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옛날의 금잔디 Long Long Ago (고향)

흔적 3

by 깜쌤 2008. 5. 29.

 슬레이트로 지붕을 덮은 헛간의 한구석에 정리되어 있는 소 멍에가 소와 함께 평생을 보냈을 어떤 분 인생의 무게를 느끼게 합니다. 

 

 

 

 얼마전까지도 사용했을 못자리판들.....  주인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요?

 

 

 

 

 아직도 동네엔 사람사는 흔적이 묻어나지만  이 작은 동네에도 벌써 빈집의 흔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감나무는 그냥 하늘로 치솟았고 반들거렸을 마당은 꺼칠하게 일어났습니다.

 

 

 

 단정하게 정리된 농촌은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나는 이제 발걸음을 돌려 마을을 빠져 나와야 했습니다.

 

 

 

 세월이 가면 모든 것이 다 무너지는가 봅니다. 인생살이에서는 가슴 무너지는 일도 참 많이 생기더구먼요.

 

 

 

 

 어디에도 친구의 흔적은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아니 못찾았다고 하는게 낫겠지요.

 

 

 

 

 간이 부엌으로 쓰는 작은 드럼통과 갈퀴, 잘 쌓아둔 장작더미.....  

 

 

 

 

 담없는 과수원.....

 

 

 

철따라 저절로 피는 듯한 함박꽃......

 

 

 

 

 그리고 뒷벽에 걸려진 시계, 세월은 아무도 봐주는 이 없는 가운데도 그렇게 무심하게 흐르는가 봅니다.

 

 

 

 안방이나 마루에 자리잡고 있어야 할 시계가 어쩐 일로 뒷벽에 붙어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내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보았습니다.

 

 

 

 동구 부근 논에는 어르신 농사용 신발이 단정하게 벗어져 있었습니다.

 

 

 

 피사리를 하시는가 봅니다. 농부라면 피와 벼를 구별할 줄 알지만 보통 사람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나도 이제는 못합니다.

 

 

 

 

 사람떠난 빈집엔 고요함만이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그래도 감나무엔 새 잎이 돋았고 마당엔 담배가 제법 잎을 내었습니다. 

 

 

 

 마을 앞을 감돌아 나가는 강변 모래밭에서 나는 들꽃을 찾았습니다.

 

 

 

 양말을 벗어두고 잠시 모래감촉을 느껴보기로 했습니다.

 

 

 

 예전처럼 맑은 물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정도나마 유지하는게 얼마나 대견스러운지 모릅니다.

 

 

 

 

 물높이가 조금만 높아지면 잠겨 버릴 녀석들이지만 용케 잘 자라고 있습니다.

 

 

 

 바위틈마다 식물들이 제 터를 잡았습니다. 인생도 그런 것 같습니다.

 

  

 강변에 자리잡은 논에다 물을 퍼 올리는 경운기 엔진 소리가 적막을 깨뜨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산에는 뻐꾸기가 나즈막하게 울었습니다.

 

 

 

 

 한참을 서 있던 나는 다시 자리를 떴습니다.

 

 

 

 강변길을 걸어 돌아나갑니다.

 

 

 

 다시금 들꽃들에게 눈길 한번 더 주고 말입니다.

 

 

어리

버리

 

 

 

 

'사람살이 > 옛날의 금잔디 Long Long Ago (고향)'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옛날에  (0) 2008.09.18
산에서 세월찾기  (0) 2008.06.01
흔적 2  (0) 2008.05.27
흔적 1  (0) 2008.05.26
고마우이. 거듭거듭 고마우이~~  (0) 2008.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