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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초한지

by 깜쌤 2008. 6. 19.

 

 글쓰기가 요즘만큼 망설여지는 날들이 또 있었던가? 잘 아시다시피 나는 워낙 무식투성이인 사람이고 별볼일 없는 시골 훈장이니 치열한 논쟁의 앞에 서는 것을 별로 탐탁치 않게 여기는 사람이다. 내가 가진 지식도 별로이니 내가 읽어본 어느 책이 이렇고 저렇고 할 수준이 못된다.

 

이 글을 읽는 분 가운데 내가 이문열씨의 작품을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수구 보수 반동 꼴통에다가 조중동의 앞잡이라는 식으로 함부로 판단하여 댓글을 다는 것은 처음부터 절대사절이다. 나는 어느 작가의 사상이 어쩌니 저쩌니 하는 그런 소모적인 논쟁에 엮여들기도 싫거니와 글 몇줄로 남을 일방적으로 평가하여 매도하는 경박함도 싫어한다.   

 

포털사이트 DAUM의 어느 공간에 가보았더니 <초한지>를 쓴 이문열씨에 대한 매도가 한창이었다. 나는 그런 글들을 보며 섬뜩함을 느꼈다. 자기 생각과 다른 주장을 했다고 해서 불구대천의 원수나 되는 양 엄청난 욕을 해대고 비아냥 거리는 이 세태가 무섭게까지 느껴졌다. 언제부터 우리가 이리도 무섭게 몰아붙이고 쏘아붙이며 남을 정죄하고 살았던가 싶다.

 

이제는 작고하신 대한항공그룹을 만든 조중훈 회장은 삼국지를 그렇게 좋아하셨다고 한다. 처세술과 인생사는 요령을 배울 수 있는 책이라고 해서 좋아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순전히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만약 그런 목적이라면 나는 사마천이 쓴 사기(史記)가 한수 위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최근들어 초한지 10권을 다 읽었다. 사기를 읽은 분이라면 훨씬 이해하기가 편하지 싶다.

 

나는 이 글 속에서 항우와 유방의 인물평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특정 인물에 대한 평가는 여러분들이 훨씬 더 잘 알테니 어줍잖은 내가 누구는 어떻고 누구는 어떻다는 식으로 이야기할 필요가 없겠다. 이제는 고인이 되신 만화가 고우영씨의 초한지 만화도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자기만의 독특한 해석을 곁들인 해학이 인상깊었던 작품이다.

 

사건이 벌어지는 역사적인 지명들을 잘 조사해보면 중국 남부지방과 강남 개발사에 대한 이해를 하기가 쉬울 것이다. 항우와 유방의 쟁패전이 있고 난뒤 약 400여년 후에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사건이 펼쳐지므로 삼국지를 미리 읽어두신 분들이라면 양자강 남쪽의 개발 과정을 대강 짐작할 수 있지 싶다.

 

2000년에 중국배낭여행을 갔을 때 황하 중류지방의 정주(鄭州)를 찾아갔었다. 정주에서는 낙양과 조조의 도읍지였던 허창이 가깝다. 인근에는 중국 무술영화에 등장하는 소림사(少林寺)도 있다. 그때 나는 황하 절벽 위에 자리잡은 이왕성(二王城)을 찾아가 본 기억이 난다. 현장을 설명해 놓은 자료에 의하면 그 부근에서 항우와 유방이 서로 대치를 하고 전쟁을 했다고 한다. 감회가 새롭다. 작가 이문열씨에 대한 논쟁과 관계없는 분이라면 재미삼아 읽어봐두어도 되지 싶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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