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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8 일본문명의 시원-큐슈(完)

나가사키 6 - 우동 그리고 시장

by 깜쌤 2008. 2. 27.

 

 우동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그것이 일본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에는 큰 이의를 달지 않는 모양이다. 출출해진 우리는 우동집을 찾아갔다. 요기를 하기 위해 들어간 집이 공교롭게도 우동집이었다고 보는 편이 맞다. 왜냐하면 내가 라면을 주문했을 때 우동만 된다고 대답을 해왔기 때문이다.

 

요리대를 바로 마주보는 카운터의 의자에 앉아도 되지만 오래 걸어다녀 제법 피곤했던터라 우리들은 방안에 들어가서 앉기로 했다. 우리라고 해봐야 대학생 청년과 달랑 둘 뿐이니 우리라는 말 자체가 좀 그렇다.   

 

 

 

 

 탁자가 셋에 방석이 12개이니 한 열명 앉으면 꽉차버릴 방이지만 공간 배열을 효과적으로 해서 그런대로 작은 음식점 분위기를 냈다. 탁자 위에는 메뉴판을 올려두었다. 한쪽 벽면은 일본식 장지문으로 디자인 했고 구석에는 텔레비전을 놓았는데 전체적인 색깔은 나무색을 중심으로 삼아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은퇴한 뒤에 내가 일을 하나 새로 시작한다면 이런 식으로 하면 되겠구나 싶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우리나라에 오는 외국인 배낭여행자를 위한 작은 숙소 운영이니 별것도 아니다. 숙소에 자그마한 식당 하나를 덧붙이면 이익이 조금 더 발생할 것이지만 아내가 요리를 잘하지 못하니 말짱 꽝이거나 말짱 도루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주인 내외는 늙수구레한 50대 후반 정도의 사람들이었는데 영어가 능통하지는 못해도 의사소통은 대강 가능했다. 단어만 나열하면 되기 때문이다. 일본식 영어발음을 쓰므로 한참을 생각해야 이해가 된다는 약점이 있기는 해도 그런대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일본 음식점은 어디를 간들 변함없이 깔끔하다. 깔끔하다는 것은 위생적이라는 말이 되니 믿을 수 있다는 말과 같다. 논리의 비약같지만 그러니 일본 제품이 세계를 휩쓸게 되는 것 아닐까? 

 

 

 

 

 나는 우동과 밥 한공기를 시켰다. 딸려 나온 반찬은 단무지 두조각이다. 간명미(間明美)의 극치를 보여준다. 검은 옻칠을 한 나무 쟁반과 투박한 멋이 풍기는 그릇.....  하얀 면발과 맑은 국물, 밝은 색깔의 단무지와 뽀얀 쌀밥이니 간단명료함 그 자체이다. 으흠....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우리 식으로 식단을 짠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우린 김치를 내어와야 하는데 너무 벌겋지 않을까? 고추가루를 조금 적게 쓰고 양념을 조금 쓴 김치를 내어야 할까? 어설픈 생각을 하며 점심을 먹었다.  

 

 

 

 

 맛? 당연히 따봉이다. 나는 뭐든지 잘먹어준다는 이른바 하늘이 내려준 천혜의 식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우동국물에 후추가루를 뿌려가며 먹었지만 건더기는 하나도 남김없이 싹 비우고 만다. 

 

일본 음식 상차림의 특성상 음식 쓰레기가 나올 가능성이 적다.  버려지는 음식 쓰레기만 해도 돈으로 따져볼때 연간 7조원이 넘는 우리 현실이라니까 할말이 없어진다. 이러고도 망하지 않는 것을 보면 정말 기적같은 나라다.

 

 

 

 우동으로 한끼를 때운 우리는 다시 원폭기념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평화공원으로 간다는게 이상하게도 다시 원래의 자리로 걸음을 옮긴 것이다.

 

 

 

 일본 중학생들이 마당에 드글드글했다. 녀석들, 제법 귀엽다. 평생 아이들만 상대해 본 인생인지라 아이들만 보면 귀여운 것이다. 요런 녀석들은 어떻게 요리를 하면 단번에 한손으로 꽉 움켜잡을까 하는 식으로 생각이 드니 선생 천성은 버릴 수가 없는가 보다.

 

 

 

 이런 외투를 입힌단 말이지? 디자인도 세련되었고 색감은 화사하다. 일본 아이들은 좀 점잖은 것 같다. 지방아이들이어서 그럴까? 얘들이 지방 아이들이라는 증거가 있는가? 아니다. 중학생이어서 그럴까? 우리 아이들보다는 앳되 보이는데 왜 그럴까 싶다. 남녀공학 학교 아이들이로구나.

 

저기 뒤에 보이는 보라색 옷을 입은 영감에게 가서 말을 물어 평화공원으로 찾아가는 방법을 재확인했다. 위치상으로는 이 언덕 뒤에 있는 모양이다. 

 

 

 

 평화공원 가는 길목에 새로 지은 우라카미 성당이 나타났다. 일본에서 교회나 성당을 본다는 것은 정말 귀한 일이다. 올라가 보려다가 참았다. 시간이 너무 지났기 때문이다. 평화공원 가는 것도 참기로 했다. 여기에서 시간을 너무 지체하는 것 같아서 돌아내려가 전차를 타고 나가사키 시가지의 반대편 끝까지 가기로 했다.   

 

  

 

요렇게 아담한 건물의 용도는 과연 무엇일까? 문제를 풀어보기로 하자.

 

1) 관광안내소   2) 기념품 가게  3) 미니 식당  4) 식품가게 

5) 공원 사무소  6) 성당 관리사무소  7) 수위실   8) 미니 여관

 

이 속에서 정답을 하나 찍었다면 당신은 아직도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다. 보기 속에서 정답을 찾아내고야 마는 당신은 이제 세상을 보는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할 대상일지도 모른다. 정답은?

    

 

  

 화장실이었다. 세상에나! 화장실이 또 그렇게 예쁜 것은 처음 보았네. 밑에서 성당을 올려다 본 우리들은 이제 돌아서야만 했다.

 

  

 

 전차를 타러 내려가는 갈에 하교를 하는 초등학교 아이들을 만났다. 일본 아이들이 반바지 차림으로 학교에 등교한다더니 사실이었다. 이제 그 증거를 잡은 것이다. 토쿄에도 그런 학교들이 있다는데 여긴 한참 남쪽인 큐슈하고도 나가사키이지만 날씨가 한번씩 매섭긴 마찬가지 아니던가?   

 

 

 

 교복인 모양이다. 진한 감색 교복에다가 노랑 가방!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사라지고 없는 모자와 짧은 반바지! 우리나라 아이들에게 겨울에 저런 차림을 강요하다간 학부모들과 여론의 뭇매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아니 그 정도를 넘어 싸다구(개성적으로 생겨 요즘 뜨는 어떤 개그우먼이 자주 하는 소리이다)를 맞거나 머리카락을 뿌리채 뽑힐지도 모른다. 

 

"남의 귀한 자식들을 데리고 군국주의 획일주의 전체주의 구시대 반동 낡은 사고방식에 절은 교육을 하겠다는 선생과 교장은 각성하라~~~~~~~~~~~~~~~" 라는 소리 듣기 십상이지 않을까? 각성하라면 각성(覺省)하고 맹성(猛省)하라면 맹성하면 되겠지만 물러가라는 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더 클 것이다.

 

 

 

 "으흠, 여학생 모자는 저런 디자인이로구나. 그래 기다려 봐라. 내가 로또 50억만 맞으면 단번에 사표를 내고 내가 꿈꾸는 학교를 만들고 말테다!"

 

깡총거리며 뛰어가는 여자 아이의 집이 어디일까 싶어 괜히 내가 종종걸음을 쳤다. 여자 아이의 집은 시장 골목에 있었다. 그래 이참에 재래시장에나 들어가봐야겠다.   

 

 

 서부 유럽의 가게들마냥 정갈하기 그지 없다. 오래전에 사라진 조선 무를 보는 것 같다. 무가 길쑥하니 이쁘게도 생겼다.

 

 

 

 생선살 발라 놓은 것을 보니 기가 막힌다. 생선가게 앞에는 찌꺼기 하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격표는 어디에나 다 붙어 있으니 굳이 흥정할 필요가 없다. 

 

 

 

 재래시장 속이 하나같이 깔끔했다. 패키지 여행을 따라가면 시장 같은 곳은 절대 구경시켜주지 않는다. 왜냐고? 시장을 가보면 그나라 물가수준이 다 드러나기 때문이다. 시장 물가를 가지고 쇼핑센터의 가격을 비교해보면 가이드들이 여행객들 쇼핑을 시켜주고 받는 커미션 내역이 속속들이 다 밝혀질 가능성이 높으니 내가 가이드라고 해도 안데려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특히 후진국 여행에서 그런 현상이 더더욱 심하다.  

 

하지만 시장구경만큼 재미있는 것이 또 있을까? 서민들의 진솔한 삶을 구경하는데 시장만한 곳이 또 있을까? 그러길래 나는 시장만은 기어이 가보고자 노력한다.

 

 

 

 일본인들의 생선 소비는 세계적이다. 그런 만큼 생선 종류도 많았다. 숫자로 표시된 가격에다가 곱하기 9를 하면 대강 물가 계산이 될 것이다.

 

 

 

 양배추 가격도 우리 물가와 한번 비교해보시기 바란다.

 

 

 

 보육원 마당에도 휴지 하나 없었으니......   일본! 정말 무서운 나라임에 틀림없다. 에효~~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