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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8 일본문명의 시원-큐슈(完)

유후인 가는 길 3 - 유후다케

by 깜쌤 2008. 4. 15.

 유후인은 독특한 매력을 풍기는 아름다운 거리를 가지고 있었다. 일본인들의 미(美)의식이 잘 드러난 거리라고 보면 될 것이다.

 

 

 

 크고 화려하게 장식한 그런 아름다움이 아니라 작고 검박하되 수수하면서도 기품있는 그런 아름다움이 배여있는 도시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 도시의 공기속에는 확실히 예술적인 기운이 녹아들어 있다. 도자기와 그림과 음악이 있는 그런 도시 분위기를 느낄수 있는 것이다.

 

 

 

 

 유후인만이 가지는 분위기를 잘 살린 의도적인 개발 전략이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진 곳이다.

 

 

 

 

 그러기에 나는 내가 사는 경주라는 도시의 분위기를 못견뎌 하는 것이다, 콘크리트 덩어리가 가득 들어찬 도시가 무슨 고적문화도시란 말인가? 아파트 단지는 도시 바깥에 조성하고 고적지 부근에는 예전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도록 꾸미면 어디가 덧나기라도 하는지 모르겠다.(이제 그런 계획을 착실하게 추진중이라고 하지만....)

 

 

 

 

 

 이젠 그런 소리 하는 것도 지쳤다. 나 자신부터 배운 것 없는 인간이니 크게 목청을 높일 일도 없긴 하지만 많이 배웠다고 해서 모두 다 높은 식견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았다.

 

 

 

 

 그러길래 이십여년 전부터는 아이들을 수준높게 가르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건 그렇고...... 개울이 상당히 깨끗했다.

 

 

 

 

 경주 형산강에는 40년전만 하더라도 홍수가 끝나고 나면 황어떼가 물살을 가르며 올라왔다고 한다. 이젠 황어나 은어는 눈을 씻고 닦고 부릅뜨고 찾아봐도 간곳이 없다. 언제쯤 사라져간 녀석들이 올라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저번에 방문한 쿠마모토 시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수은중독으로 유명한 미나마타라는 도시가 나온다. 미나마타시의 수은 중독으로 인해 혼이 단단히 난 일본사람들이 각성을 하고 노력을 한 결과인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이쪽은 깨끗한 환경을 자랑한다.

 

 

 

 

 도시에는 평화로운 기운이 가득했다. 유모차를 끌고 가는 새댁의 눈높이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예술적인 냄새가 물씬 배어나오는 이 유휴인의 매력에 나 자신이 함몰되어 가는 것을 느꼈다.

 

 

 

 

 거리 끝자락에 자리잡은 유후다케의 흰눈 인 봉우리가 바로 앞으로 다가 들었다.

 

 

 

 

 유휴인의 료칸(여관)은 일본내에서도 널리 소문이 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여관이 거의 다 사라져버리고 러브호텔만 즐비하지만 일본에서는 아직도 전통적인 여관 문화를 잘 살려 숙식 대접에 신경을 바짝 쓰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단체 관광객들을 모집해서 해외 관광을 나서는 여행사들은 어지간하면 새로지은 호텔을 잡아 손님들을 투숙시킨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난히 새것을 좋아하고 집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양인들은 조금 낡았더라도 전통과 역사가 있는 호텔을 좋아한다고 한다. 유명한 극작가나 소설가나 저명인사가 숙박했던 방이라도 배정받으면 좋아서 난리라니 우리와는 생각하는 방향이 완전히 다름을 알 수 있다.

 

 

 

 

 그런 취향이 우리나라에서 전통 여관을 사라져 버리게 만들었다. 일본은 그런 전통 문화를 살려 꾸준히 맥을 이어가는 모양이다. 그러면서 일부 여관들은 호텔보다 더 비싸게 요금을 책정하기도 하는 모양이지만 일본문화를 체험해보고자 하는 외국인들은 더 많은 돈을 써가면서까지도 좋은 여관에 머물러 보기를 원하는 것이니 발전 전략에도 차별화를 둔다는 것을 알수 있는 것이다.

 

 

 

 

 한번도 가본 적이 없지만 운정여관(?)이라는 이름을 나는 기억한다. 예전에 바둑 고수들의 바둑 대국이 열렸던 곳이라고 기억하지만 이젠 이름조차 기억하는 사람들이 드물게 되어 버린 모양이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이름있는 전통여관을 찾는 것은 1급수가 흐르는 강물이 대지를 흠뻑 적시는 땅찾기 만큼이나 어렵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도 우린 일본에게 밀리고 있는 것이다. 지는 게 어디 한두가지이겠는가 마는 아무래도 너무 심하다 싶은 생각이 든다. 조선중기까지만 해도 적어도 문화적으로는 우리가 한수 앞선다고 여기지 않았던가?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 일본의 실체를 조금이나마 엿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역사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 피해의식을 바탕으로 깔고서 일본의 실체를 보려고 하는 것같지만 서양인들은 일본의 실력에 대해 두려움 반 놀라움 반 정도로 이해를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유휴인에서 두려움을 느꼈다. 도대체 일본인들이 지향하는 것이 무엇이며 그들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무엇인지가 궁금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도로 끝까지 걸어나아가자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타났다.

 

 

 

 산길 초입에는 배추와 무가 아직도 자라고 있었다.

 

 

 

 가파른 산길이 나타났다. 이제부터는 슬슬 걸어올라가면 되는 것이다. 공기가 달콤하게 여겨졌다.

 

 

 

 조금 올라가서 뒤돌아보자 유후인 시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확실히 전원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도시 자체가 갖는 매력은 그 어느 곳보다 두드러져 보였다.

 

 

 

 조릿대숲을 지나서.....

 

 

 

 

 조금씩 천천히 올라갔다. 나는 이런 트래킹을 즐긴다. 어느 나라에 가든지 꼭 한번은 해보는 트래킹이므로 이젠 제법 익숙하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