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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8 일본문명의 시원-큐슈(完)

아소! 5 - 카즈미 상, 고마워요~~ A

by 깜쌤 2008. 3. 22.

 아소산으로 올라가는 길의 양쪽은  숲이 울창했다. 아무리 봐도 계획적으로 조림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도로를 따라 걸은지 한 15분여만에 길가에 자리잡은 건물을 찾았다. 표지판을 봐도 유스호스텔이 틀림없다. 이런 곳에 위치했다면 서양인들의 눈에는 멋지게 보일 것이지만 대부분의 우리 한국인들의 입장으로 보자면 별로라는 느낌이 들수도 있겠다. 그런데 말이다, 지금 위치를 따질 일이 아니게 생겼다. 

 

   

 

 사람을 불러보기 전에 문짝 왼쪽에 붙은 표지판이 뭔가 수상스럽다. 혹시 상중(喪中)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런 날이 상중이라면 문제가 달라지는 것이다. 가까이 가서 붙은 글씨를 보니 기중(忌中)이라고 되어 있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기중'이라고 쓰지만 우리는 '상중'이라고 쓰는 것이니 이 집에 초상이 났다는 이야기가 된다.

 

 

 

 

 

 안에서는 라디오 소리가 들리지만 인기척은 없다. 상중이니 사람을 받을리는 없을터이니 다시 배낭매고 내려가야 할 처지다. 맥이 풀렸지만 어쩌랴? 시간을 보니 두시가 다 되어가는데 아직 점심도 못먹었다. 겨울철은 낮이 짧다. 얼마 안 있으면 해가 빠질텐데 여관도 구하지 못하고 신세가 처량하게 되었다.

 

 

 

 

 

 우리는 다시 아소 마을로 내려왔다. 마을 자체가 자그만하니 여관이라는게 많이 있을리가 없다. 역 부근에 달랑 하나가 있고 민박집도 하나 있다지만 위치를 찾을 길이 없다. 시간도 늦었으니 일단 밥이라도 먹자 싶어서 역 부근에 있는 커피 플라자 이스트라고 이름 붙여진 커피숍을 찾아 들어갔다.

 

 

 

 서둘러서 되는 일이 있고 서두르면 손해 볼 일도 있는 법이다. 배고 고프니 일단 점심을 먹기로 했다. 작은 시골 마을 치고는 아주 깔끔한 카피 숍이었는데 천만다행으로 가벼운 경양식도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작은 피자를 시켰다. 500엔 짜리다. 혼자 먹기에는 딱 알맞은 크기였다. 내 뒷자리에는 젊은 아가씨가 앉아 있었는데 이런 시골 커피숍에 혼자 앉아 있는다는 것 자체가 너무 이상했다. 그래서 영어로 말을 붙여보았는데 놀랍게도 그녀는 우리말을 조금 할 줄 알았다. 우리말을 할 줄 아는 아가씨를 시골에서 만났으니 이런 일이 다 있는가 싶었다.

 

그런데 정작 놀라운 일은 이 아가씨가 아니고 아줌마라는 사실이었다. 이 마을에 사시는 분인데 한국에도 가본 사실이 있다는 것이다. 놀라운 일은 그 분이 나이보다 아주 앳되게 보인다는 것이고 거기다가 한국인 스타들을 상당히 많이 알고 계셨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여관을 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그녀는 어디엔가 전화를 해서 나에게 바꿔주었고 나는 전화 교섭끝에 아소 역 부근에 자리잡은 아소노후모토 료칸(여관 旅館)에 머물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드디어 일본 시골 료칸에 머물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여관 문을 오후 4시 넘어서 연다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그 시간까지 죽치고 앉아 있어야 된다는 말인데 우리가 오늘 아소산을 구경할 계획이라고 했더니 그 친절한 아줌마는 자기 차를 가지고 우리를 아소산까지 태워주겠다는 제의를 해온 것이다. 이렇게 고마운 일이 또 있는가 말이다. 

 

확실히 우리는 하는 일이 다 잘되는 사람들이다. 우리들에게 커피 숍에 앉아서 잠시 기다리라고 해놓고 그녀는 자기 집으로 가서 경승용차를 끌고 왔다. 그리하여 그녀의 차에 배낭 두개를 싣고 아소산으로 올라가게 된 것이다.

 

 

 

 

 아소 역에서 아소산으로 올라가는 버스는 90분마다 한대씩 있다고 한다. 소요시간은 30분 정도인 모양이다. 체력이 좋은 사람은 당연히 걸어서 올라가도 된다. 우리도 시간이 많았다면 하루 정도 걸어서 올라가며 즐기는 트래킹을 했을 것이다. 고마운 아줌마 덕분에 편안하게 승용차를 탄채로 산에 오르는 호사까지 다 하게 되었다.

 

 

 

 드넓은 풀밭이 나타나면서 눈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확실히 산밑에서 보는 경치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런 곳은 목장지로 쓰면 좋겠다. 도로 양쪽으로 눈을 치운 흔적이 역력했다. 그런데 왜 이리 깔끔하다더냐?

 

 

 

 어느 정도 올라가자 드디어 설국(雪國)이 시작되었다. 산 아래쪽도 고원지대여서 춥게 느껴지긴 했지만 눈이 쌓여 있는 정도는 아니었었다.

 

 

 

 일본 남부에서 이런 경치를 본다는게 얼마나 대단한 행운인가 말이다. 아줌마는 운전솜씨까지 경쾌했다.

 

 

 

 교통량이 적으니까 속이 다 시원했다.

 

 

 

 드디어 상고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지에 피어난 눈꽃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어떻게 묘사해낼수 있을까? 

 

 

 

 사방이 하얗게 다가왔다. 눈천지다. 갱상도 말로 할라카마는 눈이 천지삐까리인 것이다.  제설작업을 하는 특수차량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고.....

 

 

 

 우리는 화구(火口)를 보기 위해 케이블카 운행장으로 가는 길이다.

 

 

 

 경치는 갈수록 아름다워졌기에 나는 그저 카메라 셔터만을 눌러 댈 뿐이었다.

 

 

 

 모퉁이를 돌아나가자 드디어 앞이 열리기 사작했다.

 

 

 

 마침내 친절한 아줌마 덕분에 우리는 쉽게 케이블카 운행장에 도착했다.

 

 

 

친절하신 아줌마 차이다. 내가 얼굴을 넣어서 사진을 찍으려고 했더니 수줍은 웃음을 머금고는 자꾸만 사양을 하셨다. 

 

"아줌마,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