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식목일 부근에는 경주 시내 전체가 벚꽃으로 뒤덮입니다. 진해나 하동 벚꽃이 유명하다지만 이젠 경주가 한수위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경주 벚꽃은 규모 자체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입니다.
시내의 반월성 부근에서부터 보문에 이르는 길 모두와 보문 전체가 벚꽃으로 뒤덮이므로 규모 자체가 클 수밖에 없는 것이죠. 벚꽃이 피는 계절엔 항상 은혜의 소리 남성 중창단과 경주 남성합창단이 주최하는 음악회를 보문의 콩코드 호텔에서 열어왔습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어서 4월 7일 밤 8시에 음악회를 가졌습니다. 이번에는 다과를 대접한 손님만도 600명이 넘었으니 성황을 이루었습니다.
어리버리한 저도 당연히 출연했습니다.
저는 테너 파트를 맡고 있습니다. 내일 9일 총선거일에도 벚꽃이 절정을 이룰 것 같습니다.
연주회장에 미리가서 무대 상태도 확인해보고 음향과 조명, 테이블 셋팅 상태도 살펴둡니다. 현재 일을 맡고 계시는 단장님과 총무님이 얼마나 정갈하게 일을 잘 처리하시는지 그저 고맙기만 합니다.
음악회를 위해 지난 겨울부터 꾸준히 연습을 했고 2월 3월 두 달간은 일주일에 너댓번씩 모여서 연습을 했습니다.
지휘를 하시는 분이 워낙 기량이 뛰어나므로 시골 동네 합창단이라도 그리 만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초대손님으로는 소아마비 장애를 이겨내고 최고의 성악가로 발돋움하신 테너 최승원교수님이 오셨습니다. 이분이 노래 하시는 모습을 보면 깊은 감동을 받습니다.
도시락으로 저녁을 떼웠습니다. 저는 밥한톨, 반찬 하나 남김없이 철저하게 다 먹습니다.
수고하시는 단원님들이 너무도 보기가 좋습니다. 모두들 겸손하신데다가 마음씨가 너그러우니 하는 일 하나하나가 다 즐겁습니다.
음악회장 입구에는 안내표지판으로 깔끔하게 단장해두었습니다.
음료수도 준비해 두었고요......
테이블 셋팅도 다 되어 있었습니다.
같이 출연할 바이올리니스트 아가씨와 맞춰보기도 하고......
적당한 연습후에는 대기실에서 긴장을 풀며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올해들어 벌써 6번의 항암주사를 맞으면서도 어려움을 꿋꿋이 이겨내고 함께 무대위에 올라가기로 하신 교우를 보면 진한 감동을 받게 됩니다.
모두 열곡을 불렀습니다. 직접 오신 분들께는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더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 순서로 함께 노래를 부르고 다과를 대접해 드렸습니다. 변변찮은 대접이어서 미안한 마음이 앞섰습니다. 27년전에 졸업시킨 제자들이 여섯명이나 찾아와서 너무 고마웠습니다. 거기다가 제가 좋아하는 꽃 스타치스 한바구니를 안겨 주었으니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꼬맹이들도 많이 와서 앵콜을 신청해주었습니다.
뒷정리를 다 하고는 마지막으로 호텔 사장님과 지휘자님, 단장님, 목사님 내외분과 함께 반성을 겸한 이야기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들어오니 11시 반이 넘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그 동안의 피로 때문인지 얼굴이 부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