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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8 일본문명의 시원-큐슈(完)

아소 8 - 나카조노 카즈미씨 보고 싶습니다.

by 깜쌤 2008. 3. 29.

 

  잘 정리된 정원과 경승용차, 골목까지 깔끔하게 포장된 멋진 시골길, 윤택함이 흐르는 농촌주택 등이 어우러져 전원다운 분위기를 만들어 내었다. 정원에 핀 동백은 또 어떻고...... 

 

 

 

 우리는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아소 역으로 향했다.

 

 

 

 역 앞에 자리잡은 아소국민숙사 풍경이다. 여기는 온천까지 겸한 곳이라고 하는데 거기 묵을 생각을 못했다.

 

 

 

 주차장에는 차량들이 빼곡했다.

 

 

 

 해가 떨어지고 난 뒤여서 그런지 조금은 휑한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깔끔함이 마음에 와 닿았다.

 

 

 

 이런 겨울은 묘한 겨울이다. 푸르름이 남아 있는 겨울이니까....

 

 

 

 푸름과 시듦이 혼재하는 겨울! 그게 아열대의 겨울인지도 모른다. 

 

 

 

 다시 아소역에 들렀는데 왠지 분위기가 서부영화에 등장하는 결투 직전의 거리같았다. 바람은 휑하고 사람은 없고 담없는 건물이 듬성듬성 배치되어서 그런 것일까? 저쪽 모퉁이를 돌면 보안관과 무법자가 권총을 서로 빨리 뽑기 위해 마주보며 노려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종합관광안내소 입구에 진열해둔 작은 화분에는 봄이 묻어 있었다. 내가 사랑하는 매화다.

 

 

 

 다시 들어간 우리들은 근무중인 아가씨에게 인터넷이 가능한 장소가 없는냐고 물었는데 돌아온 대답이 두 귀를 의심하도록 만들었다.

"저기 앞에 있는 컴퓨터는 무료로 사용 가능합니다. 여기 하나 적어주시면 됩니다."

 

외국인임을 나타내는 사실을 간단히 기록하면 된단다. 한줄 끄적거린 뒤 우리는 컴퓨터 앞애 붙어 앉아 나름대로 소식을 전했다. 물론 나도 내 블로그에 간단한 내 동정을 올려두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6시까지만 사용이 가능하단다.

 

 

 

 안내소 한쪽에 자리잡은 일본식 접견실을 기웃거려보기도 했다.

 

 

 

 밖으로 나오니 아소산이 우리 앞으로 살며시 다가들었다. 이번엔 정상까지 다 보인다. 높은 산이라고는 하지만 기후 변화가 엄청 심한 것 같다.  

 

 

 

 거리엔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했다. 나야 뭐 근본이 시골 출신이니까 이런 분위기에는 너무 익숙하다. 시골 겨울철이 집을 가진 자에겐 그래도 포근함이 넘치는 분위기지만 나그네에겐 서글픔을 안겨주는 풍광인 것이다.

 

 

 

 종합안내소가 있는 곳에서 아소산쪽으로 올라가면 저기 숲 속에 유스호스텔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숲을 벗어나면 위로는 목가적인 분위기가 연출되는 초원이 등장한다. 아소산 분화구로 올라가는 길은 산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비슷하게 휘감고 있다고 보면 된다.

 

 

 

 카즈미상은 간호사라고 했는데 혹시 저 병원에서 일하는 것이 아닐까?

 

 

 

 다시 역에 들어간 우리들은 내일 아침 쿠마모토를 가고 싶다고 했는데 일본에서 처음으로 아주 퉁명스런 역무원을 만났다. 나이 든 양반이었는데 영어가 안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많은 사람에게 시달려서 그런지는 몰라도 한글로 적힌 종이 한장 달랑 내밀고 만다.

 

"여기는 컴퓨터가 안되므로 JR패스 승차권 예약이 안됩니다."

 

그러면 그냥 기차를 타도 좋다든지 하는 식으로 안내해주면 좋으련만 이 퉁명스런 사내는 일본말로 몇마디 지껄이고는 자기 일을 하러 가버렸다.    

 

 

 

 사람에게 시달려 그런 것이라 여기고 측은지심을 품으며 돌아서고 만다.

 

"아저씨! 힘내시고 근무나 열심히 하시소."

 

그러고보니 이제 카즈미씨와 만날 시간이 다 되어갔다. 저녁 7시에 카즈미상이 우리에게 다시 와서 라면을 대접하겠다고 낮에 약속을 해두었으니까 서둘러서 여관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7시가 조금 덜 되어서 그녀는 우리나라로 치면 레저용 차에 해당하는 큰 차를 몰고 왔고 뒷좌석에는 아들로 보이는 학생 두 사람이 타고 있었던 것이다. 아들들과 인사를 하고 나서 차에 올랐다. 그녀의 차번호는 아소 71-71이었다.

 

우리는 처음에 우치노마키 지역으로 향했다. 아소역 마을에서 북쪽으로 자리잡은 온천마을인데 제법 번화했지만 유감스럽게도 라면집이 문을 닫았다. 다시 발길을 돌려 오후에 신사구경을 갔던 미야지로 향했다. 아소신사 부근에 중국집이 하나 있었는데 거기로 우리를 안내했던 것이다. 낮에 내가 살짝 봐둔 곳이었다.

 

 

 

 

 

 그녀는 톤코츠 라면을 시켰고 볶음밥도 하나 주문을 했다. 나는 경주에서 만난 여행자들을 대접할 일이 있으면 주로 삼겹살집으로 데려간다. 여행자 모두가 육식을 즐기는 것은 아니겠지만 체력이라도 올려서 편안한 여행을 하시라는 의미이다. 물론 나는 그들에게 주소를 받는 식의 행동은 하지 않는다.그냥 베풀고 마는 것이다. 

 

카즈미상이 바로 그런 경우에 속했다. 그냥 외국인에게 친절을 베풀어주는 것이다. 그런 넉넉한 마음을 가지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여긴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일본이 아니던가?  

 

 

 

 마루 위에 자리잡은 삭탁을 가운데 두고 편안하게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카즈미상은 자기 아들들이 공부를 잘 못한다며 겸손한 말씀을 하셨다.

 

아들 형제의 모습이 아주 듬직했는데 특히 큰 아들은 미남이었다. 작은 아들은 농구하기를 즐긴다고 한다.

 

 

 

 큰 아들의 이름은 나카조노 케이타(中園惠太)군인데 고등학교 2학년이라고 한다. 작은 아들은 나카조노 미즈키(中園瑞貴)군이고 중학생이다. 나카조노 카즈미상은 중원화미(中園和美)로 쓴단다.  그리고 고 3이 되는 큰딸이 또 있단다. 카즈미 상은 니시하라(?) 병원의 간호사로 일한다고 했다.

 

<카즈미상!

이 글을 통해 거듭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혹시 카즈미상이 이 글을 읽게 되면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제 주소와 이메일 주소, 그리고 전화번호는 잘 간직하고 계시지요? 한국에 오시게 되면 꼭 경주(慶州)에 들러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연락 주십시오. 은혜를 갚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

 

카즈미씨는 삼겹살이 맛있었단다. 한국에서 떡볶이, 자장면 등을 먹어보았지만 삼겹살이 최고였다고 하니 반드시 기억해두고 있다가 나중에 경주 오시면 대접해드려야겠다.  

 

우리는 그녀의 차를 타고 다시 여관으로 돌아왔고 아쉬운 작별을 해야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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