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08 일본문명의 시원-큐슈(完)

나가사키 4 - 원자폭탄 폭심지

by 깜쌤 2008. 2. 26.

 이쯤하면 거의 다 온 것 같았다. 이제 저 언덕에 올라서면 목표가 보일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계단을 오르기전에 왼쪽으로 보이는 소나무 한그루가 너무 인상적으로 다가섰다는 것이다. 도저히 소나무가 자랄 것 같지 않은 곳에 어인 연고인가 싶었다. 더구나 모습 자체가 분재로도 손색이 없는 나무 모습아닌가?

 

 

 

 유럽에서 보는 소나무, 특히 이탈리아 소나무는 모습이 너무 특이했었다. 이탈리아 소나무는 우산을 펼친 것 같은 모습이어서 눈에 확 뜨이지만 분재 모습의 멋진 소나무 한 그루를 일본 주택가에서 만나본다는 것이 너무 이색적이었다. 집주인이 아주 재미있는 양반이거나 운치를 아는 사람임이 틀림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나는 몇번이나 이 나무를 살폈다.

 

 

 

 

 

로마의 소나무들이다. 저 앞에 콜로세움이 보인다. 소나무 모습들조차 양(洋)의 동서가 확실히 비교되지 않는가?

 

 

 

 

 

 

콜로세움 앞쪽으로 자리잡은 개선문이 있는 거리에 가로수용으로 심겨진 소나무들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이런 소나무는 로마에서 나폴리로 이어지는 아피아 가도를 따라 줄기차게 연결되고 있으므로 혹시 이탈리아 가시거든 잘 살펴보시기 바란다.

 

 

 

 

 소나무가 있는 앞집은 좁은 마당을 절묘하게 이용하여 소형차를 깔끔하게 주차시켜 두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이런 골목에도 자동차들이 무리하게 들쑥날쑥한 모습으로 주차되어 있을 것이지만 일본에는 그런 현상이 없었다. 그러니 불이나도 소방차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아! 우리나라 골목 주차의 무신경과 무질서와 비교하면 여기 일본은 너무나 차이가 나는 나라이다.

 

 

 

 

 일본식으로 지어진 이 집의 미니 정원은 확실히 남다르다. 그리고 이 소나무 한그루가 빚어내는 운치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소나무의 매력은 바로 이런데서 드러난다. 교묘하게 휘어진 곡(曲)과 가지배열은 아무렇게나 막 기른 나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골목으로 적당히 나왔다가 위에서 자기 집쪽으로 굽이쳐 흐르게 한 감각도 보통이 넘는 안목이다.

 

 

 

 부근의 또 다른 한 집에 자라는 이 나무는 낙상홍이 아닐까 싶다. 겨울에 자그마하게 달리는 붉은 열매가 주는 운치도 멋있거니와 가지배열만 잘하면 정원수와 분재로도 손색이 없는 나무다. 지붕에 엊어 둔 태양열 집열판하며 나무색 담장, 그리고 담장 밑으로 놓아둔 작은 화분들이 일본인다운 정갈한 멋을 내뿜고 있었다.

 

 

 

 

 나는 이런 식으로 살펴보는 여행을 좋아한다. 단순히 보기에 좋았더라 멋있더라 깔끔하더라 하는 식으로 수박 겉핥기 평가하는 것은 딱 질색이다. 집이 좁다고 해서 나무를 기르지 못한다는 법도 없거니와 정원을 가지지 못한다는 것도 어찌보면 구차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인들 가옥 중에는 생울타리 담장이 많았다. 나도 나중에 전원생활을 하게 되면 생울타리 담장을 치고 살고 싶기에 자료수집차원에서 찍어둔 것이다.

 

 

 

 

 이제 나가사키 원폭자료관까지 거의 다 왔다. 많은 일본 학생들이 견학을 오고 있었다.

 

 

 

 

 저 위인 모양이다. 그런데 어찌된 셈인지 그 곳에는 들어가 보고 싶지 않았다. 워낙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한 피해의식이 강한 터여서 그런지 모르지만 그들 입장에서 보는 원폭피해만 강조하는 자료들을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옳은 일일지도 모른다.  

 

 

 

 어디를 가든지 티끌하나 보이지 않도록 깔끔하게 처리해둔 그들의 청결의식과 공중도덕심은 그래도 본받고 싶다.

 

 

 

 

 일본 초등학생들도 상당히 많이 눈에 들어왔다. 저들은 무엇을 보고 배우고 자라는지 궁금하다. 일본군이 중국에서 저지른 남경대학살은 알고 있는지, 만주에서의 관동군의 횡포는 알고 있는지, 러시아의 시베리아 영토를 탐낸 일본이 1차 대전 후 시베리아에 출병해서 강제 점령을 노렸던 사실은 알고 있는지나 모르겠다.

 

왜구들이 중국 남동 해안지대를 쑥밭으로 만든 사실과 한반도 해안지대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사실은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일본인들은 자기들이 당한 피해는 강조하면서 가해자로 엮어진 사실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고 눈을 감는다는 것이 해외 여러나라들의 따끔한 지적이건만 역사적 진실조차 왜곡하려 드는 그들 보수극우익 인사들의 언행을 보면 분노가 치밀어 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쩌랴! 그들이 오늘날 국제사회의 강자인 것을....... 이런 것을 안다면 우리가 지난날과 오늘날처럼 우리끼리 다투고 물어뜯고 싸워야 할 때란 말인가? 아서라, 참자. 이런 식의 비분강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는 내가 아니지 않는가?

 

 

 

 

 나는 참담함을 느꼈다. 남을 탓할게 아니라 우리 자신이 반성할 문제가 아니겠는가? 우리가 어리석고 못났기에 침략을 당한 것이고 끝내는 나라까지 빼앗긴 것이 아니던가? 물론 뺏은 자도 옳은 것은 아니지만 내 어리석음에는 애써 눈을 감고 모든 것을 남탓으로만 돌리는 이런 현실이 지겹다는 이야기이다.

 

 

 

 

 이젠 우리도 과거는 그만 캤으면 좋겠다. 이젠 앞을 보고 나아갔으면 좋겠다. 역사를 바로 세우든 돌려 세우든, 역사를 거꾸로 보든 뒤집어 보든 그것은 역사학자들에게 맡기고 우린 앞을 보고 나갔으면 좋겠다. 우리도 일본처럼 초일류 국가를 만들어 보았으면 좋겠다. 일본은 이기면 초초일류가 된다. 우리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자료관 밑으로 내려오면 작은 공원이 보이는데 여기가 바로 원자폭탄이 정통으로 떨어져 폭발한 폭심지가 된다. 일본 초등학생들이 견학을 하고 있었다.

 

 

 

 바로 저 장소이다. 이젠 건너가 보아야겠다.

 

 

 

 세월이 흐른 지금은 원자폭탄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지만 한때는 말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해자처럼 생긴 도랑에는 거대한 잉어들이 무심하게 물살을 가르면서 아이들이 던져준 먹이를 탐하고 있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