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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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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8 일본문명의 시원-큐슈(完)

쿠마모토 1

by 깜쌤 2008. 3. 31.

 카즈미 식구들을 보내고 방에 들어오니 방에는 냉기만 가득했다. 추위에 특히 약한 나는 이 밤을 어떻게 보낼지 은근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따뜻한 온돌에서 자면 좋겠지만 이런 시골에서는 그런 호사를 기대하기 어려우니 곤란한 일이다. 현대식 여관이라면 보온이라도 되겠지만 여긴 다다미 방이니 이불 온기만으로 밤을 새워야했다.

 

  

 

 

 

 얼마쯤 지났을까? 창문에 자동차 불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나서 조금 뒤에 주인 아줌마가 종이가방을 들고 와서 여자 친구분이 맡기고 갔다며 내미는게 아닌가? 내가 일본에 무슨 여자 친구가 있겠는가 싶어 잠시 어안이 벙벙했는데 카즈미상이 생각난 것이다.

 

 

 

 

 종이 가방 속에는 은박지로 싼 따뜻한 물체가 들어있었다. 꺼내놓고 보았더니 주먹밥 두덩이와 국이었던 것이다. 아마 저녁 대접이 시원치 못했다고 생각해서 다시 더 사가지고 왔었던 모양이다. 나는 이 선물을 받고 감격했다. 사람은 큰 선물을 받아야  감동받는 존재가 아니다. 작은 것이지만 소중한 것일 때 그리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씨가 따뜻하게 담겨져 있을 때 감격하게 되는 것이다.

 

수재 청년과 나는 늦은 밤이지만 그녀 가족들의 성의를 생각해서 한덩이만을 먹어두기로 했다. 아직 따뜻할 때 그녀 가족의 정성을 맛보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낯선 나라의 썽그런 방에서 먹는 따뜻한 주먹밥이 왜 그리 맛있었는지 모르겠다.

 

  

 

 

 

 주인 아주머니가 놓아두고 간 목욕물품과 잠옷은 아무 소용이 없지 싶다. 나는 그 물건들을 방 한구석에다가 곱게 모셔두고 요를 깔고 이불을 폈다.

 

 

 

 

 오시레 속에는 침구가 가지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일본인들이 물건을 단정하게 정리해두는 습관은 천성일까? 그럴리는 없을 것이다. 이는 단지 부단한 교육과 생활습관 때문이지 싶다.  

 

거기에 비해 우리 한국 아이들은 너무 아무렇게나 길러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학교현장에서 경험해보면 단번에 알수 있다. 현실을 보면 어른들이라고 해서 아이들보다 낫다고 할수도 없는 처지이다. 주인의식의 실종으로 인해 공공장소의 물건을 아무렇게나 함부로 사용하고 마구잡이로 다루는 것은 평상시에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니 어른이나 아이나 함께 문제의식 자체를 못느끼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요를 깔고 이불을 덮었지만 한기가 들어서 자다가 일어나서 다시 겉옷을 껴입고서야 잠을 잘 수 있었다. 저체온증에 유달리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지는 몰라도 하여튼 기후변화에 특별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약한 내모습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

 

 

 

 

 

 아침에 일어나서 본 풍경은 어제밤과 특별히 다를게 없다. 머리를 감을 엄두가 나지 않아서 물을 묻혀 머리카락을 정리하는 정도로 하고는 짐을 쌌다. 아침 8시 46분차를 타기 위해서는 조금 서둘러야 했다. 중간에 한번 갈아타야한다고 주인 아줌마는 이야기를 해주었지만 그게 뭐 대수랴? 큐슈 레일패스를 가지고 있으니 아무 기차나 막 집어타면 될 것이다.

 

 

 

 

 

 역 대합실 매표구 부근에는 온갖 관광정보지가 가지런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쓸만한 것을 골라본다.

 

 

 

 

 대합실 한구석에는 코인락커가 마련되어 있었다. 일본인들의 강점은 치밀하다는 것이다. 아기자기하면서도 섬세하고 그러면서도 튼실하고 치밀하니 국제경쟁력이 넘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소산에는 중턱부터 아침 안개와 구름에 덮혀있었다.

 

 

 

 

 역 건물에서 본 종합안내소의 모습이다. 종합안내소에서는 인터넷 사용이 무료로 가능함을 기억해두시면 좋을 것이다.

 

 

 

 

 간선과 간선을 연결하는 지선에는 전동차를 쓰는 모양이다. 이런 모습의 전동차는 우리나라에도 제법 흔하지 않던가?

 

 

 

 

 시간이 되자 또다른 전동차가 한대 들어왔는데.......

 

 

 

 

 차에서는 일본 초등학생들이 한무더기 와그르르 쏟아져 내렸다. 내 직업이 선생이니 아이들만 보면 호기심이 발동한다. 녀석들의 표정이 너무 귀엽다. 왜 그런지 나는 아이들이 귀여워 죽을 지경이다. 나이든 표시가 나는 증거인지도 모른다. 하여튼 누가 뭐래도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럽다.

 

 

 

 

 

 아마 체험학습을 온 모양이다. 같은 색의 모자를 쓰고 같은 소지품들을 하나씩 들었다. 내가 카메라를 대자 녀석들은 재잘거리면서도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어디나 아이들이 모인 곳은 활기가 넘친다.

 

 

 

 기차 속은 짙은 청색이었다. 별별 기차를 다 타보는 셈이다. 자유석이니 아무 곳에나 앉으면 된다.

 

 

 

 

 

 이젠 아소 지역을 떠나는 것이다. 올때와는 반대방향에 앉아서 창밖 경치를 즐기면서 간다.

 

 

 

 

 

 중간에서 한번 갈아탔다. 남들 다하는대로 따라하면 되니까 부담없이 갈 수 있다.

 

 

 

 

 이번 차는 현대식이다. 일종의 통근열차이다. 대학생들이 많이 탔다. 그러고 보니 지금이 대학생들 등교시간인 것 같기도 하다.

 

 

 

 

 

 온갖 기차를 다 타보았다. JR 큐슈패스도 한번은 사용해볼 만했다.

 

 

 

 그리하여 우리는 오전 10시 20분경에 드디어 쿠마모토 역에 도착했는데.....  이젠 호텔을 찾아서 짐을 풀어야 한다. 무거운 배낭을 매고 다닐 수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