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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8 조지아, 터키-두 믿음의 충돌(完

자, 떠나자~~ 그루지아로~~ 2

by 깜쌤 2008. 8. 25.

 

체크인을 하기 전에 비행기표를 구한 여행사 사장님과 전화로 마지막 의논을 해야했다. 그루지아 공화국의 수도인 트빌리시에 들어가느냐 마느냐를 결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공항에 비치된 텔레비전 화면에서는 그루지아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지만 포기하기에는 일정 자체가 문제를 안고 있었다. 왜 그런지에 대해 이야기 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지도를 가지고 설명하는게 낫겠다. 아래 지도를 봐주기 바란다.

 

 

  

 

 

 내가 계획하고 있는 여행지는 터키 동부와 동남부에 치우쳐져 있다. 잘 아시다시피 터키 동부와 동남부 지방은 쿠르드 민족의 거주지이다. 쿠르드 민족과 튀르키예(터키)족은 다른 사람들이다. 이란 서부와 이라크 북부, 터키 동부와 동남부 지역은 쿠르디스탄이라는 별개의 이름을 가진 땅으로서 쿠르드 민족의 거주지라고 보면 된다. 이런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은 그 쪽을 분쟁지역이라는 사실로만 여겨서 위험하다고 여기는게 사실이지만 의외로 아직까지는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여행지역이 쿠르드스탄 지방의 쿠르드 민족 거주지인데다가 동부로 치우쳐 있으니 유럽에 자리잡은 이스탄불로 들어가서 그루지아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 보다는 처음부터 그루지아로 들어갔다가 터키 동부로 넘어가는 것이 일정상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나는 정말이지 그루지아라는 나라를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우리가 그루지아 그루지아 하지만 영어로 말하자면 조오지아(Georgia)라는 나라이다.

 

그루지아의 트빌리시로 들어갔다가 흑해 연안의 바투미에서 국경을 넘은 뒤 에르주룸쪽으로 가서 도우베야짓을 거친 뒤 , 하란, 안디옥다소를 들러보고 카파도키아(갑바도기아)와 샤프란볼루를 가보고 이스탄불에서 아웃하는게 대략의 이동 경로였던 것이다. 성경에 대해 조금이라도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보라색 지명들이 가지는 의미를 쉽게 알아차릴 것이다. 그 중 몇군데만을 거치면 일종의 성지순례가 되는 셈이다.

 

 

 

 

 내가 평소에 그루지아 그루지아 하고 다녔으므로 여행사 사장님은 나를 위해 그루지아를 거쳐 터키로 넘어가는 방법을 연구하셨는데 그게 가능하다고 전화로 알려왔었기에 나는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만 했다. 사실 그루지아 같은 나라들은 지금 아니면 가볼 기회가 없는 곳이기에 고민도 컸지만 결심하는 것도 쉬웠다.

 

"그래! 위험이 있더라도 그루지아로 들어간다. 원래 마약 장사와 화약 장사는 위험 부담이 큰대신 이익이 많은 법이라고 그러지 않았던가? 문제는 같이 가는 일행이지만 설마 죽기야 하려고?"

 

이렇게 생각하자 간덩이가 커지기 시작했다. 인천공항 내의 러시아 항공회사인 아에로 플로트 카운터 앞에서 여행사 사장님과 통화를 한 나는 일단 그루지아로 먼저 들어가로 마음을 굳혔다. 그게 가능했던 것이 우리는 지금 러시아 항공회사인 아에로 플로트의 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표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알아낸 것인데 일단 인천에서 모스크바까지 날아간 뒤 모스크바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터키 이스탄불행 비행기를 선택할 수도 있고 그루지아의 수도인 트빌리시로 들어가는 비행기를 선택할 수도 있었으니 그루지아 행을 선택하는게 가능했던 것이다.   

 

 

 

 

 

그루지아로 먼저 들어가기로 결정하고 발권을 하고 나자 마음이 평안해졌다. 일의 경과와 결과는 하나님께 맡겨두면 되는 것이기에...... 저 녀석이 우리를 모스크바까지 싣고갈 아에로 플로트 회사의 비행기다. 사실을 말하자면 아에로 플로트는 서비스 면에서는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은 항공회사이다.

 

기내 서비스는 불친절하고 비행기 운항은 약간 거칠다고 하지만 굳이 우리가 사용하는 이유는 비행기 요금 때문이다. 목적지까지 똑바로 날아가는 비행기는 값이 비싸고 그게 우리나라 국적기라면 더욱 더 비싸지는 것이지만 여러 나라를 거쳐서 돌아가는 비행기는 가격이 떨어지므로 이용할만 한 가치가 생긴다. 

 

나는 돈이 있어서 여행다니는 사람이 아니므로 한푼이라도 아껴야 했다. 돌아가는 비행기를 사용해서 단돈 20만원을 아낀다면 적어도 4일이나 5일 정도의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으므로 나는 기꺼이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는 편을 택한다. 머리카락까지 허옇게 변해버린 늙다리 주제에 쫌생이 짓을 하는게 치사하긴 하지만 내 경제적인 처지와 사회적인 지위가 그런 것을 어떻게 하랴?

 

 

 

출국수속을 밟고 나와 탑승 게이트를 확인하고 난 뒤 탑승대기실까지는 새로 생긴 열차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 우리나라 국적기라면 열차를 타고 이동할 일도 없지만 다른 나라 항공회사를 이용할 경우에는 인천공항에서도 그 정도의 고생아닌 고생은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 시설면에서 본다면 인천공항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건 정말이다. 이런 멋있는 공항을 가진 나라가 세계에서 몇나라 정도가 될까?   

 

 

 

 저녀석은 중국 비행기들이다. 다음에 중국을 갈때 타봐야겠다. 우리가 타고갈 비행기는 덩치는 컸지만 안은 엉망이었다. 좌석에 붙은 번호표는 등받이에 붙어 있어서 착각을 하기에 딱 알맞았는데 사실 우리는 착각아닌 착각을 해서 다른 사람 자리에 앉았던 것이다. 세상에...... 무슨 동네 버스도 아니고 좌석 번호가 등받이 뒤에 붙어 있다는 말인가? 그것도 어떤 곳은 사인펜 같은 것으로 번호를 죽죽 그어놓고  덧방으로 칠해서 수정해 두기도 했으니 기가 차서 말이 안나올 지경이다.

 

 

 

 

실내에 마련된 좌석 위의 짐칸 디자인도 구닥다리이고 실내 색깔도 좀 그렇다. 이런 비행기를 국제선에 투입하는 것은 무엇하는 처사인가 싶다. 한때는 미국과 함께 세계를 호령하던 소련의 후신인 러시아가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서 은근히 밸이 꼬이려고 했다. 지난 2005년에 유럽을 갈 때는 싱가폴 항공을 이용했었는데 그 항공사와 비교하자면 이건 숫제 달동네 골목에서 후진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수준인 것이다. 어쨌거나 비행기는 이륙을 했고 우리는 거의 12시간 정도를 좁은 좌석에 갇혀 견뎌내어야만 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코노미 좌석칸 앞 벽면에 설치해두는 항공 운항로를 표시하는 모니터 같은 것도 하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비행기가 어느 경로를 이용해서 어디쯤 날아가고 있는지 알길조차 없다는 것이다. 러시아 영토내에 얼마만큼의 비밀기지들들과 군사시설들이 존재하는지는 모르지만 이런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렇다고 해서 좌석에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이어폰을 설치해둔 것도 아니며 기내에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해둔 것도 아니다. 그냥 의자에 가만히 앉아서 버티라는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손님에 대한 푸대접도 이런 푸대접이 없다. 항공사간의 경쟁이 극심한 시대에 이런 항공사가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 뉴스꺼리에 속한다.

 

 

 

  

 기내식으로 주는 음식도 물론 수준이 떨어진다. 기내식은 전자레인지 같은 것으로 따뜻하게 데워서 주는게 일반적이지만 여긴 그렇지도 않다. 온기는 있지만 밥은 푸석푸석해서 음식 안가리기로 소문난 나같은 사람도 모래를 씹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지만 먹어 두어야 했다. 안 먹어두면 손해니까.......

 

 

 

 

 음식이라고 해서 공손하게 주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휙 던져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는데 조금 씁쓸했다. 사실 아에로 플로트 이용은 두번째이다. 예전에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러시아의 상크트 빼쩨르부르(세인트 피터스버그, 혹은 상 페테르부르)로 갈때 경험해서 아는 일이지만 아직도 크게 나아지지는 않은 것 같다.

 

음식을 담은 용기의 모양도 정사각형으로 만들어서 좌석에 붙은 미니 테이블과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내가 뭐 아에로 플로트와 원수진 사람도 아니지만 사실을 사실대로 이야기 하는 것이니 혹시 이해관계가 있는 분이 있어서 이 글을 읽고 기분이 나쁘더라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그래도 천만다행인 것은 한국인의 입맛을 고려하여 고추장을 자그마한 용기에 담아서 함께 제공해준 주었다는 것이다.

 

 

 

 

 치즈는 덩어리채로 주었다. 이게 왠 횡재인가 싶었다. 나는 치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니 이런 것은 챙겨두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할 것이다. 모스크바로 날아가는 비행기는 만원이어서 창가에 앉지 못한 나는 아래를 구경할 길이 없었다. 이게 무슨 문출이(경상도 사람은 이 말을 이해할 수 있지 싶다) 이란 말인가? 체크인을 할때 창가 좌석을 요구해 보았지만 그때 벌써 다 나가고 없었던 것이다. 우리는 두시간 반 전에 체크인을 했었는데도 그 지경이었으니 이해하기가 어렵다.

 

"어휴~~  참 지겹게도 날아가게 생겼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