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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8 일본문명의 시원-큐슈(完)

쿠마모토 5 - 닌자

by 깜쌤 2008. 4. 4.

 높이 솟은 망루 위로 봄이 내리고 있었다. 천수각은 성의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으니 이런 것은 일종의 망루에 해당되겠다. 

 

 

 

 봄은 땅에서 솟아오르거나 하늘로부터 내려오지 싶다. 나무에는 물이 올랐고 동백나무 이파리엔 봄기운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성문을 통과한 우리들은 곁길을 돌아 천수각으로 향하는 것이다.

 

 

 

 일본성의 아름다움은 이런 것에 있지 않을까 싶다.

 

 

 

 쿠마모토 성은 임진왜란 참전을 끝내고 돌아간 가토 기요마사에 의해서 1601년부터 공사가 시작되어 1607년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쿠마모토 성의 구조가 참으로 교묘해서 일본 성 건축의 걸작으로 꼽히고 있다고 한다.

 

 

 

 사실이 그런 것 같다. 지휘부가 존재하는 천수각으로 이르는 길은 아주 교묘하게 설계되어 있다. 수비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침입자를 성벽 위에서 쉽게 처치해야 하니 요리조리 교묘하게 길을 내어 두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어디로 접근하더라도 쉽게 노출이 되도록 해두었으되 수비하는 측에서는 자기 몸을 감추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나는 오늘 닌자(忍者 시노비노모노 忍の者 :しのびのもの)가 되어 본다. 내가 가토를 암살하려했다면 어떤 방법으로 저 성벽을 기어 올랐을지를 상상해본다. 사슬 달린 낫과 갈고리를 이용해야 했을까?

 

 

 

 해자는 어떤 모습으로 건넜을까? 옷은 아무래도 검은 옷을 입었겠지. 신발은 가벼운 가죽신이었을까? 등에는 일본도를 매고 있겠지. 작은 단검 정도는 옆구리 띠에 달았을까? 아님 품속에 넣고 있었을까?

 

 

 

 

 파수꾼의 눈은 어떻게 속여야 할까? 내 흔적이 발견되면 위에서 총으로 나를 노릴 것이다. 임진왜란 당시에 이미 총이 존재했으니 가토 기요마사가 이 성을 건축할 당시에는 더 나은 총이 만들어져 있었을 것이다.

 

 

 

 별 이상야릇한 상상을 해가며 나는 성벽을 돌아 올라갔다.

 

 

 

 성벽 밑에 신사가 보였다. 이 신사에는 빨간 깃발만 가득 걸어두었구나.

 

 

 

 이제 한가운데쯤 올라왔다. 닌자인 내가 갈길은 아직도 멀다. 이러다가 가토 기요마사를 해치우기는 글렀을 것 같다.

 

 

 

 으흠... 망루가 저기 보이는구나. 처음 보았던 망루가 저기 있고 방금 또 한군데의 망루를 지나왔으니 아직도 갈길이 멀다.

 

 

 

 내리막길이 보인다. 그렇다면 위장용 길이 아닐까? 어쩌면 본부로 질러가는 지름길이 될지도 모른다. 적의 눈을 속이기 위해서 그런 식으로 설계하는 것이 가능하다. 

 

 

 

 닌자의 환상에서 잠시 깨어나 퍼뜩 정신을 차린 내 앞에 매화 향기가 성큼 다가왔다. 이젠 닌자가 아니고 조선의 조로(Zorro)인 일지매가 되련다. 이제부터는 일지매가 되어야겠다. 캘리포니아 지방을 무대로 대활약한 검객 조로처럼 뛰어난 칼솜씨와 은신 기술을 지닌 일지매 말이다.

 

 

 

 이젠 매화 한송이를 입에 문다. 일지매 흉내를 내려면 아무래도 매화 한송이나 가지 하나 정도는 입에 물어야겠지?

 

 

 

 그리고 성 깊숙하게 침입하는 것이다. 가자, 일지매!

 

 

 

 저기다. 저기가 쿠마모토 성의 중심부이다. 아마 당직무사는 앵무새 마루 옆 방 안에 칼을 안고 대기중일 것이다.

 

 

 

 저 멀리 미얀마 스타일의 불탑이 보였다. 이따가 우리들은 저기 언덕에 올라가서 저녁 경치를 감상할 것이다.  

 

 

 

 홍매화가 향기를 날리는 가운데 일지매인 나는 가토를 제거하기 위해 은밀한 발걸음을 옮기는 중이다. 그런데 말이다, 글을 쓰면서 생각해도 내가 맛이 가버린 사람 같다. 중간에서 이 글을 읽는 분이라면 블로그 주인이 정신이 홰까닥해버린 또라이(도라이, 돌아이, 돌 아이)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시지 싶다.

 

 

 

 많은 분들이 성을 안거나 돌아서서 사진을 찍고 계셨다.

 

 

 

 천수각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천수각 부근에서 나는 전국시대  일본병사의 차림을 하고 바쁜 걸음을 옮기는 청년을 만났다.  

 

 

 

 영화 스타워즈(Star Wars)에 나오는 타락한 제다이 기사인 다스 베이더 같다.

 

 

 

 저쪽에도 망루가 있다. 그러니까 온 사방에 망루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성의 구조가 아주 흥미로웠다. 뱅글뱅글 돌아서 성으로 들어온 셈이 되었는데 이제 드디어 천수각 밑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천수각 속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바로 앞에서 입을 벌리고 있었다. 아래층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흥미 진진해진다. 그런데 천수각 속에서 나는 시끄럽게 울려퍼지는 우리말을 들을 수 있었는데.....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