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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청백(淸白)

by 깜쌤 2008. 6. 17.

 

 

 보통 친구라고 하면 흉허물없이 지내는 사이가 일반적입니다만 나는 서로 존중하여 말을 높여 대화를 나누면서도 항상 조심스러워하는 친구를 한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양반은 항상 바쁘게 삽니다. 나는 그 친구가 한가하게 있는 경우를 못보았습니다. 진작부터 취미활동의 하나로 서각(書刻)을 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작업장에 한번 가보지를 못해서 늘 궁금하기만 했습니다.  

 

 

 

 

 그 양반은 자기 스스로 서각을 한다고 밝힌 적은 없었습니다. 그럴 정도로 겸손합니다. 어쩌다가 제가 우연히 알게 된 것이지 먼저 자랑한 사실은 없었습니다.

 

 

 

 

  

 

정말 우연히 작업장에 가보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가 만들어 놓은 작품을 보고 감탄을 연발했습니다. 정신없이 바쁘게 사는 양반이 그런 작품을 만들어두리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했습니다.

 

 

 

 

 

 

 나는 친구가 호를 가진 줄도 몰랐습니다. 그러니 제가 참 한심한 존재였던 것이죠. 대구에 사는 다른 친구가 호월(湖月)이라는 호를 쓰는 것도 한참뒤에 알았으니 참으로 무심하고 어리석은 사람이 바로 저입니다.

 

 

 

 

 

 단정한 한옥 식당 뒷켠에 마련해놓은 작업실에서 넋을 놓고 나는 친구가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나중에는 너무 미안하고 방해가 될까봐 부끄러워서 제 스스로 밖으로 나오고 말았습니다. 

 

 

 

 

 같이 작업하는 다른 분들도 모두 한결같이 쉽게 일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더군요. 그러니 더욱 더 방해될까봐 두려웠던 것입니다.

 

 

 

 

 

 같은 믿음을 가진 인생의 동역자가 가진 재주가 너무 커보였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항상 옳곧은 자리를 찾아서 바르게 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는 나에게 직접 서각한 "청백(淸白)"이라는 작품 한점을 안겨주었습니다. 아직 한번도 작품을 외부로 반출한 적이 없었다고 하면서도 선뜻 내어줄땐 진한 감격과 동시에 진정으로 미안한 마음 뿐이었습니다.

 

 

 

 

 받을 낯이 없었지만 염치불구하고 고마운 마음 가득히 담아 손을 내밀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매일 마주앉는 서재의 컴퓨터 위 공간에 곱게 모셔두었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보며 마음에 새겨야 할 좌우명이 하나 더 만들어진 셈입니다. 책을 보고 음악을 들을때 쓰는 작은 소파에서 보면 정면으로 보이니 멋진 위치에 자리잡았습니다.

 

 

 

 

 고맙기 그지 없는 일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제가 늘 신세만 지고 살아왔으니 이 글을 쓰면서도 부끄러워지기만 합니다.

 

 

 

 

 

 작업에 몰두하는 모습이 귀하게만 보입니다. 이 분이 가진 다른 놀라운 재주는 다음에 따로 한번 더 소개를 드려야겠습니다.

 

"거듭 거듭 고맙습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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