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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8 조지아, 터키-두 믿음의 충돌(完

낙원을 찾아서 3

by 깜쌤 2008. 9. 9.

 

 잘 나가다가 모든 것이 멈추어서는 상황으로 변하고 말았으니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도로 공사하는 모습을 보니 대강 짐작은 되지만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나 안내가 없으니 슬슬 부아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긴 낯선 나라이다. 참는게 최고다. 현지인도 모르는 상황을 이 나라 사람들이 나에게 자세히 설명해줄 수는 없으니 그냥 참고 기다리는게 훨씬 낫다.

 

중국서부에서도 몇번 이런 일을 겪어보았고 라오스에서 캄보디아에서도 겪어 보았으니 이젠 단련이 되었다. 성질에 못이겨 잘난척하며 나설 필요도 없고 조바심을 칠 필요도 없다. 그냥 즐기는게 훨씬 좋은 것이다. 한 30분쯤 기다리고 나니 사람들이 슬슬 차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드디어 통과하는 것이다.

 

 

 

 

 

 고개를 내려간 우리 차는 계곡을 따라 흐르는 강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이제 차창밖의 경치는 완전히 변하여 황량하기만 했는데 계곡 옆으로 묻어나간 길을 따라 미니버스는 줄기차게 달려나갔다. 강변으로는 숲이 조금씩 보이지만 산은 그런 모습이 아니다.

 

 

 

 

 

 그러다가 우리 차는 다시 멈추어 서고 말았다. 내려서 앞을 보니 저만치 앞에 우뚝 솟아오른 산을 깎아 도로를 내고 있었다. 공사현장을 보니 기가 차서 말이 안나올 지경이다. 숫제 절벽을 깎아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었 것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터널을 팔 것인데 여긴 그냥 온 산을 다 깎아서  길을 내고 있었다.

 

 

 

 

 꼭 이런 식으로 공사를 해야하는지는 모르지만 어리석은 내가 봐도 좀 과한 것 같다. 공사하는 산에서 쏟아져 내리는 낙석들 때문에 차들이 멈춰서 있는 것이다. 

 

 

 

 

 

 차에서 내려서 도로 옆 산을 보았다. 꼭대기에는 흰구름이 솟아오르고 있었고 우리들은 산밑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다.

 

 

 

 

우리가 타고 온 차량 뒤쪽으로 서서히 차들이 밀리기 시작했다. 나는 나무그늘에 들어가 론리 플래닛을 읽었다.

 

 

 

 

 다시 한 30여분 이상을 기다린 후에 통과허가가 났다. 이런 식이면 언제 유수펠리에 도착할지 아무도 모른다. 마음이 급한지 운전기사도 속력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차창밖으로 따라오는 강을 옆에 두고 자동차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속도를 올려 골짜기 사이로 빠져나갔다.

 

 

 

 

 

 이런 골짜기에 사람이 산다는 것이 신기하다 싶었다. 속도를 조금 즐여 계곡에 걸린 다리를 건넌 뒤 다시 스피드를 올리던 순간, 우리 차에서 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유리창을 날카로운 것으로 긁는듯한 소리가 나더니 우리 차와 앞에서 달리던 차가 동시에 도로가에 멈춰섰다.

 

사고는 우리가 탄 차에서 난 것이다. 바퀴가 터진 것이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날카로운 소리가 난 것일까? 운전기사가 내려서 바퀴를 확인해 보더니 모든 사람들에게 다 내리라고 한다. 잭으로 자동차 바퀴를 들어올리고 보조 타이어를 꺼내고 하는 식으로 바퀴 교체작업에 들어갔는데 펑크가 난 바퀴의 볼트 너트가 얼마나 단단하게 옭죄어져 있는지 도저히 플리지가 않는 것이었다.

 

품질 좋은 벤츠자동차여서 그런 것이 아니라 너무 오랫동안 바퀴를 갈아본 적이 없어서 녹이 슨 상태로 붙어버린 것이리라. 그러니 아무리 노력해도 볼트 너트가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뒤따라 오던 미니 버스 기사가 멋진 폼으로 새로운 연장을 들고 구세주나 되는 양 붙어 보았지만 펑크난 자동차 바퀴는 요지부동이었다.

 

 

 

 

 

 펑크난 타이어를 달고 그대로 출발하려고 해보았지만 완벽하게 바람이 빠져 버렸으므로 어떻게 해볼 재주가 없게 되었다. 자동차에 문외한인 나는 그늘에 앉아 책을 읽었다. 이미 일은 크게 난 것이고 내가 도울 길은 없으니 마음 편하게 먹는 것이 최고다. 괜히 조급증을 내어 오도방정을 떠는 것보다는 조용히 기도하는 것이 훨씬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말이다, 배낭여행 안내서에 의하면 바르할 가는 돌무쉬는 오후 2시에 있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일이 진행되면 새로 두시 전에 유수펠리에 도착할 길이 없어진다. 바르할은 유수펠리에서 산골짜기 속으로 더 깊숙하게 들어가서 자리잡은 마을이니 차가 자주 있는게 아니다. 당연히 걱정이 앞서야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마음에는 평화가 찾아왔다.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는 오늘 목적지인 바르할까지 쉽게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서기 시작한 것이다.

 

  

 

 

 

한시간 정도 시간을 지체했을까? 유수펠리로 가는 다른 미니버스가 우리 차 뒤에 와서 섰다. 차는 거의 만원이었지만 마음이 급한 사람 몇사람은 우리차에서 짐을 가지고 내리더니 방금 따라온 차에 타고는 휑하게 가고 말았다. 내 마음 속으로는 괜히 그들이 배신자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물론 우린 하염없이 가다려야 할 처지가 되었고.......  그러나 사람팔자는 모른다더니 얼마 안있어서 또 다른 차가 곧 뒤따라와서 서게 되었는데 그 차에는 달랑 세사람만 타고 있었던 것이다. 곧 이어서 우리 차 운전기사와 교섭이 이루어졌고 우리는 모두 새로운 차에 타게 되었다. 고장난 자동차 옆에 새차를 대고는 지붕에서 지붕으로 짐을 옮겼다. 우리는 처음 탔던 차 운전기사에게 돈을 지불한 뒤 새차로 옮겨탔다. 무슨 일이 이렇게 만사형통하게 잘 풀리는지 모르겠다.  

 

 

 

 

 

 아까 전에 도로가 막힌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 뒤따라 오던 차들이 모두 밀리게 되어 결과적으로는 우리가 그렇게 오래 기다리지 않게 된 셈이 된 것이다. 우린 다시 편안하게 앉아서 유수펠리로 가게 되었다. 앞차로 간 배신자(?)들 덕분에 모두가 다 편안해진 것이다.

 

   

 

 

 알고보니 유수펠리까지는 먼 길이 아니었다. 한 이십여분만 달려가면 되었으니까.......

 

 

 

 

강가로 난 숲이 조금씩 더 넓어지기 시작했으므로 도시가 부근에 자리잡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을 했었는데 그 짐작은 곧 현실로 다가왔다.

 

 

 

 

 올리브 나무 숲이 지나고 나자 곧 이어서 도시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도시라고 해봐야 우리나라 읍정도보다 훨씬 작은 그런 마을이었다. 면소재지 정도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이런 산중에 제법 번듯한 마을이 있다는게 신기할 정도이다.

 

 

 

 

 미니 버스는 오후 한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유수펠리에 도착했다. 아까 떠나온 아트빈보다는 훨씬 작은 마을 같다. 이젠 오후 두시에 바르할로 간다는 차를 찾아야 했다. 이런 식으로 강행군하며 이동하려니 입으로 가져갈 음식 하나조차 사먹을 시간이 없다. 슬슬 배가 고파왔다. 더구나 우리는 지난 3일동안 침대에서 자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배만 고픈 것이 아니라 머리카락이 끈적거렸으며 피부도 근질거렸고 온몸이 욱신거리는데다가 몸은 무거워질대로 무거웠졌지만 쉴틈이 없이 또 이동해야 하는 처지이니 모두가 다 지치고 만다. 

 

그래도 참아야 한다. 내가 지친 모습을 보이면 우리 팀멤버들이 정신을 놓을 것이므로 계속해서 다그쳐야 했다. 묘하게 생긴 낯선 동양인들이 험하디 험한 산골짜기에 들이닥쳤으니 현지인들에게는 구경 난 것이나 다름없다. 순식간에 우리 주위로 택시기사와 버스기사들이 들이닥쳤다. 참 피곤하다. 이제 또 지루한 교섭을 해야 할 판이니까 더욱 더 지치게 생겼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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