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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8 일본문명의 시원-큐슈(完)

쿠마모토 3 - 이게 누구야?

by 깜쌤 2008. 4. 2.

 시라카와 강에서 쿠마모토 성으로 방향을 틀어 걷다가 만두가게를 발견했다. 배도 고픈데 그냥 지나칠 수가 있나 싶어서 들어가보기로 했다. 물론 나는 이 사람들에게서 장인정신 내지는 프로페셔널 정신을 배우기 위해서이다.

 

경주에는 황남빵이라고 하는 유명한 빵가게가 있다. 팥을 넣어 노르끼리하면서도 밤색이 나도록 구운 맛있는 빵인제 벌써 2대를 이어 내려가는 가게이다. 일본에서는 대를 이은 가게를 시니세(老?) 라고 부른단다. 경주에도 시니세가 생긴 셈이어서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이런 시니세 중에서 수백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집도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서양의 장인들이 만들어내는 명품(名品)이라는 것도 일본식으로 따지자면 결국 시니세에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던가? 한때 우리나라도 짝퉁 천국으로 불린 적이 있었다. 그것은 손기술이 뛰어난 기술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가 되지만 기업에서 그런 기술자들을 불러 활용한다는 구조적인 체계가 미흡했던 것은 아닐까? 물론 체계적인 가업(家業)으로 대를 이어 발전시키는데도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아무짝에나 쓸모없는  학벌만 (아니다, 그런대로 조금은 쓸모가 있겠다) 그렇게 지독하게 따지지 말고 기술과 실력을 봐서 대접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정상적인 학벌과 자격증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진정한 실력이 우선 아니겠는가?

 

나는 이집 주인 내외가 일을 하는 그 솜씨에 반했다. 만두와 빵 만드는 과정을 모두가 다 볼 수 있도록 해두었으되 작업환경은 깨끗했고 열심히 하시는 것 같았다. 그래서 한개 사먹고 싶어졌던 것이다. 개당 74엔이었는데 두개를 샀다. 그냥 쉽게 생각하고 한입 베어 물었다가 나는 입천장을 델뻔 했다. 무슨 빵이 그렇게 뜨거웠는지 모른다. 겉은 안그런데 속이 그렇게 뜨거웠다니......

   

 

 

 

 건너편을 보니 골동품 가게가 자리잡고 있다.  눈이 번쩍 뜨였지만 참아야 한다. 그런곳까지 눈돌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12시가 되자 어디서 쏟아지는지 많은 직장여성들이 거리를 메우기 시작했다. 그녀들은 한결같이 편의점으로 향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들의 먹거리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그녀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가는 편의점에 따라 들어간 것이다. 편의점 속은 사람들로 복닥거렸다.

 

그녀들은 컵라면을 사기도 하고 도시락을 사기도 하고 빵을 사기도 했다. 그리고는 봉지에 담아들고 빠져나갔다. 혹시 우리나라처럼 뜨거운 물을 부어주는 서비스를 하는가 싶어 찾아보았는데 편의점 속에서 컵라면을 먹는 사람들은 못보았다.

 

   

 

 

 삼각김밥은 어딜가나 인기만점 메뉴인것 같았다. 나는 구경만 했다. 점심은 음식점에서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편의점을 나와서는 다시 길을 따라 걸었다. 이것저것 요기조기 여기저기 다 실피면서 걸으려니 피곤하기는 하지만 그 댓가로 패랭이꽃이 활짝 핀 길거리 화분을 찾아내기도 했다. 나도 작년부터 내 서재에 패랭이꽃을 키우고 있다.

 

일년을 키웠더니 화분에 가득차서 흘러 넘칠 정도가 되었는데 녀석은 지금 서재 창밖에서 꽃을 피워대고 있는 중이다.  3월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했으니 일본에서 2월에 꽃을 피우는 것이 별로 신기한 일도 아니다.  

 

 

 

 

 

 그러다가 나는 내부수리중인 가게 하나를 찾았다. 그냥 지나치기가 아까워서 수리중인 가게는 어떤 식으로 일을 하는가 싶어서 잠시 기웃거렸다. 안전표시 콘으로 도로 점유 표시를 해두고 밖을 깔끔하게 정리해두었다. 그런데 말이다, 건물 입구에 벗어놓은 저 신발들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입구 오른쪽에 단정하게 벗어놓은 신발이 보이는가? 그리고 깔아둔 깔개는 또 어떤가? 내부 수리 공사중인 건물이 이런 식이라면 일본인들의 청결의식과 장인정신, 안전의식을 충분히 엿볼수 있지 않겠는가? 나는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이게 일본인들의 의식구조이다!

 

우린 지고 있다. 일본과 중국에 지고 있어도 너무 크게 지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는게 큰 문제다. 2000년 중국 심양을 갔을때 시청 앞 광장에서 벌어지는 야간 춤판을 보고 나는 우리나라가 중국에게 밀리고 있음을 직감했다. 내가 남을 가르치는 선생이므로 학생과 학부모님들의 수준을 대강은 아는 편이니 그때 벌써 우리가 심각한 결함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지금 그 느낌이 현실이 되어 가고 있는 중이 아닌가? 

 

우리 교육 현실을 보면 우리나라의 앞날이 캄캄하다는 것을 느낀다. 아이들 수준과 질을 아무리 따져봐도 중국과 일본 아이들과 견주어 볼때 큰 희망이 솟아나지 않는다. 철저한 이기주의와 개인간의 극심한 소모적인 경쟁, 전반적인 학생들의 인격적인 결함과 인성교육의 부재가 앞으로 우리 사회를 어떤 식으로 변화시켜 나갈른지는 나도 잘 모른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만인(萬人)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현실화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착잡한 마음을 안고 버스 터미널 지하의 식당을 찾아갔다. 지하라고 하지만 너무 밝고 깨끗했다. 어느 집에 들어갈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해 일단 둘러보기로 했다.

 

 

 

 

 집집마다 철저하게 가격표를 제시하고 있으므로 자기 주머니 형편에 맞추어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우리 돈으로 따지자면 아무리 안써도 5,000원은 주어야  밥이라도 한그릇 정도 챙겨먹을 수 있겠다.

 

 

 

 

 우리는 라면과 밥을 먹기로 했다. 세트 메뉴 중에서 한가지를 고르면 되니까 그게 안전하다. 식당의 구조는 가운데 긴 테이블이 있는데 흐릿한 낮은  유리로 양분을 해서 사로 마주 보고 앉게 되어 있었다. 식탁위에는 양념통들이 자리 잡았다.

 

 

 

 

 손님이 자리를 잡고 앉으면 물을 한컵 준다. 식탁 위가 얼마나 깨끗한지 모른다.

 

 

 

 

 내가 시킨 메뉴다. 라면 한그릇과 밥 한공기이다. 거기다가 샐러드 하나가 곁들여서 나온다. 이 정도만 해도 가난한 여행자에게는 진수성찬이다. 가격? 690엔이니까 자그마치 6300원짜리 식사였다.  

 

 

 

 

 음식을 먹는 손님들의 자세도 진지하다. 무엇보다 크게 떠드는 사람들이 없으니 좋다.

 

 

 

 

 지하식당이라고는 해도 너무 아름답고 단정했다. 우리가 식사를 했던 바로 옆집도 690엔에 정식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음식이 제법 푸짐했다.

 

 

 

 

 조개국 정식은 700엔이로구나. 이런 정도로 간소한 식단이니 음식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는다. 우리도 이런 모습은 빨리 배워야 할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위로 올라왔더니 공기가 달콤했다.

 

 

 

 

 버스 터미널 부근이지만 배기가스 냄새가 없다는 것도 신기한 일이다.

 

 

 

 

 지하식당을 올라와서 한 오십여미터를 걸어가니 놀랍게도 저 멀리 천수각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쿠마모토 성에 거의 다 온 것이다.

 

 

 

 

 도시 색깔 전체가 차분하다. 복잡한 간판이 없으니 튈리도 없다.

 

 

 

 

 그런데, 저 앞 좌대위에 떡 버티고 있는 저 자는 과연 누구인가? 일찍부터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여러분들은 누구인지 짐작을 하시겠는가? 

 

 

 

 자세히 보면 앉아있다. 제법 위풍이 당당하다.

 

 

 

 

 동상 왼쪽으로는 성으로 들어가는 도로가 나 있다.

 

 

 

 

 웅장한 천수각을 배경으로 터억 버티고 앉아있는 저 사나이가 바로....  바로......

 

 

 

 

 바로........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