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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08 일본-문화의 꽃:중서부(完)

교토 - 골목구경

by 깜쌤 2008. 5. 26.

 "1950년대에나 1960년대에 초등학교 다니신 분이 있으면 손들어 보시기 바란다. 으흠.......   다 보이기 때문에 양심적으로 어서 속히 빨리 급히 후다닥 화닥닥 들어야지. 어디 보자..... 지금 시간에는 한분도 안계시는 것 같다."

 "당신이 메가 울트라 수퍼 초능력 선생이야 뭐야? 우리가 손드는 것까지 다 보이게? 별꼴이네. 정말."

 

그냥 웃자고 해본 소리니 마음 상하시지 말기 바란다. 그때 당시에 초등학교를 다니셨으면 지금은 모두 60대 아니면 50대이신 분들이다. 선생을 오래하다보면 이상한 육감이 발달하게 마련이다. 어떨 땐 그런 감각이 너무 잘 맞아서 탈이기도 하다. 사실 그런 질문은 이런 소리 하는 것과 같다.

 

"오늘 결석한 사람 손들어."

 

1960년대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는 <삼년고개>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이겠지만 내용을 모르는 신세대를 위해 대강 정리하자면 이런 이야기이다.

 

어떤 사람이 한번 넘어지면 삼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내려오는 삼년고개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앞으로 삼년밖에 살지 못하게 된 이 사람은 깊은 걱정을 하게 되고 결국은 시름시름 아파서 죽어가게 되었다.

 

 

 

 

 이 소문을 들은 어떤 사람이 죽어가는그 사람에게 찾아가서 묘수를 가르쳐 주었다. 한번 넘어져서 3년밖에 살 수 없다면 그 고개에서 열번이고 스무번이고 계속 넘어지면 그만큼 더 오래 살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이다.

 

어렸을 때 배운 이야기여서 참 오랫동안 기억해두고 살았다. 그런데 말이다, 참 신기하게도 교토 청수사 부근에 2년판(二年阪니넨자카), 3년판(산넨자카)이라고 불리우는 언덕이 있다. 자카는 한자로 阪(혹은 坂 . 비탈 판)이라고 쓰는데 언덕을 의미한다. 한번 넘어지면 3년밖에 살수 없다는 이야기가 삼년판이라는 곳에 전해져 온다면 우리는 왜인(倭人) 교육을 받고 살아 온 셈이 된다.

 

그런 예는 더 있다. 당시 국민학교(오늘날의 초등학교) 교육과정 속에 얼마나 많은 왜색 내용이 있었던가? 힘센 코끼리 이야기와 바다고래의 힘겨루기 이야기는 무엇이며 밤새도록 형제 논에 볏단을 옮겨 가져다 두는 의좋은 형제 이야기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니넨자카와 산넨자카 양쪽으로 자리잡은 가게들은 정말 아담하다. 예쁘다. 일본 특유의 특색이 고루 배어있는 골목이므로 한번 걸어보시기를 권한다. 관광버스타고 와서 청수사만 한번 덜렁 보고 그냥 휑하니 가버린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길바닥은 돌로 깐 곳이 많았다. 진한 회색 기와를 올린 목조 이층집들이 골목을 따라 빼곡하게 들어차서  정감이 흐르는데 가게 하나하나가 아주 오밀조밀하게 예쁘고 정갈해서 나그네의 심사를 심란하게 만들 지경이었다.

 

거기다가 해가 뉘였뉘였 기울어가니 그림자가 골목 저쪽으로 길게 깔리는 저녁나절이 아니던가?  갈길은 먼데 해는 진다는 표현이 딱 맞아 떨어지는 그런 시간이었다.

 

  

 

 

 나는 정확하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니넨자카이고 어디가 산넨자카인지 구별하지 못한다. 하여튼 이 부근이라고 그러던데 골목길 하나는 아름답다.

 

 

 

 

 이쪽은 고적지구로 정해져서 일본 전통의 냄새가 고스란히 남겨져 있는 모양이다. 돌아다녀보며 느낀 것인데 상당히 멋스런 전통 고급 주택지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

 

 

 

 

 쓰레기 통도 대나무로 엮어서 옛내음이 나도록 만들어 두었다. 대나무로 만든 뚜껑도 상당히 운치가 있지 않은가?

 

 

 

 

 저녁이지만 왕래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많은 사람들이 일부러라도 걸어보는 것 같았다. 유적지를 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이런 길을 걸어보면서 느끼는 삶의 정취를 느껴보는 것도 무시못하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진한 밤색이나 검은 색이 주조를 이루는 가운데 여기저기 고급 요리점과 찻집들과 기념품 가게들이 자리를 잡았다. 가게 하나하나마다 운치가 넘쳐나서 교토 특유의 아름다움을 맛보게 해준다.

 

나는 이 길을 걸으면서 젊었던 날에 읽었던 일본 소설의 무대를 떠올렸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주는 묘한 불쾌감과 선진국이라고 하는 현실에서 오는 한조각의 질시가 가슴 한켠에 배배꼬여 있는 것 같다. 배우긴 배워야겠는데 뭔가 떨떠름한 그런 감정을 느끼면서 길을 걸었다.

 

 

 

 

 여기저기 흘끗흘끗 거리면서 걷다가보니 어느덧 고태사(高台寺 코오다이지) 부근까지 와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신사입구임을 나타내는 도리이가 나타났다. 하도 많은 신사와 절이 몰려있는 곳이 교토 동부지구이므로 여기가 거기같고 거기가 여기같다.

 

 

 

 

 너무 많은 절을 구경해서 그런지 이젠 별로 감흥이 없다. 코오다이지는 히데요시의 미망인인 키타노 만도코로가 죽은 남편을 기리며 지었다고 한다. 히데요시는 살아 있을때 여럿 여자를 거느렸던 모양이다. 능력많은 남자는 그래도 되었던가 보다. 그러니 여자들 이름도 잘 기억이 되지 않는다.

 

   

 

 

 마당 앞쪽 언덕에는 연산홍이 가득했는데 마지막으로 넘어가는 저녁 햇살을 받아 더욱 더 화사하게 보였다.

 

 

 

 

 삼중탑도 여기저기 것을 하도 많이 봐서 그런지 이름조차 모두 다 아삼삼하다.

 

 

 

 

 교토 시내에 저녁이 내려앉고 있었다. 이 쯤에서 이젠 호텔로 돌아가야만 했다. 더 가고 싶었지만 오늘 걸었던 거리만 해도 상당했으므로 피곤을 느꼈다.

 

 

 

 

 거대한 불상이 담을 너머 우리 일행을 굽어 보고 있었다.

 

 

 

 언덕 계단을 내려와서 교토 역쪽으로 걸어야만 했다.

 

 

 

 

 그러면서도 골목길의 풍경을 하나라도 더 담으려고 여기저기를 기웃거렸다.

 

 

 

 

 고급 요리점 같다. 분위기가 그렇다. 교토 요리는 경(京)요리하고 해서 일본내에서도 상당히 유명하다고 한다. 하지만 함부로 들어갈 처지가 못되길래 - 사실은 주머니가 얇으므로- 집구경만 하고 돌아선다.

 

  

 

 

 이쪽 절들은 꼭대기에 봉황새 비슷한 것들을 올려두었다. 어떤 의미가 있으리라. 신사 영역의 시작임을 나타내는 도리이도 사실은 새가 않기 위한 시설이었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 속에는 새들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특히 삼족오(三足烏)이야기는 유명하지 않은가? 일본인들은 신과 인간사이를 새가 연결해준다고 믿었던 것일까? 

 

 

 

 골목 어디나 한결같이 깨끗했다는 사실 자체가 좋았다. 담배꽁초 하나 없는 정결함이 거리를 한층 더 돋보이게 만들었다.

 

 

 

 

 전통가옥 앞을 장식한 분경이 분위기를 돋구기도 했다.

 

 

 

 

 해송(海松)이 심겨진 작은 분경 하나! 누가 가져 가지도 않는 모양이다. 친절과 정직과 선한 양심 만큼 좋은 덕목이 또 있던가?

 

 

 

 

 이젠 서들러 돌아가야 한다. 누가 기다려 주는 것은 아니지만 돌아가서 쉬고 싶었다. 너무 피곤했기 때문이다.

 

 

 

 

 좁은 마당에 자리잡은 소나무 한그루도 함부로 없애지 않고 살려낸 재주가 돋보인다. 나무 한그루라도 사랑하는 마음자세는  누구나 다 가지는게 아니다.

 

 

 

 

 일본인 특유의 의식 세계가 녹아있는 작은 문패하나가 주인의 마음씨를 엿보게 했다.

 

 

 

 

 가게 하나하나도 허투루 차려놓은 곳이 없었다. 이들은 왜 이렇게 깔끔하게 고급스럽게 하는 것일까?

 

 

 

 가게 앞 작은 구석에 차려놓은 미니 정원에도 운치가 스며들어 있다. 이런 미적 감각은 아무나 가지는게 아닐 것이다.

 

 

 

 

 P형님과 나는 묵묵히 걷기만 했다.

 

 

 

 정갈함 속에 담긴 간결미에 압도당했다고나 할까? 느낀 것이 많으니 입을 다물수 밖에 없다. 이젠 나이가 들었으니 내 생각을 남에게 강요할 일도 없다. 스스로 느끼고 배웠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기다리는 이 없는 호텔이지만 일단 돌아오니 내집 같았다. 너무 피곤했던 터라 나는 늘어지고 만다. P형님이 외출을 하러 나가시길래 도시락이라도 하나 사오시도록 부탁을 드렸다.

 

 

 

 

 그날 나는 따끈하게 데운 500엔짜리 도시락으로 저녁을 때웠다. 일본 편의점에서는 도시락을 살 경우 전자레인지로 데워주는게 당연한 모양이다.

 

 

 

 

 먹을만 했다. 퍼석한 음식들이 아니어서 맛이 좋았다.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