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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8 일본-문화의 꽃:중서부(完)

나라 - 이월당 삼월당 2

by 깜쌤 2008. 6. 14.

 선친께서는 학자적인 소양이 넘쳐나셨다. 무엇인가를 메모하고 기억하며 정리하고 익히는 일에 열심이셨는데 팔순이 넘어서 인터넷이 배우고 싶다고 하시기도 했다. 나는 끝내 인터넷이 무엇인지 아버지께 잘 가르쳐 드리지 못했다.

 

나라 어느 쪽에서 일하셨는지를 모르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거리 이름이라도 알아두었으면 일부러 찾아가서 밟아보기라도 했으련만.......  이젠 어떻게 알아낼 재주도 없게 되었다. 혹시 선친께서는 여기 2월당이나 3월당에 한번 오셨을까? 노동하시다가 힘들고 지칠때 혹여 여기 한번 올라와서 아래를 굽어보셨는지도 모를 일이다. 자꾸 눈물이 솟아 올라서 어디 낯이라도 씻을데가 없을까 찾아보았다.  

 

 

 

 

 난간에서 나라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으려니 간이 녹는 것 같아 내려오고 말았다. 선친께서 나라에서 노동하시며 힘들여 번 돈을 시골에 계시는 조모님께 보내드렸지만 돈이 모이지 않았다고 하셨다. 돌아가시기 전에 그 일이 못내 아쉬운듯 몇번이나 되뇌이셨다. 집안 일이므로 들은 이야기를 함부로 다 이야기하지는 못한다. 공부를 하셨으면 학자로서 성공을 하셨을 분이지만 더 배우지를 못하셨다.

 

 

   

 

 마음이 아려진 나는 목이 메어오는 것은 물론이고 눈시울이 자꾸 뜨거워져서 얼굴이라도 닦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방을 두리번 거렸다. 목을 축일 곳을 찾다가 공짜로 차를 제공한다는 표식을 보았다.  오후 4시에 문을 닫는다고 하니 아직은 조금 시간이 남았다.

 

 

 

 

 나는 차 한잔을 받아 마셨다.

 

 

  

 

 찬 보리차 한잔이 어디인가?

 

 

 

 

 마신 찻잔은 곱게 씻어서 돌려드리면 된다. 무엇이든지 찬찬히 살피면 답이 보이는 법이다. 

 

 

 

 

 천천히 차를 들면서 벽면에 장식해놓은 그림들을 훑어보았다.

 

 

 

 

 화장실은 구태가 넘쳐났지만 깔끔했다.

 

 

 

 5월에 왠 국화라는 생각이 떠올라 기이하게 여겼다.

 

 

 

 하기사 요즘은 국화 아니라 국화 할애비라고 해도 계절과 관계없이 생산해내는 시대가 아니던가?

 

 

 

 

 승려들이 머무는 곳일까?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나는 다시 다소(茶所)로 돌아와 쉬었다.

 

  

 

 이젠 나가야 한다. 시간이 아깝기 때문이다.

 

 

 

 2월당다소! 가볼만한 곳이다.

 

 

 

 아래로 내려가는 복도형식의 건물이 특이한 아름다움을 지녔다.

 

 

 

 다시 이월당 난간에서 나라시를 굽어 보고는.....

 

 

 

 저 아래로 내려간 것이다.

 

 

 

 

 왔던 길을 가면 재미가 없는 법이므로 계속 새로운 길을 찾아가 본다.

 

 

 

 

 3월당 쪽에서 사슴 한마리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참으로 선한 눈망울을 지녔다.  나는 눈빛이 선한 사람들이 좋다. 얼굴이 아무리 좋아도 눈빛이 거칠고 드센 사람들은 왜 그런지 호감이 가질 않는다.

 

 

 

 

 남동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쪽은 조금 호젓했다. 그러나 내 느낌에는 조금 우중충했다.

 

 

 

 나는 그런 곳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귀기(鬼氣)와 살기(殺氣)가 넘치는 곳은 일부러 찾아갈 필요가 없다고 본다. 피해가는게 상책 아니겠는가? 사진에 나오는 그 장소가 그런 곳이라는 말은 아니지만 어딘가 어둡게 느껴졌다. 나는 그런 영감이 아주 발달한 사람이다. 오랜 경험으로 잘 구별이 된다.

 

 

 

 

 이런 목조건물들은 꽤나 오래된 것들 같다.

 

 

 

 이월당 삼월당이 있는 공간을 빠져나오면 약초산이 있는 구역으로 이어진다. 수학여행 온 학생들을 태우고 왔던 버스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잔디밭처럼 보이는 곳이 약초산 아랫부분이다.  

 

 

 

 이런 산이 세겹으로 되어 있어서 삼립산(三笠山)이라고도 한단다. 바로 밑에서 보니 한겹밖에 보이지 않는다.

 

 

 

 산허리 부분에는 사슴들이 흩어져서 먹이를 찾고 있었다. 정월 대보름이면 여기에 불을 놓는다고 한다.

 

 

 

 선남선녀들이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젊은이들이 짝을 맞추어 다니는게 왜 그리 아름답게 보이는지 모르겠다.

 

 

 

 나는 이런 모습들이 너무 좋다.

 

 

 

 자연의 법칙은 냉혹하기 짝이 없지만 최고 계층의 포식자가 없는 곳에서 1차 소비자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얼마나 포근하게 보이는가?

 

 

 

 약초산 앞에는 아주 멋진 여관이 하나 자리잡고 있었다. 이름하여 무사시노 료칸이다.

 

 

 

 겉모양이 아주 단정했다.

 

 

 

 탁자를 덮은 붉은 천과 붉은 양산이 화려하게 어울렸다.

 

 

 

 운치가 넘친다.

 

 

 

 아주 호젓한 곳에 자리를 잡았기에 돈만 된다면 하루 정도만 머무르고 싶었다.

 

 

 

 그저 돈이 원수다.

 

 

 

 산으로 올라가는 도로를 만났기에 한번 올라가 보기로 했다. 약초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이 되기도 하고 카스가타이샤(春日大社)로 가는 길도 되므로 올라가 보기로 한 것이다. 길가에 주차시켜 놓은 차를 보시기 바란다.

 

 

 

 바로 저 차다. 그리고 차 앞에 마련된 다른 주차공간을 보시라.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우리는 산으로 올라가는 길을 따라 걷다가 기막히게 호젓한 찻집을 하나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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