 해서 펜션을 하려면 영어가 조금 문제되겠지만 기본적인 대화만 나눌줄 알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요리를 잘 하는 분이 집안 식구 가운데 한분만 있다면 금상첨화가 되리라. 그런데 말이다, 저 산너머로 보이는 바위산들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갑자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렇다! 여기가 바로 알프스를 닮은 경치를 간직한 그런 곳이다. 이런 곳은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장소이다.

    

 

 

 

 

산골짜기 여기저기에 점점이 박혀 있는 건물들이나 시설들이 많이 조악스럽긴 했지만 삶의 스타일은 전형적인 산악인들의 삶을 유지해 나가도록 되어 있는 곳이리라. 오늘 이 골짜기를 훑어보면 왜 낙원이라는 표현을 쓰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나는 갑자기 호기심이 발동해서 여기저기를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지금 짓고있는 이런 건물들은 틀림없이 호텔이나 펜션용으로 지어지고 있을 것이다. 드디어 이 동네 사람들은 자기들 삶의 현장이 관광자원으로 가치가 있다는 사실에 눈뜨고 있는 것이다. 사실 내가 봐도 이 정도면 어디 내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교통이 조금 불편해서 탈이지만 좋다는 입소문만 나면 사람들이 몰려오는 것은 금방이다.

 

 

 

 

그렇지! 드디어 찾았다. 멋진 산악지대를 찾았으니 오늘 하루는 트래킹을 즐겨야 한다. 숲사이로 살펴보니 산자락에 집들이 조금씩 무리지어 있었다. 빨리 아침부터 먹어야 한다. 그래야만 배낭을 챙겨서 트래킹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형님과 나는 서둘러서 펜션으로 내려왔다. 식사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식사 장소는 어제와 같다. 본채 앞마당 간이 식당이다. 어제 못본 사람들이 제법 많이 와 있었다. 벨기에에서 왔다는 젊은 커플의 여자는 오늘 산골짜기에 있다는 호수를 찾아간다고 어제부터 이야기를 했었다. 일단 아침부터 먹고 물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마토와 오이에다가...... 

 

 

 

 

 

 버터!

 

 

 

 

 두부가 아니다. 치즈다.

 

 

 

 

 이것은 내가 엄청 좋아하는 올리브 절임이다. 나는 빵과 올리브 절임만 있어도 살 수 있는 사람이다. 짭잘하면서도 구수해서 빵과 함께 먹으면 맛이 그저그만이었다. 이 정도면 혼자서도 다 먹을 수 있겠다.

 

 

 

 

 

 에크멕에다가 자연산 꿀까지......

 

 

 

 

 또다른 치즈에다가......

 

 

 

 이 정도면 진수성찬이다. 자기 접시에 덜어먹으면 된다. 꿀은 얼마나 인기가 있던지 나는 조금밖에 맛을 보지못했다. 빵을 꿀에 찍어먹으면 정말 맛있다. 식사를 끝낸 나는 벨기에 커플들에게 물어보았다. 자기들은 오늘 터키 젊은이들하고 돌무쉬를 빌려타고 꼭대기 마을까지 간 뒤 산중에 있다는 호수를 다녀오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우리도 산에 가지만 걸어갔다가 올 생각이라고 응수를 했다. 사실 나는 걸어서 가고 싶었다. 아까 이 골짜기 경치 일부를 맛보지 않았던가?  

 

 

 

 

 우린 팀 4명은 다시 길을 나섰다. 천천히 걸어서 트래킹을 하기로 한 것이다. 물과 겉옷을 한벌 챙기고 난 뒤 가볍게 걷는다. 하늘엔 구름이 아름답게 일어나고 있었다.

 

 

 

 

 야생화가 만발한 과수원을 지나고.......

 

 

 

 

 

 오솔길을 걸어서 한참을 올랐다.

 

 

 

 

 그러다가 자동차 소리가 나서 뒤돌아 보았더니 아흐멧이 모는 차가 올라오고 있는게 아닌가? 차안에는 터키 청년 둘과 벨기에 커플이 타고 있었다. 우리도 함께 타고 만다. 자동차는 산골 비포장 도로 좁은 길을 이리저리 더듬듯이 슬금슬금 올라갔다.

 

 

 

 

 

 더 이상 올라가기 어려운 곳에 도착하자 모두들 내리고 만다. 안내리고 버틸 재주가 없지 않은가? 미리 타고 온 사람들은 아흐멧과 돌아갈 시간에 대해 상의를 했다. 시간 약속을 해두면 나중에 그가 데리러 올 모양이다. 우리는 물론 걸어간다고 이야기를 해두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트래킹을 시작하게 되었다. 시실 말이지 우리는 산중호수가 어디 있는지조차도 모르고 무작정 걷기만 한다. 벨기에 팀은 지도를가지고 있는 것 같았지만 우리는 그냥 찾아가기로 했다.

 

 

 

 

 이제부터 우린 알프스 탐험에 나선다. 여긴 터키니까 알프스 스타일의 경치를 찾아나서는 것이지 진짜 알프스는 아닌 것이다.

 

 

 

 

 바위로 이루어진 봉우리들이 범상치 않았다. 나는 갑자기 소설 알프스 소녀 하이디에 나오는 피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저기 보이는 저 집들은 혹시 여름용 임시피난처가 아닐까?

 

 

 

 

 

 신선한 공기와 따가운 햇빛! 거기다가 한번씩 불어오는 시원하기 그지없는 바람들! 구수한 풀냄새와 야생화들! 작은 색종이들마냥 팔랑이는 미루나무 이파리가 애틋한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뒤돌아보니 우리가 올라온 길에는 고요한 정적만이 내려앉아 있었다.

 

 

 

 

 

 이젠 그저 올라가는 수밖에 없다.

 

 

 

 

 나는 일행을 앞에 보내고 사진을 찍으면서 뒤따라 올라가기로 했다.

 

 

 

 

 

 구름이 지나가면서 만들어내는 그늘이 시시각각으로 다른 모습의 경치를 선사해주었다.

 

 

 

 

 울창한 숲과 목초지대가 뒤섞여 예술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었다.

 

 

 

 

 거기다가 하늘까지 파랗기만 했으니 더할 나위없이 아름다운 순간들을 마구마구 뿌려주었다.

 

 

 

 

이 산중에도 온갖 종류의 채소가 심어진 밭이 존재했다. 겨울에는 모두 눈으로만 덮혀 세상천지가 모두 하얗게 변하지 싶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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