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집까지 걸어가면 어차피 30분은 걸린다. 빨리 걸으면 28분 정도가 소요되므로 산으로 해서 집에 가도 되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저녁에는 다시 음악회 연습을 위해 다시 시내로 나가야 하므로 몸이 견뎌낼 것 같지 않았지만 진달래를 못본지가 오래 되었기에 봄기운도 한번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학교 교문을 나서서 몇분만 가면 소금강산 자락이 시작되니 그냥 슬슬 올라가 보았다. 학교를 둘러싼 동네가 발 아래로 펼쳐졌지만 숲에 가려 윗부분만 모습을 드러낸다.
일단 정상에 오르면 그다음부터는 능선을 따라 가는 길이니 평지나 마찬가지다. 이런 길을 나는 좋아한다. 생각하며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진달래가 피었다. 여기저기 한무리씩 피었기에 아름다움이 반감되고 만다. 좀 무리지어 피었으면 좋으련만...... 워낙 배가 고팠기에 진달래라도 따먹으며 집으로 돌아갔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선명하다.
오른쪽으로는 시가지가 펼쳐지지만...... 나는 아파트가 밀집한 경주가 너무 싫다. 이건 정말 진정한 경주의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가지 가운데 펼쳐진 황성공원 숲이 그나마 숨통을 열어준다. 히딩크 감독이 특별히 좋아하셨다는 경기장이 숲속에 자리 잡았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저 숲속을 걸어서 출퇴근했다.
중국의 운남성 리지앙(=여강) 뒷산에 올라가보면 기와집들이 즐비하다. 그래서 더욱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하지만 경주에서 이제 기와집 동네를 찾는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전통가옥은 사라지고 현대식 기와집이나마 그래도 조금 모여있는 동네가 바로 대릉원 옆이다.
저 멀리 형산강과 예기청수가 보였다. 하늘이 흐리니 사진이 곱게 나오질 않는다. 나는 그냥 슬금슬금 걸기만 했다.
경주도 이제 너무 많이 변했다. 점점 매력을 잃어간다.
한 삼십여년 세월만에 산에 나무들이 이렇게 울창해진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예전 경주 사진을 보면 산이 말갛기만 하다.
사진 한가운데 공사중인 곳을 보면 작은 숲지역이 보일 것이다. 나는 그 부근에 산다. 이젠 슬슬 내려가야겠다. 집에 오니 정말 정확하게 딱 한시간 결렸다. 이젠 자주 산길을 걸어 퇴근해야겠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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