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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8 일본문명의 시원-큐슈(完)

나가사키 3 - 원폭 폭심지를 찾아서

by 깜쌤 2008. 2. 25.

 오페라 나비부인의 아리아를 들으면서 카모메 열차에서 내린 우리들은 집찰구를 빠져 나왔다. 여기가 바로 그 유명한 나가사키로구나. 이 고장 발음은 잘못하면 우리 간코쿠진(韓國人)에게는 욕이 되고 만다.

 

"나가 새끼!"

 

어디든지 목적지에 도착하면 먼저 인포메이션 센터를 찾아가는게 여행자들의 기본 매너다. 안찾아가도 되지만 안가면 나만 손해본다. 더구나 배낭여행자들은 더 더욱 손해 볼 일만 가득하다. 집찰구 한쪽 편에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기에 찾아들어갔다. 젊었던 날에는 배낭을 맨채로 서서 급하게 물었지만 흰머리카락이 반이나 차지하는 지금에는 그럴 필요가 없다. 우리 앞쪽에 섰던 사람의 볼일이 끝나기를 기다려 일단 의자에 앉아 천천히 시작했다.

 

"우리들은 방금 나가사키에 도착했습니다. 먼저 이 도시의 지도를 구하고 싶습니다."

친절한 미소로 우리를 맞이한 안내소 아가씨에게 일행이 두사람임을 강조하고 한장 더 얻어두었다. 잃어버리면 나만 손해이니까.

"그리고 말이죠, 아소로 가는 기차 시간표를 알고 싶습니다. 물론 우린 JR패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가씨가 가르쳐준 시간표는 오늘 출발하는 기차임을 알 수 있다. 방금 도착했다는데 오늘 한두시간 뒤에 출발하는 것을 가르쳐준다면 이건 좀 곤란해진다. 그래도 문제는 없다. 내일 써먹을 수 있으니까.

"마지막으로 한가지 질문! 싸고 깨끗한 호텔에 관한 정보를 알고 싶습니다. 민슈큐(民宿)도 �찮고요."

 

 

 

 

 안내소 직원으로부터 몇가지 귀한 정보를 챙긴 우리는 배낭을 매고 나왔다. 역 광장부터 깨끗하기만 했다. 광장을 둘러싼 건물의 배치도 빈틈이 없었고 가게들도 아주 고급스러웠다. 역 앞 도로에 정차해있는 택시 색깔이 유별나기에 찍어보았다.

 

일본에 소형차가 많다고 해도 택시는 중형승용차들이 많은 것 같았다. 역시 일본인다운 발상이라고 생각해본다. 배낭을 매고 있으므로 우리는 먼저 잠잘 숙소를 구해야만 했다. 도로를 가로지른 육교를 통해 역 맞은 편으로 가기로 했다.

 

 

 

 육교를 통해 위로 올라오니 육교 위를 넓게 사용해서 만든 휴식 공간이 제법 그럴듯했다. 사진을 찍는 동포 청년들을 만났는데 그들도 오늘 방금 도착했단다. 오늘 밤에 야간 열차를 타고 토쿄로 간단다. 야간 열차로 장거리 이동을 한다는 말은 호텔요금을 절약하기 위한 방편이다. 그런 정도는 배낭여행의 기본이지.  

 

 

 

 현대식으로 설계를 해서 지은 나가사키 역사가 제법 운치를 자아내었다.

 

 

 

 육교를 건너온 우리들은 부근 어디엔가 자리잡고 있는 민박집을 찾아가보기로 했다. 골목에 들어가서 찾긴 찾았는데 가격에 비해 시설이 조금 후졌다. 결국 우리들은 비즈니스 호텔을 찾아가보기로 했다. 

 

골목 어디라도 깔끔하게 정돈해둔 일본인들의 심리상태는 불가사의하다고나 해야할까? 우린 내가 사는 방도 지저분하게 해두고 살지 않는가 말이다. 

 

 

 

 육교에서 기차역 옆쪽을 본 모습이다. 도시 생김새의 모습을 보면 나가사키는 결국 만 깊숙하게 들어온 항구도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겠다.  

 

 

 

 원자폭탄에 정통으로 얻어맞은 우라카미 지역은 이 도로를 따라가면 나타난다. 아까 나가사키에 도착하기전에 기차가 잠시 머문 그곳이 바로 원자폭탄 폭심지와 가까운 모양이다.  

 

 

 

 우리는 나가사키 역앞에 있는 육교를 건너온 것이다.

 

 

 

 어라? 그런데 이게 무엇인가? 전차다. 우리나라에서는 다 사라지고 없는 전차가 아닌가 말이다. 세상에나.....    유럽에서 전차를 본 기억은 있지만 일본에서 지하철이 아닌 달랑 한칸짜리 전차를 만나리라고는 미처 예상을 못했다. 현대식 트램 정도만을 생각했는데 구식 전차라니.....

 

 

 

 전차 앞머리의 철로를 보시기 바란다. 전차가 멈추어야 할 위치가 표시되어 있고 전차는 거기에 정확하게 맞추어 서 있는 것이다. 다른 한대는 이제 정차하기 위해 들어오고 있는 중이다.

 

일본인들은 매뉴얼 형 인간들이지 싶다. 교범 인간 말이다. 정해진 규칙과 지침서에 정확하게 맞추어 행동해야 안심을 하는 그런 종류의 인간들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전차 색깔도 여러가지였다. 그렇다면 노선이 몇개 있는게 아닐까? 

 

 

 

역앞 서구주(西九州) 제일 호텔에 방을 구해둔 우리들은 평화공원을 찾아 나섰다. 경험해보고 안 사실인데 나이가 든 여행자라면 일본에서는 비즈니스 호텔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출장다니는 회사원들이 애용하는 숙박시설인데 우린 일박에 7500엔을 주었으니 일인당 3만원 넘는 금액이다.

 

물론 이 돈도 나같은 배낭여행자에겐 큰 돈이지만 안묵고 어쩌랴? 아까 알아본 민박집은 7천엔을 불렀으므로 그럴 바에는 한국식 목욕과 샤워와 빨래가 가능한 비즈니스 호텔을 택한 것이다. 

 

호텔을 정해두었으니 이젠 홀가분하게 관광에 나서기만 하면 되었다. 아까 기차가 잠시 섰던 우라카미(浦上)로 가서 원자폭탄 폭심지를 보고 그 다음엔 평화공원을 들러보기로 했다. 볼만한 곳이 극과 극에 있으므로 먼저 우라카미 지역을 보고 전차를 타고 다시 시내로 들어오기로 한 것이다.

 

 

 

 

그러니 갈때는 당연히 걸어간다. 지도를 보고 계산해본 결과 한 2Km정도 되는 것 같았다. 그정도 거리는 걷는게 훨씬 득이 된다. 나가시키 시의 인도도 고급스러웠다. 시각장애인용 표지는 변함없이 이어져 있고..... 도로는 떨어진 쓰레기나 휴지하나 안보일 정도로 깔끔했다. 가드레일은 또 어떤가?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자동차 판매소 앞을 지나게 되었는데 소형차들이 진열되어 있어서 디자인을 두고두고 살펴보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 다이하츠 회사 제품들이다.

 

 

 

 녀석들이 제법 단단해보인다. 일본인들의 디자인 감각도 예사로운게 아니다.  

 

 

 

 꼬마 자동차 붕붕 시리즈 같다.

 

 

 

 일본어를 잘 모르니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제법 눈에 익은 모델들도 보였다. 아주 깜찍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것은? 삼륜자동차 아닌가? 조수석에 앉아있는 저녀석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눈에 익숙한 캐릭터다.  

 

 

 

 일본 차들은 운전대가 오른쪽에 있다.  우리와는 반대쪽에 있으므로 신호체계도 당연히 다르니 길을 건널때도 조심해야 했다. 

 

 

 

 지금 보는 이 전차는 현대식같다. 구식과 신식이 조화를 이루어 다닌다는 사실이 더더욱 신기했다. 신구의 오묘한 조화라.....

 

 

 

 

 전통가옥을 살짝 개조한 술집 앞에서 지나간 날들을 떠올리며 입맛을 다신 후에 지나쳤다. 술 안마신지가 제법 오래 되었다. 일본에 와서는 고급 사케 한잔 정도는 마셔보면 좋겠지만 이젠 다 헛것이 되었다. 술에 대해서는 별 욕심도 안생기니 오히려 더 편하다.  

 

 

 

 그렇게 부지런히 걸어갔더니 목표에 도착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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