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초등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OTL~~

by 깜쌤 2008. 7. 15.

 

 

동료 선생님들과의 저녁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 가기 위해 자전거에 채워둔 자물쇠를 열려고 열쇠를 찾았다. 의례껏 내것이라 생각하고 확인을 했는데 열쇠꾸러미의 생김새가 이상했다.

 

"아니? 왜 이런 열쇠꾸러미가 내 손에 있지? 혹시 여러분들 가운데 이 열쇠 주인이 없습니까?"

 

모두들 아니란다. 그렇다면 이게 누구 것이란 말인가? 내가 제일 뒤늦게 나오면서 좌석을 확인했는데 분명히 떨어진 것을 주워온 사실은 없었다.  그런데 웃기는 일은 언제부터 내가 열솨꾸러미를 쥐고 있었는지가 도통 기억나질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열쇠뭉치가 내 손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어깨에 걸치고 다니는 작은 가방이나 호주머니에서도 꺼낸 것이 아닌 것 같은데 내 손에 들려져 있다는 것도 수상했다.

 

"주인장 어른! 혹시 이 열쇠가 이집 것 아닙니까?"

"우리집 것은 아닙니다만.....  혹시 손님 것일수도 있으니 카운터에 맡겨 둡시다."

 

결국 열쇠는 음식점 입구 계산대에 맡겨졌다.  

 

 

 

 

 

 

확실히 내가 요즘 까마귀 고기를 구워먹은게 틀림없다. 까맣게 잊어버리기를 잘 하는 것을 보면 치매 초기 증상이든지 아니면 까마귀 고기를 까맣게 구워먹기를 좋아한 결과일 수도 있다. 오해하시지는 말기 바란다. 까마귀 고기는 입에 댄 적도 없으니까.....

 

 

 

 

 

 

 아무리 곰곰히 생각해보아도 이런 수상한 열쇠뭉치가 내손에 들려져 있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혹시나 싶어 계산대에 가서 열쇠를 받아들고 밖에 나와서 내 열쇠 꾸러미와 하나씩 확인해가며 비교해 보았다. 

 

아뿔사! 틀림없는 우리 집 열쇠다. 결정적인 증거는 내 서재 입구 열쇠와 같은 것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아내가 쓰는 열쇠뭉치인 것이다.

 

 

 

 

 

 "이런? 어쩌면 8시가 넘은 이 시간까지 아내는 아직도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을수도 있겠다. 아내가 나보다 늦게 집을 나서므로 어쩌면 문을 잠그지 못하고 나갔을 수도 있겠구나. 그렇다면 낮 동안에 도()선생이 방문했을지도 모르겠네."

 

아내에게 전화를 해봐도 받지를 않으니 문제가 생긴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나는 어둑어둑해진 도시 외곽 변두리 도로를 정신없이 달려야 했다.

 

강변이어서 그런지 하루살이떼들이 입으로 코로 눈으로 정신없이 쏟아졌다. 눈에도 들어가고 콧구멍으로도 들어가고..... 그 정도는 다 견디겠는데 눈으로 밀고 들어오는 녀석은 막을 길이 없다.

 

고개를 이리돌리고 저리 돌리고 한쪽 눈을 감았다 떴다가 해가며 페달을 밟았다. 앞에서 오는 자동차도 봐야하고 뒤에서 오는 불빛을 보고 도로 한쪽으로 적당하게 비켜가며 달려야 했으니 고역이라면 고역이었다.

 

 

 

 

 

 

 무슨 이런 변고가 다 있는가 싶다. 하루살이 떼들의 무지막지한 공습을 헤쳐가며 30분 가량을 달려 집에 왔더니 아내는 거실에서 얌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남의 열쇠를 가지고 가면 어떻게 해요? 비밀장소에 숨겨둔 비상용 열쇠가 없었더라면 오늘 집에도 못 들어올뻔 했네요."

"아,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다 하는데 아내가 기어이 힘을 싫은 한 방을 먹여왔다.

 

"요즘 확실히 얼빵각하가 다 되어가는 것 같네요."

 

그렇다. 졸지에 나는 얼빵각하가 되고 말았다. 확실히 내 스스로 생각해도 요즘의 나는 너무 어리버리해지고 있다. 자잘한 실수를 많이 한다는 것은 틀림없다. 성적입력 프로그램을 사용하는데 기억이 안나서 어디에 입력해야할지를 몰라 물으러 다니기도 하고 벗어놓은 안경을 찾으러 온 집안과 직장을 다 헤매고 다니기도 한다. 문제는 그런 빈도가 점점 잦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열쇠사건만 해도 아침에 출근할 때 내가 무심결에 아내의 것을 내 열쇠꾸러미로 착각을 하고 주머니에 넣고는 집을 나섰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래도 명색이 한집안을 이끌어가는 가장인데 그 알량한 얇은 체면이 산산조각으로 무너져 내리는 굴욕적(?)인 순간이 발생한 것이다.

 

 

 

 

 

 "으흠......   얼빵각하라..... 얼빵각하라......"

 

확실히 요즘 아내의 공격이 예전과는 다르게 예리(?)해졌다. 아이들이 쓰는 표현대로 하자면 굴욕적인 순간이다. 대략난감 수준이기도 했고.....  늙는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 ~~, 대략난감OTL~~    OTL~~    OTL~~  OTL~~  OTL~~"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