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도 제법 깊은 산골동네가 있습니다. 오죽했으면 행정구역 이름 자체가 산내(山內)일까요? 산내에는 깊은 골짜기가 몇개 있는네 그 중 하나가 우라골짜기입니다.
일요일 오후에는 우라교회를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같이 신앙활동을 하는 분들이 소속해 있는 선교회에서 지원하고 있는 산골짜기 교회를 방문하는 행사였습니다. 시내에서 차를 타고 국도를 따라 가다가 산을 넘어서 가는 길을 택했습니다. 산마루를 넘어서니 아래로 펼쳐진 골짜기가 보였습니다.
골짜기 제일 윗부분에 작은 마을과 교회가 보였습니다. 지난 주말부터 제법 비가 착하게 왔기 때문인지 산마루에 구름이 걸려 있었습니다. 예전같으면 이 정도는 첩첩산중이라고 부르겠지만 요즘은 도로가 잘 닦여져서 쉽게 접근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오염원이 없는 곳이니 일종의 청정구역이라고 불러도 되겠습니다. 이런 골짜기에 누가 대규모 축사를 만드려고 하는 모양인지 항의하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 있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골짜기 상류지대에 대규모 축사를 건설하겠다는 발상을 누가 했는지는 모르지만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찌 그렇게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해낼 수 있는지 놀랍기만 합니다.
교회에 들어가기 전에 친구와 함께 부근을 살펴보았습니다. 이 정도면 겨울엔 해를 볼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짧지 싶습니다. 꽃을 심어서 아름답게 가꾸어두었습니다.
이런 교회를 지으려면 산골 성도님들이 꽤 많은 정성을 들였으리라는 것은 안봐도 훤합니다. 소박함 속에서 단정함을 느끼게 하는 교회모습이 마음에 깊이 와 닿았습니다.
목사관 마당이라고 생각되는 곳에는 백합이 너무 소담스럽게 피었습니다. 아마 이제 끝물인가 봅니다.
고냉지 채소밭에는 동네 어르신 한분이 배추를 돌보고 계셨습니다. 같은 시간 교회안에는 바쁜 농사철임에도 불구하고 오후 친양예배를 드리기 위해 연로하신 어르신들이 모여 계셨습니다.
골골마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라고는 하지만 젊은이들이 떠나고 없으니 보기가 안쓰럽습니다.
저희들이 가서 앉으니 작은 교회가 그득하게 채워졌습니다.
연로하신 어르신 몇분만 계시다가 사람들이 한꺼번에 밀어닥치자 그게 그렇게 좋으셨던 모양입니다.
단정하게 꾸민 작은 교회여서 그런지 저절로 깊은 정이 솟아납디다. 제가 자주 그리는 교회모습이기도 합니다.
예배를 마친 뒤에는 어르신들과 함께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었습니다. 깊은 산골에서 나는 청정 채소들이 입맛을 돋구어주었습니다.
뽕잎을 된장에 찍어서 먹어보았는데 맛이 각별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친구가 은퇴하면 살려고 계획해서 차근차근 손보고 있는 옛집을 둘러 보았습니다. 먼 산엔 비구름이 묻어오고 있었습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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