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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주례서기

by 깜쌤 2008. 3. 31.

 

 

어리버리하고 인격적으로도 결함이 많은 시골 선생인 저에게 변변찮은 가르침을 주고 받은 인연으로 맺어진 청년이 저번부터 결혼 주례를 맡아달라고 몇번이나 부탁을 해왔습니다.

 

그때마다 나름대로는 정중하게 사양을 했습니다. 결혼식의 주례는 아무나 맡아하는 일이 아니며, 어찌보면 세상살이의 커다란 끈맺음이고 자산이기도 한 것이니 사회적인 지위와 명망을 갖춘 훌륭한 분을 모셔서 식을 올리는 것이 낫다는 명분을 내세워 그때마다 손사래를 쳐왔습니다.

 

 

 

 

 

 

이제는 고인이 되신 신랑의 어르신께는 받은 은혜가 너무 크고 많았었기에 더더욱 그럴 처지가 못되는 줄 알고 거절을 했습니다만 하도 간곡하게 청을 하기에 어쩔 수 없이 결혼 예식의 주례를 맡게 된 것이죠. 

 

사실 신랑 집안은 경주 지역사회에서는 아주 유명한 집안이기도 합니다. 경주 최부자 같은 큰 부자는 아니지만 독립유공자를 배출하신 집안인데다가 일찍부터 사회사업을 위해 많은 가산을 기울인 조부와 선친을 둔 나름대로는 아주 튼실한 뼈대를 지닌 훌륭한 집안의 경사를 저같은 모자란 사람이 나서서 그르치면 어쩌나 싶어 저으기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참 묘하게도 같은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같이 하게 되었으니 그런 끈으로 인해 더욱 더 요청을 해온 것이죠. 수락을 하고 나니까 은근히 걱정이 되었습니다.

 

3월 29일 토요일, 보문 관광단지의 힐튼 호텔에서 예식을 거행하게 되어 직장에서 양해를 얻고는 조금 일찍 식장에 나가 사전 준비를 했습니다.

 

    

 

 

 

예식업무 담당자를 만나 결혼예식 순서와 차례를 숙의해보고 다시 사회를 맡은 청년을 만나서 조목조목 협의를 했습니다. 사회를 맡은 청년도 이런 경험을 몇 번 해본 엘리트여서 대화가 쉽게 풀려 나갔습니다. 식장 분위기도 미리 파악해두고 참석하실 손님수도 미리 예상해보았습니다.      

 

 

 

 

 

 

특급 호텔에서 하는 결혼식이니만큼 어느 정도 품격도 갖추어야 하는데 주례를 맡은 사람이 여러 면에서 많이 부족하고 어리석으니 그저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만 시간이 다가올수록 예상외로 차분해지더군요.

 

 

 

 

 

 

하객들이 압장하기 전에 주례석에 미리 올라가서 성혼선언문과 혼인서약문도 확인해보고 문장을 파악해서 발음에 실수가 없도록 대비를 했습니다.

 

 

 

 

 

 

그리고는 기도를 해두었습니다. 사실 저는 모든 일을 하기 전에 미리미리 기도를 해두는 습관이 있으므로 마음이 그저 편안하기만 했습니다. 가슴 한구석에서는 잘 되겠다는 확신이 서면서 용기가 솟아 올랐습니다.

 

 

 

 

 

 

시간이 되어 신랑과 신부가 입장하고......    그날 제가 왜 그리 행복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름다운 청년과 조신한 아가씨가 만나서 가정을 이룬다는 것이 너무 멋지게 보이고 흐뭇하게 여겨졌습니다.

 

 

 

 

 

 예전에 가르쳤던 학생들이 이제는 어머니가 되고 직장인이 되고 사회활동을 하는 멋진 인물들로 변신해서 다시 만났습니다. 선생도 오래 했더니 이젠 좋은 만남이 자주자주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랍니다. 신랑의 생질녀까지 가르치는 인연을 이어가는 것을 보면 사람산다는 것이 참 신기하기만 합니다.

 

 

 

 

 

그저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다시 한번 더 빌어봅니다. 다음 주일 월요일(4월 7일 밤)에는 이 부근 특급 호텔에서 제가 출연하는 음악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바쁘게 살아도 그저 즐겁기만 합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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