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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8 일본문명의 시원-큐슈(完)

나가사키 7 - 글로버 가든을 찾아서

by 깜쌤 2008. 2. 29.

 나가사키 시내전차를 타는 것은 아주 쉽다. 1,3,4,5선이 있는데 거기가 거기다. 그런데 2호선은 없다고 한다. 왜그런지는 나도 모른다. 우린 나가사키 남쪽 끝 정거장인 이시바시까지 가기로했다. 오후 일정의 최종 목표는 글로버 가든이기 때문이다.

 

글로버 가든까지 갔다가 나가사키 역까지 걸어오기로 했다. 시가지가 그렇게 크지 않으므로 걸어다니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지금은 북쪽에서 남쪽끝까지 가야하니 전차를 타는 것이다.

 

 

 

 

 전차(=트램)은 달랑 한칸이었다. 뒷문으로 타고 앞문으로 내리는데 요금은 내릴때 내는 것 같았다. 요금은 100엔이다. 터키의 이스탄불에서는 전차궤도 위로 자동차가 마구 다녔는데 여긴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시내버스처럼 운전대가 개방되어 있었다. 하지만 거기 들어가서 장난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전차를 버스 돌리듯이 회전시킬 수 없어서 그런지 운전대가 앞뒤로 다 붙어 있었다.

 

 

 

 

 

 왔던 길을 되돌아오며 나가사키 역 부근을 지났다. 역시 여기 이도시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조선업이 발달한 모양이다.

 

 

 

 

 

 일본인들은 비교적 조용한 편이다. 전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노인들과 여성들이 많았다. 옆자리에 앉은 할머니가 이야기를 붙여왔는데 예전에 중국 상하이에 가본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시는 것 같았다.

 

 

 

 

 

 우린 중간에서 갈아타기(노리카이)를 했다. 노리카이란 말은 참 오랬만에 들어본다. 어렸을땐 자주 들어본 말인데 일본인들이 사용하니 단번에 기억이 떠올랐다. 다른 노선으로 갈아탈 때는 운전수에게 이야기를 하면 작은 표를 주는 것 같았다.

 

우리가 이시바시로 간다면서 중간지점에서 내리자 같이 내린 사람이 왜 차료를 받지 않고 그냥 내리느냐는 식으로 이야기를 해왔다. 우리가 운전수에게 이야기를 해볼 시간도 없이 전차가 출발해버리는 바람에 100엔을 더 쓰게 생겼다. 한번 더 타야만 했기 때문이다. 작은 것이지만 일본인들의 마음씀씀이가 고마웠다.

 

이시바시 전차역에서 내린 우리들은 글로버 가든을 찾아가기 위해 골목길로 들어섰다. 작은 표시판에 영어로 표시가 되어 있어서 방향은 잃을 염려는 없었다.

 

 

 

 

 

 골목에 자리잡은 일본인들 집은 담장이 없었다. 그러고보니 우리는 담장 두르기를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 골목에는 화분이 단정하게 내어져 있었고....

 

우리가 돌아다녀 본 도시들 가운데 쓰레기 봉지가 집밖에 나와 있는 곳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기도 분리수거는 철저히 할 텐데 쓰레기 봉지가 길거리에나 집앞에 보이지 않는 것이 너무나 신기했다. 아마 시간을 맞추어 집밖으로 내는 모양이다.

 

 

 

 

 

 어느 골목이든지 모두 정갈했다. 단독주택에 사는 우리 집 골목에만 해도 담배꽁초가 여기저기 벼려져 있어서 조금 지저분한 편인데 여긴 어디나 다 깨끗했다.

 

 

 

 

 에스컬레이터 타는 곳이지 싶다. 케이블카는 확실히 아닌 것 같다. 언덕으로 편하게 오르기를 원하는 사람은 돈을 내고 사용하겠지만 우린 걸어서 올라가기로 했다. 이 정도는 걷는게 편하다.

 

 

 

 

 

 글로버 스카이 로드라고 씌여진 것으로 보아 에스컬레이터일 것으로 짐작한다는 말이다. 골목으로 오르면 둥글게 회전하듯이 만들어진 길을 걷는 운치를 즐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一石二鳥)나 마찬가지다.

 

 

 

 

 산비탈까지 빼곡하게 들어찬 집들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이런 모습만을 보고 일본인들을 얕잡아 보면 큰일난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나가사키 산동네 골목길의 아름다움은 나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 왔다. 곧이어 하나씩 소개할 생각이다.

 

 

 

 

 

 둥글게 감겨 있던 길을 막상 풀어서 걸으면 이런 모습이 된다. 경사도가 아주 밋밋해서 걷기에 너무 편했다.

 

 

 

 

 

 스카이로드를 덮은 지붕이 바로 발밑으로 지나간다.

 

 

 

 

 

 건너편 산등성이에 자리잡은 건물군들이 있는 곳이 오란다자카인 모양이다.

 

 

 

 

 감 홍시가 아직까지 달려 있었다. 일본식 전통가옥과 잘 어우려졌다.

 

 

 

 

 산비탈을 끼고 세운 집의 설계가 놀랍다. 언덕을 사용하는 재주가 유럽인들 못지 않은 것 같았다.

 

 

 

 

 비탈에다가 축대를 쌓고 작은 마당을 만들어 활용하는 지혜가 대단했다.

 

 

 

 

 어느 정도 올라와서 나가사키 시가지가 보이기 시작하는 곳에 안내판을 만들어 이해하기 쉽게 해두었다. 일본인들의 세밀함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위에 보이는 네모 다섯개 가운데  중앙 네모의  글씨가 오란다자카이다. 오란다는 홀랜드(Holland, 네덜란드)의 일본식 발음이다. 아래 제일 왼쪽 네모는 데지마(出島)를 가리킨다. 데자마에 관해서는 나중에 사진을 첨부해서 보여드릴 생각이다. 

 

 

 

 

 

 이제 조금씩 바다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높이 오를수록 나가사키 항구도 조금씩 조금씩 속살을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