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나리꽃이 피었다. 꽃에 대해 한참 어두운 나는 이게 말나리인지 참나리인지 하늘말나리인지 구별이 안된다. 그냥 나리로만 알고 키우는 것이다. 인터넷 검색을 해본 결과 나리 종류가 왜 그리 많고 많은지 나리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엄청난 내공을 쌓은 고수들이 워낙 많이 설치고 다니는 세상이므로 알량한 실력을 믿고 강호에서 함부로 설친다는지 헤집고 나다니다가는 정파고수나 사파(邪派)고수를 만나 치명적인 일격을 당하는 것이 너무나 쉽기 때문이다.
고수들은 온갖 이론과 실력으로 무장하고는 몸을 숨기고 있다가 표적으로 찍힌 사냥대상감이 어설프게라도 걸려들기만 하면 무자비한 독수 초식을 펼쳐내기 때문에 사부로부터 물려받은 필살기가 없는 나같은 어리버리는 조심에 조심을 해도 제명대로 살기가 어려운 세상이 된 것이다. 만인지상(萬人之上)이라는 대통령도 까딱 실수해서 걸려들면 사과 안하고는 못배기는 처지가 되고 만다는 것을 똑똑히 보아왔으므로 함부로 아는 척 하다간 절단나는 수를 당하는 것이다.
씨앗은 몇년전 경주 안압지 뒤 반월성 앞 첨성대 옆 계림 이마빡 부근 야생화단지에서 채취한 것인데 해마다 줄기만 밀어 올리더니 올해엔 무슨 맘이 들었든지 꽃망울을 맺어 사람 맴(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들어 놓기 시작했던 것이다.
꽃망울을 단 상태로도 한참이나 뜸을 들이더니 한 일주일 전부터는 드디어 조금씩 붉게 뺨을 물들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드디어, 마침내, 결국, 종내에 녀석은 파악파악 후회없이 미련없이 아낌없이 꽃을 피워 댄 것이다.
따지고 보자면 한송이의 나리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도 그리 울고, 천둥도 그렇게 구름속에서 울어댔으며 따하민궈(大韓民國)를 대표하는 트로트 4대천왕도 그렇게 마이크 잡고 뽕짝을 불러 제꼈고 촛불 든 엄청난 청춘남녀들이 나랏님 산다는 푸른 기와집 부근 한양 본부 건물 너른 앞마당을 가득 채웠던 모양이었다.
참 오래만에 보는 나리꽃이다. 며칠전에는 나라꽃 무궁화를 싫컷 보았는데 오늘은 나리꽃을 대면했으니 이러다가 잘하면 나랏님도 만나볼 가능성이 있겠다싶다. 꽃 한송이 앞에 두고 거창한 소리만을 골라 했으니 오늘도 싱거운 하루가 될 것 같다.
서재 앞에서......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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