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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8 일본문명의 시원-큐슈(完)

유후인 가는 길 2

by 깜쌤 2008. 4. 13.

 

유후인(由布院 혹은 湯布院)! 유후인은 오이타(大分)현 벳푸 서쪽에 자리잡은 온천도시이다. 온천수 용출량이 전국 3위여서 유명하다고 하지만 나는 그런 관점에서 유후인에 가볼 생각을 한 것이 아니라 온천과 자연, 그리고 예술을 도시 공간에 접목시킨 발전 전략을 눈으로 확인해보고자 간 것 뿐이다.

 

그리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내 취향과도 조금 맞아 떨어지는 것이 있기에 직접 한번 보고 싶기도 했고.....  여행안내서와 참고도서같은 자료에는 여성 취향의 도시라는 식으로 기술을 하기도 하지만 나는 그런 견해에 동조하기가 어렵다.  

 

지방에 자리잡은 작은 도시가 일본 유수의 관광지로 떠오르기까지는 나름대로의 매력과 전략이 존재할 것이다. 유후인의 성공사례는 널리 알려져서  일본인들만 몰려드는 도시가 아니라 국제적으로 유명해지게 되어 이제는 많은 외국인들이 방문하는 도시가 되어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거리 끝머리에 자리잡은 유후다케(由布岳)는 1584미터의 높이를 자랑한다. 두개의 웅장한 봉우리가 시내를 굽어보는 듯이 버티고 서있는 모습은 장관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차역에서 벗어나서 산을 바라보면 자애롭다는 느낌이 들었다. 느낌이라고 하는 것은 모두 다 개인적인 것이니 내 눈에 그렇게 비쳤다는 말이다.

 

 

 

 우리는 오늘 묵을 숙소를 먼저 구해야만 했다. 유후인의 물가는 다른 지방보다도 비싸다고 한다. 싼 여관도 거의 없다고 하니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우리같은 배낭여행자들에게는 숙박비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싼 여관이 없다면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말이니 싸고 깨끗한 여관을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일단 역을 나와서 오른쪽 도로로 방향을 틀어 나가면서 여관을 찾기로 했다. 유후인 역 관광안내소에 싼 여관을 알아본 결과 그쪽으로 있는 여관으로 싼곳을 한군데 추천해 주었기 때문이다. 시라타키가와 개울가의 도쿠나가소 여관이란다. 여기 유후인의 여관이나 호텔은 대체적으로 비싸다고 하니 예외를 찾기는 어려웠지만 운좋게 정보를 얻을 수 있었으니 우리는 역시 행운아라고 해야겠다.

     

 

 

 

여관을 찾아가니 할머니가 맞이해주셨다. 영어는 단어만 간신히 알아듣는 수준이었지만 뜻은 대강 통했다. 하루 숙박비는 일인당 3600엔이다. 유후인에서 이 정도는 싼 요금이라는 것을 알므로 기꺼이 묵기로 했다. 안내를 받아 방에 가보니 일본식 방이었다. 아소에서 일식 방에 묵어본 경험이 있으므로 추울까봐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벽면에 걸린 온풍기를 보고 묵기로 결정했다. 사실 다른 대안이 없었으므로 묵어야 했다.

 

 

 

 

 짐을 풀어놓고 시내 구경에 나섰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으니 빨리빨리 움직여야 했다. 내일 오전에는 후쿠오카로 출발해야만 오후에 부산가는 배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짐만 풀어두고는 재빨리 나와서 유후인 시내 구경길에 나선 것이다.

 

 

 

 

개울가로 단정한 여관들이 몇개 자리잡고 있었다. 가격이 어느 정도 선인지 알수는 없었지만 하여튼 깔끔하게 보였으니 가격이 그리 만만한 수준은 아닐 것이다. 펜션이라는 간판을 보는 것도 어렵지 싶은데......

 

 

 

 

 이 정도만 해도 규모가 제법 크다.

 

 

 

 간단히 보이는 개울이지만 그래도 거기에는 잉어들이 살았다. 물도 깨끗했고.....

 

 

 

 

 여관을 나온 우리들은 개울을 따라 걸었다. 

 

 

 

 

 그러다가 역쪽으로 방향을 틀었더니 대형할인매장이 나오길래 들어가 보았다.

 

 

 

 

구조나 상품진열은 우리나라와 거의 비슷하지만 지금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보는 것은 식품진열대이다. 일본의 대형매장 식품부에서는 저녁에 일정한 시간이 넘으면 도시락을 할인해서 판매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리 가격과 위치를 살펴두는 것이다. 이런 것이 일본 여행의 노우하우이기도 하다.

 

 

 

 

 그런 뒤 다시 유후인 역에 가서 자료를 수집했다. 유후다케 등산지도를 구하고 내일 아침 후쿠오카로 나가는 기차표를 예약해둔 것이다. 기차표 정도는 항상 예약을 미리 해두고 정보를 수집한 뒤에 움직인다는 것이 중요하다. 유후다케로 올라가는 사람은 드문 모양이다. 다른 자료를 가지고 와서 복사해서 주는 것으로 보아 그렇게 생각했다.

 

  

 

 

 유후인 역앞에서 똑바로 난 길을 걸으며 천천히 시가지 구경에 나섰다. 유후인은 다른 도시들처럼 분주복잡한 그런 곳이 아니다. 커다란 빌딩도 없고 번화한 시가지도 없다. 마을 구조도 아주 단순하고 시골 냄새가 팍팍 풍기는 그런 곳이다. 여긴 인력거꾼도 있다. 건장한 젊은이들이 땀흘려 돈을 번다는 것은 좋은 일 아니던가?

 

 

 

 

 유후인 역 건물의 디자인이 아주 독특했다. 예술감각이 살아있다고나 할까?

 

 

 

 

 역에서 나와 왼쪽을 보면, 그러니까 역광장의 왼쪽에는 자전거 보관소가 있고 오른쪽에는 택시 정류장이 있는 셈이다.

 

 

 

 

 

 우리는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았다. 일본 여행을 하면 줄기차게 라면을 먹게 된다더니 정말 우리가 바로 그런 대표적인 사례가 된 듯하다. 우린 다시 라면 가게를 찾았기 때문이다. 

 

 

 

 

 골목길 하나하나가 정결하고 친근감이 나도록 만들어 두었다. 일본에서 이런 도시는 처음이다. 이런 발전 전략은 우리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겠다. 경주 같으면 남산 자락 마을이나 다보탑 석가탑 그림자가 비친다는 영지마을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나무 한그루에도 아름다운 소품을 전시하는 예술적인 감각은 그리 쉽게 길러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많은 보고서를 요구하는데 한번만 가르쳐 놓으면 어른 찜쪄먹을 정도로 훌륭하게 만들어서 제출한다. 혹시 아이들이 쓴 보고서가 궁금하다면 이 블로그 왼쪽편의 "아이들 다루기 이모저모"를 보시기 바란다.

 

보고서를 써내는 아이들의 예술적인 감각도 시시한 어른들보다 월등하게 낫다. 표지와 삽화의 색깔선택이나 문서편집능력, 디자인 감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인 것이다. 어릴 적부터 그런 훈련을 받은 아이들은 일찍부터 예술에 눈을 뜨게 된다. 정말이지 이젠 제발 시험성적만을 위한 교육에서 탈피해보자. 적어도 초등학교에서만이라도 말이다.

 

 

 

 

 우리는 라면가게를 찾아들어가서 라면을 시켰고 아까 수퍼에서 산 도시락까지 꺼내서 함께 먹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배를 채운 우리들은 유후다케를 향해 보무도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겼고......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